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대학교 4학년이 되는 박형원이라고 합니다. 저도 지난 1년간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보냅니다.
3년간 짧지 않은 휴학 생활을 마치고 복학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초, 학생 신분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이하 CC 코리아)의 웹사이트에서 자원활동가 모집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CC 코리아는 작가, 예술가, 사진작가, 블로거, 동호회 회원, 선생님 등 누구나 간편하게 자신이 만든 창작물을 원하는 만큼 나눠주고 다른 이의 창작물을 적법하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유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운동을 합니다.
저는 휴학하기 전 CC의 창립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의 를 읽고 저작권 문제를 벗어나 인터넷 시대에 맞는 창조적 나눔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공감했습니다. 레식 교수는 의 원문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죠. 저는 용기를 내어 활동가에 지원하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발 디딘 CC 코리아는 참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어떤 공식적인 ‘리더’도 없고 권위적인 위계도 없이 자원활동가 모두가 평등한 조직, 그 안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은 ‘전형적인 관료제 조직’에 익숙했던 제 눈에는 신기하게만 보였지요. 저는 ‘스터디 모임’과 ‘사례연구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욕적인 첫 출발 뒤, 곧 제 CC 활동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복학생 생활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것입니다. 복학 전과는 달리 다들 너무나 수업에 충실하고 성적에 목숨을 거는 학교 분위기에 따라가려 애쓰다 보니 CC 활동에 소홀해진 거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저는 그때 학교 생활과 CC 활동 간의 균형점을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정기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게 된 채 1학기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약간의 죄책감을 안고서 ‘운동 없는’ 생활을 보내던 지난해 9월의 어느 날, CC 코리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전까지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카페를 전전하며 모임을 열던 CC 코리아에 드디어 보금자리가 생겼다며, 집들이 행사를 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른바 ‘잠수’를 탔던 저도 그 자리에 초대해주셨던 거지요. 저는 약간 어색하고도 미안한 마음으로 집들이에 참석하게 됐고, 그때를 기점으로 다시금 이 커뮤니티에 매료되어 돌아오게 됐습니다. 이후 사례연구 모임에서 수집한 국내외 창작물 나눔 사례들을 모아 책도 내고 세미나도 열었습니다. 강연자 섭외부터 진행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해낸 일이었죠.
지난해 12월, CC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단체들이 CC가 설립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파티에서 저는 발표자로서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발표를 통해 2009년 활동을 시작했다가 쉬었다가 다시 돌아온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였지요. 제 발표의 제목은 ‘나의 지속 가능한 CC질 이야기’. 발표가 끝난 뒤 박수를 받으면서 한편으로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참 뿌듯했습니다. 2010년 올해에도 지속 가능한 ‘CC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hr>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미국 비영리단체 CC(Creative Commons)와 뜻을 같이하는 한국 프로젝트 팀으로, ‘창작과 나눔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CC는 잘 몰라도 CCL을 아시는 분은 계실 것 같습니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자유 이용을 허락하는 라이선스인데, 이를 다음·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다수의 온라인 사이트에 보급하는 일이 CC 코리아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CCL을 보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학술·미디어 등 여러 분야에서 참여·개방·공유의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세미나, 살롱, 각종 대회 등의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매달 한 번 하는 정기모임을 통해 활동가들끼리 친목도 다집니다. 활동가는 총 150명 정도이며, 상근활동가 2명과 인턴활동가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자원활동가입니다. CC 코리아의 서울 서초동 아지트의 문은 늘 열려 있습니다. 집에서 공부가 안 될 때 노트북 한 대 들고 그냥 놀러오셔도 상관없습니다. 오프로 찾아오시기가 쑥스러우시다면 온라인 방문도 환영입니다. 홈페이지 www.creativecommons.or.kr, 문의 070-76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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