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6년 7월1일 청와대에서 대화하며 오찬장인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든다. 물론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의 식사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건 대개 전직 대통령의 경륜을 국정 현안에 참고하거나 초당적 화합을 연출한다는 명분을 취하는 자리였다.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내 통합부터 필요하며 가짜뉴스나 ‘멸칭’ 사용이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런 메시지는 이례적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회동처럼,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를 상대로 ‘공정한 대선 관리’를 약속할 때나 나올 법한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오찬 회동은 이 정권이 겪는 일의 특이한 면을 상기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건축론’이다. ‘재건축’은 원래 있던 건물을 철거하는 걸 전제로 한다. 유시민 전 이사장이 ‘증축이 아닌 재건축’을 분명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즉, 이재명 대통령이 범민주당 세력의 정체성을 훼손하려 하고, 이것이 쉽게 되지 않자 ‘용역평론가’를 동원한다는 건데, 이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어 ‘가짜뉴스’라 할 만하다.
먼저 이 대통령이 범민주당 세력의 정체성을 훼손하려 한다는 주장부터가 맞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제시된 것은 검찰개혁과 논란이 된 일부 인사 등인데, 먼저 인사에서는 실책을 논할 수 있다.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사례나 최근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내정된 인요한 전 의원 같은 사례는 확실히 문제다. 이제 와서 반성문을 쓰기는 했으나, 전직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내란을 옹호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역대 민주당 정권에서 없었던 일은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가령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의 반대를 뚫고 민주정의당 출신인 김중권 전 의원을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그나마 지적이 가능한 인사 문제와 달리 검찰개혁은 트집에 가깝다. ‘검찰개혁 1차 정부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고 2차안도 마찬가지였다’는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 첫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및 공소청법 관련 1차 정부안마저도 문재인·윤석열 정권 당시 범민주당 세력이 주장한 검찰개혁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검수완박’ 주장조차 극단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라. 둘째, 정부가 기존 내용을 수정한 2차안의 경우 여당 내 반발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했으며 정책위를 중심으로 당정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안이었다. 셋째, 이마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져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다 수용했다. 여기에 ‘재건축’이 어디 있는가?

2026년 6월26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00회 특집에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갈무리
그런데도 ‘용역평론가’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두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첫째는 무리한 ‘재건축’ 주장을 순환논법을 통해 정당화하는 역할이다. 철거 용역은 돈을 받고 일하지 신념에 따라 철거 작업에 나서지 않는다. 즉, 용역평론가란 평론가들이 자기 기준에 따라 이재명 정권의 확장 노선을 긍정 평가하는 게 아니라 대가 관계에 따른 주장을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고 주장만 있다. 이를 정식화한다면 이런 모양새가 될 것이다. ‘내가 비난받는 이유는 용역평론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비난받고 있다. 따라서 용역평론가도 존재하고 재건축도 실재한다.’ 이게 대체 뭔가?
그렇다면 용역평론가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대가 돈을 받거나 지위를 약속받고 주장한다면 논리적 공방은 애초에 유효하지 않다. 여기서 가능한 것은 오로지 ‘폭로’이다. 이제 다들 맘에 들지 않는 평론가가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면 되는 것이다. “용역평론가!”
둘째는 피해자화이다. 유 전 이사장의 주장은 이 대통령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범민주당 지지층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재건축론에서 이들은 철거 용역에게 피해를 당하는 기존 입주민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비유는 다소 무리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멸칭’ 얘기가 등장한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일군의 인사를 낮춰 부르는 ‘멸칭’이 등장한 점이 바로 용역평론가에 의한 공격의 실재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 서사는 사실 김어준씨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여러 형태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검찰개혁 논란 당시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 6·3 지방선거 기간에 벌어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갈등, 이 맥락 안에서 김어준씨와 유시민 전 이사장의 처신을 둘러싼 논란 등이 범민주당 지지층의 균열로 이어진 것인데, 김어준씨 등 일군의 유튜브 운영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자신 혹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인사와 세력이 부당하게 공격당한다는 취지로 ‘작전세력’이나 정부 광고 집행, 차기 당권 구도 등을 언급했다. 유 전 이사장의 재건축론은 몇 차례나 되풀이된 이 서사를 좀더 그럴듯한 비유로 포장한 것에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화법이 현대 포퓰리즘 동원 전략의 왕도를 따른다는 점이다. 가령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의 경우 주류·기득권에 대한 저항 서사로 지지층을 동원하면서 피해자로 자처하기를 기본 문법으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라면 중국과 이민자를 용인한 미국의 기득권에 의해 위대했던 시절을 박탈당한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이 피해자가 된다. 마린 르펜이라면 무슬림에 의해 히잡 착용을 강요당하는 프랑스 여성이 피해자다. 용역평론가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트럼프가 경쟁 상대를 ‘슬리피 조’ ‘부정직한 힐러리’ ‘포카혼타스’(엘리자베스 워런) 등의 별명으로 부르는 것과 겹쳐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시도는 전략적인 데가 있는데,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내는 등 현실 정치 문법에 익숙한 유시민 전 이사장의 경우는 특히 그럴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이 김어준씨 등보다 한발 더 나아간 부분도 있는데, 그건 이재명 대통령이 이 모든 일의 배후라고 사실상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건 당권을 노리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 등이 사실상 배후라고 꾸준히 주장해온 김어준씨 등의 주장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김민석 배후론’은 마찬가지로 근거가 없어도 그나마 과열된 당권 경쟁에서 나오는 잡음으로 취급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용역평론가를 동원한 ‘재건축’의 배후라고 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오찬 회동이 이뤄진 것은 범민주당이란 정파의 측면에서 보면 다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만남의 결론이 “멸칭 도움 안 돼”(한겨레 2026년 7월2일 1면)라는 메시지인 걸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고민해봐야 한다. 집권세력이 국정에 다소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026년 7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방·안보 현안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한국 정치가 전반적으로 이런 모습이라는 것이다. 가령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보자. 정부는 서남권에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동남권 및 대구경북권을 소부장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며 충청권에 대규모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거점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커서 논란도 많은 게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에 관한 대목이다.
물론 따져볼 쟁점은 있다. 왜 하필 호남인가? 정부는 부지 확보 등에서 장점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물이나 전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력 문제는 재생에너지 기반 덕에 알이(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준을 맞추는 데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있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등 대안이 있고 정 필요하다면 원전 증설도 고민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럼에도 야당으로선 설명을 더 요구할 수 있다. 정부가 더 성실한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대구와 경북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합리적 태도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지역의 이해관계라는 현실이 있으니 이해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넘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게 전당대회용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다수의 보수정치권 인사가 똑같은 논리를 들어 반발하는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도 같은 주장을 했다.
가장 창의적인 논리를 동원한 것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비자발적으로 투자를 결정했을 수 있다며 박근혜 탄핵의 방아쇠 중 하나가 된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비유한 것이다! 한동훈 의원의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실소를 감출 수 없게 하는데, 이는 특수부 검사 출신의 어떤 버릇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한다. 세상만사에 유죄를 전제하고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한 후, 같은 혐의의 사건을 예로 드는 방식으로 공소사실의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다. 즉, 공소장 쓰는 방식의 정치를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좀더 시야를 넓히면 한동훈 의원의 논리에서 포퓰리스트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순수한 국민과 부패한 엘리트의 도덕적 대립으로 세상을 나눈다.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겨냥해 ‘록 허 업’(Lock Her Up·그녀를 수감하라)이라는 구호를 만들었고,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룰라와 노동자당을 부패 카르텔로 규정하며 반부패 수사 ‘라바 자투’ 지지 정서를 극우적 동원 정치로 흡수했다.
앙숙일 게 분명한 유시민 전 이사장과 한동훈 의원이 이런 방식으로 어떤 하나의 점에서 만난다는 게 한국 정치의 아이러니이자 비극이다. 이런 정치에서 대안적·생산적 논의는 갈 길을 잃는다. 누구에게든 반도체 클러스터가 원전 신설을 정당화하는 게 옳은지, 주 52시간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또다시 검토하는 게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던지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인가?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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