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을 구독하고 있는 24살의 대학원생입니다. 저는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대전에서 다니고 있는데요, 전부터 인권 문제나 사회참여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비정부기구(NGO)를 알아보았습니다. 지역 단체도 있지만, 제 관심사와 조금 달라서 참여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국제앰네스티와 유니세프 등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마침 ‘운동합시다’ 꼭지에 국제앰네스티의 ‘인권 리더십 양성 프로젝트’ 소개가 있더라고요. 사실 전부터 국제앰네스티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지방이라 짬을 내기가 힘들더라고요. 지구를 아우르는 ‘세계시민’이 되고 싶은데 서울에서 겨우 200km 떨어진 지방도시에 있다고 그런 활동을 마음대로 못하는 게 아쉬워요. 기부금을 내는 것만으론 만족스럽지 않은데, 지방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요?
A 인권단체는 주로 서울에 몰려 있어요. 서울 외에 인권단체가 있는 지역은 수원·대구·광주·전주 정도뿐이지요. 이 때문에 지방에서 인권단체와 함께 활동하기란 쉽지 않겠지요. 인권단체들이 죄다 서울에 몰려 있으니, 지방에 계신 분들이 인권단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강좌나 실천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별로 없지요. 죄송하네요.
활발한 인권운동을 벌이는 곳이 주로 인권단체다 보니, 인권운동이란 게 인권단체 또는 직업 인권운동가의 전유물처럼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서 님의 고민은 인권운동에 참여할 기회보다는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인권운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는 게 맞을 거예요.
하지만 인권운동은 꼭 인권단체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답니다. 물론 인권단체를 통하면 좀 더 안전하겠지만, 인권운동을 인권단체 중심으로 보는 시각을 조금만 넘어선다면 지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많답니다.
지금은 학생이니까 학생회를 이용하는 방법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학생회를 통해 사실상의 인권운동을 하는 거죠. 학생회가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면, 인권 문제를 함께 고민할 강좌라도 열어달라고 요구해보세요. 학생회가 마땅치 않으면, 스스로 인권단체를 하나 만들어보셔도 좋겠네요. 학생이 무슨 인권단체냐고요? 맞아요. 정형화된 인권단체만을 생각하면, 비교적 돈도 없고 사회적 관계망도 튼실하지 않은 학생 입장에서 인권단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나 인권단체가 꼭 사무실이 있고 상근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사이버 공간에 있는 건 어떨까요.
학교란 공간이 지닌 장점도 많으니까 학내 인권동아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당장 학교의 승인을 받고 동아리방까지 차지할 정도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다만 친구 몇 명이라도 함께 모여 인권 관련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모임이 생긴다면, 그것도 하나의 훌륭한 인권단체가 될 수 있어요. 독서 모임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할 수도 있겠지요. 혼자서는 힘들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여럿이 함께 해나가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거예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인권운동도 무척 많아요. 국제앰네스티 회원들이 오랫동안 해온 것처럼 양심수에게 연대의 편지를 쓰거나, 인권 문제를 일으키는 여러 나라 정부에 항의 편지를 쓰는 것은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편지 한 장 보내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때론 사람 목숨을 구하고 중요한 정책을 바꿀 만큼의 힘을 가지기도 해요. 인터넷 환경이 좋으니까, 자유게시판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남기는 것도 중요한 활동이겠네요.
인권단체 사이트도 찾아와보세요. 이메일로 소식을 보내주기도 하니까 메일을 받아보면서 인권단체가 요청하는 서명 활동 등에 참여해 보세요.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답니다. 아직 학생이지만, 님도 훌륭한 인권운동가가 될 수 있어요. 인권운동가를 꼭 전업으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학생이어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더디 가도 좋으니, 뭐든 구체적으로 시작해보세요. 자, 파이팅!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hr>나사렛대학교 ‘희망숲’
2006년에 특수교육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30여 명의 학생이 모여 장애인 인권과 관련된 책이나 기사를 읽은 뒤 토론을 하고 매년 학내에서 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 club.cyworld.com/knuhms.
서울대학교 ‘사람세상’
법과대학 내 인권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학생들이 모여 인권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2004년까지 ‘법대인권신문’을 제작하기도 했고요. 홈페이지 freechal.com/saramsesang.
의정부여자고등학교 ‘YOU&I’학생 인권 문제를 고민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예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하고 학내 인권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 cafe.daum.net/ujbyouandi.
용인 동백고등학교 ‘나너우리’1·2학년 30여 명이 모여 학생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봄에 결성돼 이제 첫 돌을 맞았습니다. 지난해 11월3일 학생의 날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인권이란 ○○이다”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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