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40대 중·후반의 사람이라면 늘 퇴직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수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남들의 잣대로는 성공한 축인, 글로벌 기업의 지사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자의든 타의든 제가 속한 조직의 경계를 넘어 경험하지 않은 세계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기에는 앞으로 맞아야 할 ‘경계선 너머’의 시간이 너무 길기에 회사를 그만둔 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에 오래 근무해서 남들보다 영어에 익숙하다는 것이 강점이었고 사진을 공부하는 것은 오랜 꿈이었습니다. 최대한의 시간을 투자해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사진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저의 작은 재주를 남들과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돈벌이’에서 ‘나눔’으로 삶의 주제가 바뀐 겁니다. 결국 찾아낸 곳이 ‘희망제작소’였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의 후원과 참여로 운영되는 독립 민간연구소입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지난 5월12일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렛츠(LET’S)’를 발족했는데요. 렛츠는 40~60대 전문직 퇴직(예정)자의 힘을 모아 비영리단체와 사회 소외계층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단입니다. 이 단체는 제가 느낀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첫 활동은 산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울 도봉산 입구에 위치한 ‘도봉숲속마을’은 연수원 형태의 시설을 보유한 비영리 단체로, 거의 매주 장애인을 초대해 ‘편견 없는’ 숲 속에서 1박2일 생활을 하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의 첫 활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들을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들과 오랜 시간을 지내본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그동안 카메라에 담았던 어떤 경치보다 더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촬영한 사진을 보며 기뻐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 길을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1명의 렛츠 단원은 같은 뜻을 가지고 ‘프로보노’(공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 봉사단으로 출발했습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전문가로서 충분한 자질과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에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렛츠는 발전을 거듭해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속에서 제 삶의 2막 또한 화려하게 펼쳐질 것을 기대해봅니다.
나종민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렛츠’
전문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비영리단체의 공익 활동을 돕는 전문직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입니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40~60대 전문직 퇴직(예정)자로 구성된 렛츠(LET’S)는 ‘시니어의 인생(Life), 경험(Experience), 재능(Talent)을 사회와 나눈다(Share)’는 뜻입니다. 각종 단체의 요청에 따라 외국어 통·번역, 콘텐츠 편집, 홍보·기획 등의 업무에 관련 전문가를 파견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홈페이지 www.makehappy.org, 문의 02-3210-4070.
송석문화재단 ‘도봉숲속마을’2005년 10월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문을 연 ‘도봉숲속마을’은 비영리 민간단체인 송석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자연친화적 교육센터입니다.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공부하는 녹색공감교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숲 속 사회통합 프로젝트 ‘포레스토리’, 초등학생들의 친환경 건축학교, 가족캠프 등을 운영합니다. 복권기금으로 진행하는 발달장애 아동·청소년 숲속학교 프로젝트 ‘힐링 인 포레스트’는 2010년 청소년수련활동 국가인증프로그램으로 선정됐습니다. 홈페이지 www.forestville.co.kr, 문의 02-95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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