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빠 논쟁이 있잖아요’ ‘탈모는 생존 문제’ ‘책갈피 외환 반출 조사’.
생중계로 진행되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화제가 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각각 맥락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대중적 반응이 확실하단 점이다. 이 발언들은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이슈다. 대통령실이 ‘환빠’ 논쟁 확산을 원치 않고,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의 생각은 다르며, 이 대통령이 ‘책갈피 외환 반출’ 문제를 부처 보고가 아니라 댓글을 보고 파악했다는 점 등은 이 문제들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이 오랜 신념이 아님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론 오히려 신호 보내기에 가까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표방한다. 정치적 실용주의는 흔히 ‘흑묘백묘’로 설명된다.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성과주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통치술은 단순히 쥐를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쥐가 많은 곳을 선점하겠다는 의제 감지력이 더 엿보인다. 여론의 온도를 살피고 이를 공공의 언어로 포장해 (내가 지지하는, 나는 지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이 말해줬다”는 체감을 안겨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논란이 커지면 바로 물러서 수습하고, 지지가 확인되면 더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 유연함이 정치의 본연적 모습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때는 붕괴됐던 덕목이기도 하다. 임기 초반, 탄핵당한 정권의 기저효과를 누리는 지지율 강세 국면에서 업무보고 생중계는 확실히 실보다 득이 많아 보인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이슈 주도권을 잡고 대중에게는 ‘대통령이 보고서가 아닌 현실을 본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어떤 권력도 화양연화의 시간은 지나간다.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의 개혁이 구조가 아닌 대중이 반응하는 자극적 이슈를 중심으로 피상화되는 건 아닌지, 여론의 박수 소리가 정책 기준이 되는 상황이 국정 우선순위에 혼동을 주지는 않을지 말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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