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1987년 여름, 서울에서 저는 태어났습니다. 고속 경제성장의 시기이자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 시기였습니다. 초등학생 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에는 서울광장에서 친구들과 거리응원 인파 속에 있었고 몇 달 뒤 효순·미선양 추모집회 때도 서울광장에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학생 때부터 남달랐던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인 참여는 하지 않았고, 특히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오직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기에 사회문제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저는 원하지 않는 대학, 적성에 맞지 않는 과에 들어갔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로 시작된 촛불집회에 우연히 참여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촛불집회 때 만난 사람들과 아직도 연락하고 지냅니다. 노동절 집회, 용산 참사 집회, 언론악법 반대 집회 등에 같이 참여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과 저와의‘차이’가 점점 크게 보였습니다. 나와 사람들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 그리고 내가 의지한 사람에게서 이해받지 못할 때 크게 상처받았습니다. 그냥 혼자이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무엇이 운동이고 어떻게 해야 소통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저는 운 좋게 지난해 말부터 ‘라디오21’이라는 시민정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토요일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급여를 준다는 얘기에 하게 됐지 다른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좋은 인터뷰어가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어졌습니다.
가장 큰 감동을 준 사람은 기륭전자 김소연 분회장입니다.그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소, 회사 쪽의 악의적인 집회 방해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어도 씩씩했습니다. 사람을 끌어당기고 감동시키는 힘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복직 희망이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제게 “네! 그럼요” 하고 활짝 웃던 그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사람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되기도 한다는데, 저에게는 아마 그때가 그런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가슴으로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조금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6·2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홀로 거리로 나갔습니다. 이름하여 ‘찾아가는 커피파티’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중구·종로구 일대를 돌며 지하철역에서 김밥 파는 아주머니, 지하상가의 청소부 아주머니, 환경미화원 아저씨, 포장마차에서 토스트를 파는 할머니에게 무작정 찾아가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투표를 꼭 하시라고 했더니 김밥 파는 아주머니께서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도 못 쉬고 장사하는데 투표는 언감생심”이라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고된 노동 현장과 투표소 사이는 멀어 보였습니다. 거리에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운동을 하는 데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운동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가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길냥이
시민정치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21’
2003년 2월 개국한 생방송 기반의 24시간 인터넷 라디오 방송입니다.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세계 모든 곳이 가청·가독권역입니다. 웹TV 방송 채널 1개와 종합편성·음악전문 등 2개의 라디오 채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도 있습니다. 방송사옥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79-12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회 개혁을 추구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위하는 방송을 지향합니다. 홈페이지 www.radio21.tv, 생방송 참여 문의 02-719-2144.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파티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민주주의와 정치 이슈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임을 뜻합니다. 지난 1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사는 한인 2세 사회운동가 애너벨 박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풀뿌리 운동이죠. 지난 5월에는 한국에서도 ‘커피당’이 창당됐습니다. 지난 5월30일에는 98개 시의원 선거구에서 삼삼오오 모여 정치 수다를 떠는 커피파티가 동시에 열리기도 했습니다.
커피당 홈페이지 cafe.daum.net/coffeeparty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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