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송(KBS)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의 웹예능 ‘도시여자대피소’.
도시 여자들의 대화가 온라인의 도시 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출판계 아이돌’ 민음사 편집자 김민경, 차진 리액션과 입담의 100만 유튜버 찰스엔터, 배우 고아성의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은 한국방송(KBS)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의 웹예능 ‘도시여자대피소’가 소셜미디어 엑스(X)를 중심으로 화제와 함께 논쟁을 일으켰다.
‘도시여자대피소’ 첫 화에서는 세 출연자가 게스트 이금희 아나운서와 함께 비혼 라이프와 연애, 이상형, 사랑에 대한 가치관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한 시간가량의 영상에서 논란이 된 것은 두 군데다. 김민경과 찰스엔터가 배우 엄태구를 이상형으로 꼽았을 때 고아성이 배우로서 현실을 짚어준 대목과, 찰스엔터가 “결핍이 있는 남자가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부분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출연진이 남성에게 환상을 갖고 있다며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라거나 ‘여자끼리 모아놨다더니 이상형 얘기냐’고 비난했다. 특히 찰스엔터의 발언이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가 ‘모솔’(모태 솔로)이라서 잘못된 연애관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기독교도라서 ‘구원자 콤플렉스’가 있다고 넘겨짚는 말을 남발했다. ‘이래서 약점은 티 내서는 안 된다’며 ‘모솔=약점’으로 취급하는 말도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여러 누리꾼이 지적했듯 ‘남미새’라고 비난하면서 남자와 만나지 않은 ‘모솔’ 이력을 흠잡는 것은 모순적이다.
물론 이런 모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능력 있고 돈 많은 모솔이 낫다’거나 ‘그래봤자 못생긴 남자를 물고 빨았을 거면서’ 같은 의견이 많은 공감을 샀다. 그러나 이 의견의 전제를 살피면 도돌이표다. ‘능력도 돈도 없는 모솔’은 별로인가? ‘잘생긴 남자’와 만난 여성은 지적할 ‘자격’이 생기는 걸까? 결국 ‘남미새’이면 안 되지만 ‘모솔’도 아니어야 하고, 그에 대한 비판 논리조차 남자와의 관계가 잣대가 된 양상이었다.
찰스엔터의 발언은 그의 주특기인 ‘리액션’이었다. 자신은 ‘불안형’ 남자에게만 끌려왔다는 이금희의 말에 ‘결핍 있는 남자의 매력’으로 공감을 표한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금희의 말은 왜 논란이 안 됐을까? 또 최근 찰스엔터가 패널로 출연한 ‘연애 고수 서인영 연애 특강’은 왜 ‘남미새’라는 비난 대신 인기를 끌었을까? 지금의 ‘남미새’ 담론을 보면, 여성은 남성에게 관심이 없거나 욕망을 티 내지 않고 비혼·비연애 상태여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규범적 매력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또한 이 ‘여성 주체’에는 트랜스젠더나 장애인, 지방 거주, ‘다문화’ 여성은 거의 삭제돼 있다.)
이렇게 ‘남미새’는 여성의 욕망을 둘러싼 모순을 품은 언어가 됐다. 가부장 중심 사회를 비판하고 그와 연루되는 일을 경계하는 간편한 도구이자, 동시에 여성의 욕망을 두고 빠르게 ‘세뇌된 것’이라며 낙인찍는 무기로도 사용된다. 그 낙인에 대한 비판조차 ‘남성을 욕망하지만 대신 여성을 공격하는 남미새’ 같은 의견으로 결국엔 여성을 겨냥한다. 이런 ‘남미새’ 담론은 구조나 정치보다 여성 개개인을 비난한다는 점에서 남성 사회의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프레임과 겹친다. 하지만 ‘여적여’는 가부장 사회의 일방적 시선이 아니라 여성들끼리 분열되는 관점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성에게 이성애 섹슈얼리티가 리스크이면서 동시에 자본이 되는 현실 속에서 이 담론에는 사회를 바꾸기보다 여성 개개인의 실천에 높은 기대를 거는 이중적 현실이 담겨 있다.
‘도시여자대피소’의 구호처럼 “도시 여자들의 고민과 웃음이 안전하게 보관되는 곳”은 어디일까? ‘여성’이라면 무얼 해도 괜찮다고 눙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차이와 복잡한 욕망을 자유롭게 하는 대화는 무엇일까?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가 단일하게 매력적이기를 기대받고 또 기대하는 시대, 매력의 재발명을 고민하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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