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네가 해, 네가!”
말도 안 되는 일 떠넘기기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종이보다 얇은 말 바꾸기가 벌써 몇 번째던가. 울화가 치밀다 못해 이제는 차라리 칭송해주고 싶을 정도다.
사무실에서 강제적 득도의 길을 걷고 있는 지 어느덧 수십, 수백 일째다. 뼛속까지 납득할 수 없는 사람과 최소 8시간을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것이 직장생활이다(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무한한 부러움을). 상대에 대한 밉살맞음이 지나치면 인간 혐오로 변질된다.
정규교육을 이수하고 성년이 되어 사회에 나온 사람들이 이 한심한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웃음이 난다. ‘상식’이라는 단어가 사람 수만큼 다양하다는 걸 안다. 누군가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제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관계에서 폭력은, 그저 폭력이다.
드라마 은 갑을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 내 생활은 갑을관계에서 파생된 불합리함은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의 불합리함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꽤나 크다. 인간관계에서 일방적인 역할은 없다. 그만큼 상대방의 이기적 타성과 이기적 집단의 요구가 지나치다면, 상대의 타성에 일정 부분 침묵하고 있는 일개미 같은 내가 기여한 부분도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이런 고민이 들었다.
떼쓰고 윽박지르고 무조건 우기는 사람에겐 장사 없다. 그런 사람에 대한 대처법은 나에겐 없다. 그래도 침묵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 아니 사실 생병 나겠다 싶은 어느 날부터 말을 해봤다. 절대 다부질 수도 없게, 강경할 수도 없게 말이다.
“네?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말끝을 애매하게 흐리며 물음표 100개쯤 붙이는 게 전략이다. 물론 물음표 붙은 한마디쯤 가볍게 튕겨낸다. 결과는 신통치 않다. 자칫 치열한 감정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강제 득도의 길을 걷어내려는 시도를 한다는 위안감은 있다. 스스로가 바보라는 자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침묵하는 한 모두가 다 아는 사실도 거짓이 될 수 있다. 소심하고 나약하고 작은 소리일지라도 최소한 참고 침묵만은 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고 전투하는 마음으로 매일 출근한다. 여전히 아무것도 변하고 있지 않다. 아마 내가 먼저 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모호하고 흐릿한 말일지라도 아무 성과 없는 메아리라도 일단 한번 말이라도 해보자.
유진아 독자*‘레디 액션!’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소소한 제안을 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액션’을 원고지 6~7장 분량으로 써서 han21@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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