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하라’입니다. “말로써 행동하지 말고 행동으로 말하라!”라는 뜻으로 지었죠. 저는 사범대를 다니다가 군대에 갔고, 지난해 5월 제대한 뒤에는 휴학을 하고 현재 야학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1968년 프랑스혁명의 외침은 2010년 우리에게도 가슴 뛰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 쓰고 ‘불가능’이라 읽는 기이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제가 사회에 눈을 뜨고 부조리를 인식한 과정은 잘 짜인 드라마처럼 당연하게 흘러갔습니다.
5년 전, 대학에 입학해 학내 민중가요 노래패에 들어갔습니다. 노래를 통해 운동에 기여하는 것은 흥미진진했습니다. 주옥같은 노래들의 속 깊은 가사를 음미하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노래패 활동은 즐기며 운동하는 첫걸음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지방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 보니 노래패 활동 외에는 별다른 운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군 제대를 한 뒤 휴학을 하고 서울로 왔습니다. 현재는 야학과 인권영화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사범대에서는 임용고시 문제를 어떻게 맞히느냐만 관심 있을 뿐, 참교육과 교육자로서의 가치관은 배울 수 없었습니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무한 경쟁으로 배출된 선생님이 결코 입시지옥 속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야학’은 제 삶의 필연적 운동이었습니다. 인천 ‘작은자 야간학교’에서 선생님을 하면서 사범대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가치를 몸으로 익힙니다. 야학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夜學’과 ‘野學’. 제도교육에서 소외된 어르신들, 장애인분들과 소통하면서 제가 더 많이 배워 예비 교사로서 매일 감격을 느낍니다. 50%에 달하는 장애인이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이 엄청난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하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실입니다. 그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깨닫습니다.
항상 인권 감수성을 자극하고 행동하게 하는 인권영화제 활동 또한 제게 큰 의미입니다. 올해 15주년을 맞이하는 인권영화제는 항상 낮은 곳을 향하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인권의 개념과 그 감수성을 영화로 풀어내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저는 ‘운동권’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진정한 운동이란 특정한 소수의 권역 안에서의 활동이 아닌, 너와 나의 구분을 허물고 사람을 향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인권영화제가 좋은 점은 누구나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에 공감하고 쉽게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장을 열어놓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권영화제가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1997년 라는 작품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당시 집행위원장이신 서준식 선생님이 구속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온갖 압력과 핍박의 틈바구니에서 시와 정부와 여러 수구단체와 싸운 끝에 청계광장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 시대는 인권운동을 그들의 ‘촛불’만큼이나 무서워하나 봅니다.
인권영화는 겨울날 차가운 술처럼 목마른 인권의 현장을 묵묵히, 뜨겁게 적셔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사람 사는 냄새가 짙게 묻어납니다. 인권영화제는 14회를 준비하며 새로운 자원활동가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가치를 지닌 가슴 뛰는 사람들과 인권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실천하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용산·쌍용차 등 인권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용산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요(사진). 저의 작은 실천이 다른 이에게 희망으로 작용하고, 더 진보한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야학인 ‘작은자 야학’은 아름다운 동행 캠페인에도 함께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있으며, 지역 주민의 인문학 교육과 장애인 교육권 향상을 위해 교사 30여 명과 학생 40여 명이 오늘도 배움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을 모집 중이니 많은 분들의 참여 바랍니다. 홈페이지 pso0574.onll.net, 문의 032-435-4414.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영화제1996년부터 표현의 자유와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해 힘써온 문화운동 조직입니다. 올해도 인권영화제를 광장에서 개최하기는 힘든 여건입니다. 지난 1월28일에는 인권영화제를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죠. 기획재정부의 ‘촛불집회 참가단체 차별지침’에 따른 탄압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그래도 14회 인권영화제 준비는 계속됩니다. 함께합시다. 홈페이지 sarangbang.or.kr, 문의 02-313-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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