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감성이 예민하던 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늘 사람들 속에 있고 싶었지만,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것이 두려워 함께이기보다는 혼자를 택했습니다. 속세를 버리고 산 생활을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연극을 만났습니다. 연극에 뛰어든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에 이르는 10년간의 시기는 ‘사랑’을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한 아름답고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은 고등학교 2학년 특별활동 시간에 배운 ‘탈춤’이었습니다. 1시간 동안 탈춤을 추는데 내 속의 열망이 꿈틀댔습니다. 그 뒤로 대학 탈춤반을 거쳐 극단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단순히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연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연극이 끝난 뒤 뒤풀이 자리에 가면 선배들은 늘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노동문제부터 정치 이야기까지 들으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늘 제 문제에만 갇혀 살아왔으니까요. 동시대의 고민을 나눈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점차 ‘내가 하는 연극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술을 전공하던 여동생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죠. 이후 여동생과 의기투합해 ‘AOA’(Art Owned by All)라는 작은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일단은 주변 사람을 모았습니다. 미술, 연극, 사진, 환경공학, 경영학 등 다양한 전공을 하는 이들이 합류했죠. 고민 하나로 모인 저희는 일단 뭐든지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사회적 기업을 다룬 책 을 함께 읽고 사회적 기업을 꿈꾸게 됐죠.
마침 희망제작소에서 ‘희망별동대’를 선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회혁신기업가’를 뽑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죠. 사회적 기업에 대한 막연한 목표만 지닌 채 표류하던 저희는 덥석 지원했고 제1기 희망별동대로 선발됐습니다.
지금 저희는 ‘예술지원 카페’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는 고질적인 외로움과 마음의 병을 지닌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이들에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언제든지 찾을 수 있고, 늘 친구처럼, 가족처럼 따뜻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 커피 한 잔 값에 예술을 감상하고 마음의 치유도 얻을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곳은 프로 예술가에게는 사회공헌의 기쁨을, 아마추어 예술가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우리 기업을 통해 누구나 예술과 삶을 마음껏 누리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실현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제 ‘예술’과 ‘사회혁신’은 제 인생의 항로가 돼줄 큰 축입니다. 젊은 예술인의 아름다운 활동을 기대해주세요. 우예림
<hr>희망제작소는 시민의 아이디어와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참신한 대안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민간 비영리 싱크탱크입니다. ‘희망별동대’는 청년실업과 대학의 ‘취업 학원화’가 심각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젊은 사회혁신 기업가를 지원하고 양성해 이 시대 진정한 청년 롤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된 대학생 프로그램입니다. 전문가 멘토링, 사회혁신기업 체험, 소기업 탐방, 사업계획서 작성, 실전투자설명회 참가 등을 함께합니다. 사회공헌과 이윤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쿨한 일’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또 실패할 수 있는 열린 장입니다. 제1기 희망별동대가 이제 막 첫발을 떼었으니 앞으로의 활약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 makehope.org, 문의 02-203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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