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요즘 같은 시기면 붐비는 곳이 있다. 바로 서점이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의 소망과 다짐을 가슴에 지닌 채, 사람들은 책을 찾는다. 책이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길, 따뜻한 희망을 전해주길 바라면서.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지난 주말 서점을 찾았다. 그런데 지난해와 변함없이 올해도 계속될 것 같은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바로 ‘청춘’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청춘’이란 단어가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김난도 교수의 는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왔고, 이 책이 나온 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청춘’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방송, 상품, 광고, 강연, 노래 등 ‘청춘’이란 말이 안 붙는 분야가 없다. 여행을 가도 ‘꽃보다 청춘’이어야 하며,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는 소시지 3종을 판매하며 ‘청춘의 간식’이란다, 맙소사! 출판 분야는 가장 심하다. 교보문고 온라인 사이트에서 ‘청춘’을 검색했더니 무려 4838건이 나온다. ‘청춘을 위한’ ‘청춘이라면’ ‘청춘에게’. 대체 청춘이 뭐길래, 사람들은 이토록 ‘청춘’을 부르짖으며 야단일까.
지금의 ‘청춘 타령’은 그 본질을 잃고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이들 분야에서 일컫는 청춘이란 보통 나이는 20대, 미래를 꿈꾸고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한없이 밝고 희망에 가득 찬 사람, 그리고 그러한 삶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그런 삶만 있는가. 힘든 현실을 겨우 버텨내고 있는 사람, 때로는 그 현실이 너무 암울해 꿈꾸는 것조차 버거운 사람, 그리고 이미 싱그러운 젊음의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 분명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은 일본군에 의해 인생의 꽃다운 한 시절을 통째로 잃었고,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 중엔 청춘의 시기를 넘어보지도 못하고 차가운 바다에서 생명을 잃은 아이들이 있다. 20대 내내 여유라곤 누리지 못하고 겨우 얻은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미생’도 많다. 그들의 삶에 대해 무어라 말할 것이며, 그들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 이제는 세상의 맹목적인 ‘청춘 타령’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서늘함과 소외감, 그것들을 돌아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청춘이란 말에 초연해지자. 청춘에 목매기 전에 무엇이 청춘인지부터 생각하자. 그리고 삶 전체를 아우르는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자. 새로운 1년은 청춘이란 말 자체보다, 삶의 순간들을 어떻게 살 것인지 더 많이 생각해보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각자의 지금, 여기의 삶에 집중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푸른(靑) 봄(春)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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