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7월7일 전남 여수의 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석유화학산업 위기가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려워 보이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환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떤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잠시 정적이 이어진 뒤, 한 노동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안을 갖고 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대안이 없어요. 사업체가 아예 없어지는데 계속 일하고 싶다고만 할 수도 없잖아요. 기업이 사업을 접으면 그냥 길바닥에 나앉는 거예요. 교육 훈련받고 고용보험 몇 년 늘려준다고, 그게 대안이 될 수 있겠어요?”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공장은 2024년부터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입찰 방식을 바꿔 하청업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입찰 방식 변경에 따른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응하기도 어려운데, 산업 전환에 따른 대안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을 겁니다.
현장에선 기업들이 기후위기를 핑계로 사업을 빨리 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 기업은 기후위기를 빌미로 공장을 닫을 거예요. 수익성도 없는데 기후위기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 사업 안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죠.” 김성호 전국화섬식품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의 말입니다. 사실 기업들 사이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고부가가치 및 환경친화적 사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요청대로만 지원하면 모두가 살 수 있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석유화학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청뿐 아니라 원청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수익이 이제 없어요. 돈이 되는 것에 투자해야 해요. 사업을 재편해서 돈을 벌어야 선순환이 되죠.” 기업의 입장을 들어보면 결국 논리 구조는 단순합니다. 일단 기업이 살아야 하청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나름의 처지에서 살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에 하청 노동자도 동시에 살리겠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합니다. 석유화학산업과 관련된 모두가 모여 논의하고 조금씩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입니다. 서로의 이해를 조정하는 일입니다. 도무지 대안을 생각해낼 수 없다는 하청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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