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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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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합시다] 해고 위기 워킹맘의 불안 탈출법

직장 생활에 전전긍긍하다 시작한 여성단체 활동, 소통하는 재미에 달라진 인생
등록 2010-04-09 09:38 수정 2020-05-02 19:26
운동합시다

운동합시다

저는 5살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40살 ‘워킹맘’입니다. 2008년 3월, 제가 다니던 회사는 자산 1조원 돌파를 축하한 지 한 달도 안 돼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다행히 H그룹의 도움으로 적대적 M&A가 되지는 않았지만, 경영진을 비롯한 고위급 직원들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둬야 할 사람이 나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현실이 답답했습니다. 요즘처럼 취직이 안 되는 세상에 마흔이나 되는 여성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H그룹이 고위급 직원들 외에는 고용승계를 모두 해줘서 회사는 다니고 있지만 당시의 절망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 참여한 ‘주라’씨가 손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 참여한 ‘주라’씨가 손팻말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간절함으로 지난해부터 ‘주라’라는 이름으로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민우회를 통해 늦게나마 내가 속한 ‘우리’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하며 살아온 제게 민우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것을 소소하게 하는 ‘다소’ 모임에서 광고의 성 평등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요. 최악의 광고에 ‘빵구똥구상’을 주는 겁니다.

얼마 전 3·8 여성의 날 모임에서 처음 만난 회원이 가방과 유과를 나눠주었습니다. 소소한 선물을 받았는데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그 순간 ‘아,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바뀌면 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연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지요.

운동을 찾은 사람들

운동을 찾은 사람들

그래서 저도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3년 동안 사용 안 한 물건들을 주변에 나눠주었습니다. 3년 동안 있는지도 모른 물건들이었으니 내게는 썩 필요한 물건은 아닌 거지요.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되는 걸 보면 행복합니다. 변화의 도미노라고 할까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이 힘든 세상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민우회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 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고달픔을 나누는 공간이었습니다. 전세계 여성들과 함께 학창시절 이후 20년 만에 거리행진도 하고, 많은 여성들과 어우러져 춤도 추고, 여성인 나를 더 깊이 만나고 사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습니다. 내 일자리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보게 된 거죠.

여성운동가에 대한 편견도 있었지만, 직접 만난 민우회 사람들은 따듯한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나이·성별·학력·출신지역을 묻지 않고, 별칭을 사용하며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도 새로웠습니다. 나이나 성별을 따지지 않고 모두가 친구가 된다는 것! 제가 경험한 여성주의 문화였습니다. 더 많은 여성·남성이 평등한 관계와 문화를 경험했으면 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운동을 찾은 사람들

운동을 찾은 사람들

1987년에 생긴 22살 명랑한 여성단체입니다. ‘백화점’이냐고 욕먹을지언정 여성의 욕구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여성운동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평등한 명절을 보내기 위한 ‘웃어라 명절!’ 캠페인, 여성에 대한 호칭을 고민한 ‘호락호락’ 캠페인, ‘평등한 일·출산·양육’ 캠페인, ‘NO 다이어트 NO 성형’ 캠페인 등 대안적 생활양식 운동을 해왔답니다. 비정규직 차별과 결혼·임신 퇴직에 반대하는 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까지 사회를 바꾸는 아이디어가 가득한 곳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웃음을 만드는 21세기 여성운동단체 민우회와 만나세요! 홈페이지 womenlink.or.kr, 후원 및 회원 가입 문의 02-737-5763.

한국여성노동자회

1987년 일하는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여성노동단체입니다. 그동안은 중·장년층 여성 노동자 조직과 그에 관련된 활동을 중점적으로 해왔습니다. 올해는 20대 여성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합니다. 5월에는 대안적인 노동 모델(대안기업,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등)을 20대 여성에게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올해 계속될 20대 여성 노동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11월에는 토론회를 할 예정입니다. ‘스핑크쓰 기획단’(스스로 핑크빛 미래를 쓰는 세대들의 모임)이란 20대 여성 당사자 모임도 꾸립니다. 홈페이지 kwwnet.org, 문의 02-325-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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