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일을 영희 혼자 하면 10일이 걸리고, 철수 혼자 하면 15일이 걸린다. 둘이 함께 그 일을 하면 며칠이 걸릴까?
이것이 수학 문제라면, 중학생 정도면 망설임 없이 풀 수 있는 간단한 문제. 일을 다 하는 데 10일이 걸리는 영희는 하루에 전체 일의 10분의 1을, 15일이 걸리는 철수는 하루에 15분의 1을 하는 셈이라 치고, 둘이 하루에 하는 일의 양은 전체의 6분의 1(10분의 1+15분의 1)이니 6일이면 마칠 수 있다. 남들보다 셈이 빨랐던 내가 이 문제를 처음 마주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6학년 문제도 척척 풀었던 나는 이상하게 일에 관한 문제만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 근데요. 사람이 매일매일 10분의 1씩 일할 순 없잖아요. 어떤 날은 그만큼 하기 싫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영희는 하루에 10분의 1을 하는데 철수는 15분의 1을 하면요, 철수가 영희한테 미안하잖아요. 그러다 영희가 철수랑 같이 일하기 싫다고 하면 어떡해요?
만 10살에게 그것은 꽤 진지한 고민이었지만, 해결책은 싱거웠다. 응, 그럴 때는 말이다, 그냥 외워! 수학 경시대회를 앞두고 있던 나는 결국 영희와 철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풀이법을 통째로 외웠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좋아하는 과목에 더는 수학을 적지 않았다.
그로부터 20여 년 후. 한 사람이 남았다. 또박또박 되바라졌던 10살 영희는 남들이 5일 걸려 하는 일을 이틀이면 하는 사람이 되었다. 옆에 앉아 있던 철수가 사라지고 민수, 지혜, 지훈, 유진이 새로 들어왔다 나가는 동안 영희는 대체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영희의 옆자리에는 이제 사람이 오지 않게 되었다. “작가님, 이번에는 취재(보조)작가를 안 뽑고… 챗지피티 유료 결제를 해드리면 어떨까요?” 영희는 한때 이 일이 둘이서 하는 일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은 것은 영희의 세상만이 아니었다.
기계가 등장한 뒤 수많은 일자리가 대체됐다지만 사실 대체된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둘이 기대서 있던 사람(人)의 자리에서 한 축이 빠지고 기계가 들어선 순간, 나머지 한 사람 역시 사람이 아니게 된다. 기계의 리듬에 맞춰 일하지만 결코 기계가 될 수 없는 존재가 있을 뿐이다. 기계에 억지로 몸을 맞추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도, 기계는 그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모른다. 제빵공장의 반죽기와 소스혼합기도, 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벨트와 공작기계도, 앞에 서 있던 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물건처럼 끌어당겼다.
그럼에도 세상은 점점 더 ‘두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 모양으로 굴러가고, 혼자 일하는 사람을 관리·감독하는 복잡한 서술형 문제 역시 기계를 동원해 간단한 수학 문제로 풀려 든다. 문제 1, 새벽 타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바뀐 뒤 물건이 자꾸 빈다. 이를 관리할 방법을 서술하시오. 문제 2, 기관사 혼자 운행하는 지하철에서 열차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서술하시오. 세상은 두 문제에 같은 답을 허용했다. 당신도 혹시, 단번에 같은 답을 떠올렸을까?
정답: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달아 노동자를 감시한다.
김영희(필명)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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