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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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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임말로 싸우기

등록 2015-01-13 15:54 수정 2020-05-03 04:27

를 보는 내내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주인공 할아버지·할머니께서 늘 서로에게 사용하는 ‘높임말’(존댓말)이었다. 영화 속 98살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살 강계열 할머니는 항상 커플 한복을 맞춰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마실을 다니시고, “참 곱네요” “너무 예뻐요”처럼 서로를 향해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며 늘 높임말을 사용하신다. 서로 아껴주고 존중하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태도, 그것이 바로 두 분을 그토록 오랫동안 알콩달콩 아름답게 사랑하면서 사실 수 있도록 한 비결인 것 같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겨레 김명진 기자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부모님 세대나 젊은 세대나 거의 아내만 남편에게 높임말을 하고, 남편이 아내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드라마에서도 거의 그렇다). 그리고 남녀평등 의식과, 서로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고 친근감이 든다는 분위기 속에 요즘에는 부부지간에 ‘평등하게’ 반말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다보니 에서 98살의 할아버지께서 9살 아래의 할머니께 높임말을 쓰시는 게 아주 인상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영화 속 노부부가 아름답게 보인다고 해서 우리도 그들처럼 갑자기 부부지간에 높임말을 사용한다면 아무래도 어색할 것이다.

매일매일 서로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싸울 때만이라도 높임말을 써보면 어떨까? 부부싸움은 서로에게 말(언어)로 상처를 입히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만약 부부싸움을 하면서 높임말을 사용한다면 일단 높임말 모드로 돌입하는 순간 “나 지금 화났으니 싸우자”라는 선전포고가 되는 셈이고, 대부분의 부부싸움은 서로의 말투 때문에 더 격화되는 경우가 많으니, 말싸움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언어를 순화하게 되어 감정적이기보다는 좀더 이성적인 부부싸움이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예전에는 “야 이 웬수야! 술 좀 작작 처마시고 다녀!”“지금 시비 거는 거야?” 이렇게 싸움을 시작했다면, “웬수님~! 술 좀 조금씩만 드시고 다니시지요~!” “지금 시비 거시는 건가요?” 이렇게 높임말로 시작해보는 거다. 이렇게 서로 높임말로 부부싸움을 하다보면, 사소한 싸움일 경우 어느새 웃음이 터져서 왜 싸움을 시작했는지조차 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겠지만 앞으로 남은 긴 생애를 행복한 부부로 살아남기 위해 의 노부부처럼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잠깐의 어색함과 영원한 행복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꼭 한번 시도해보자.

이희정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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