한겨레 박미향 기자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길거리는 번쩍이는 네온사인들로 가득해 너무도 요란하고, 세상은 온갖 소리로 꽉 찬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든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손에서 내려놓는 것도 힘들고, 책은 15분 이상 집중해서 읽기 어려울 정도로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만 간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게 익숙해져서 아주 사소한 것도 내 힘으로 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양말이 떨어지면 꿰매기보단 싼 걸로 하나 사서 신게 되었고, 밥도 반찬도 돈 주고 살 수 있으며 대부분 내 손으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을 돈이 대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편안함보다는 좀더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서부터였다, 내가 무언가를 손으로 열심히 만들기 시작한 것이. 원래 손을 꼼지락거리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요즘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엇이 되었든 손을 최대한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좀 날 때면 반찬을 두세 가지 만들기도 하고, 출근길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 국제 구호단체에서 하는 모자 뜨기 캠페인을 위해 뜨개질을 하기도 한다. 휴일에는 손이 많이 가는 식빵을 두세 시간 동안 만들기도 한다. 원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즐기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자연스레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되었다. 어떠한 것을 만들고 고치는 것에서 오는 기쁨도 있지만, 사실 제일 좋은 것은 복잡해진 머리를 조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골치가 아프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무언가를 손으로 만든다. 명상이 별다른 게 아니고, 단순한 동작을 긴 시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최근 손을 많이 움직이면서부터다.
가끔은 손을 꼼지락거리게 하자! 요리건, 뜨개질이건, 바느질이건, 식물을 가꾸는 일이건! 잘 만드는 게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나를 위해서 만들고, 약간의 시간 동안이라도 복잡해진 우리 머리를 쉬게 하면, 우리는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덜 복잡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김다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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