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궁에서 2024년 6월14일(현지시각) 열린 양해각서(MOU) 서명식에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왼쪽)과 주파르 나르줄라예프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사장이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고속철 6편성 공급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현대로템은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사업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았다. 전 대통령 윤석열은 현대로템의 성과를 외교 성과로 포장하는 긴밀한 ‘상부상조’ 관계를 맺어왔다. 그 결과, 현대로템은 202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하는 ‘황금기’를 누렸다. 명태균씨는 현대로템과 윤석열 정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윤석열의 ‘세일즈 외교’ 홍보의 대표적인 소재였다. 윤석열은 임기 동안 자신을 ‘1호 영업사원'으로 부르며 국외 순방을 통한 경제 성과를 내세웠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사업이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와 주파르 나르줄라예프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사장은 2024년 6월14일(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궁에서 ‘우즈베키스탄 철도공사 고속철 6편성 공급계약’에 서명했다. 국내 고속철도의 첫 수출 성과다.
이날 서명식 기념사진에 함께 찍힌 건 다름 아닌 윤석열이다. 이 서명식은 한·우즈베키스탄 협정 업무협약 서명식과 함께 진행됐고,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도 자리에 함께했다. 윤석열이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추진된 사업의 서명식을 순방 일자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실제로 현대로템의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사업 수주에 공을 들여왔다. 2023년 9월에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우즈베키스탄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고속도로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이후 현대로템의 우즈베키스탄 고속철도 수주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23년 10월12일 철도 전문 매체 ‘레일웨이 서플라이’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현대로템의 열차 6대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현대로템도 윤석열의 지원에 화답하듯 서명식 직후 누리집에 “국산 고속차량의 역사적인 첫 해외 시장 진출이 성사된 데에는 임직원들의 노력을 비롯해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외교와 전폭적인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특히 2023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과 관련해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고 적어 윤석열에게 공을 돌렸다.
계약 서명식 이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케이티브이(KTV) 브리핑을 통해 “현대로템의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 첫 수출 성과”를 홍보해주기까지 했다. 서명식 전날(2024년 6월13일) 3만7900원이던 현대로템 주가는 바로 다음주 월요일인 6월17일 4만2600원까지 올랐다.
현대로템의 3대 주요 사업은 △디펜스솔루션(방산) △에코플랜트(수소에너지) △레일솔루션(철도)인데, 모든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적인 지원을 받았다. 윤석열은 취임 초기인 2022년 8월31일 열린 제7차 민생현안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를 동석하게 했고, 같은 해 11월24일에는 직접 경남 창원 현대로템 공장을 방문했다.
교류는 ‘방산' 분야에서 가장 활발했다. 현대로템 대표이사 또는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실이 주관한 ‘제7차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2025년 4월), 정부와 군이 개최한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2024년 10월) 등의 정부 주관 회의나 행사에 참석했고, 국가정보원이 방산 기술 침해에 대응하고자 2023년 9월 구성한 ‘방산침해대응협의회’에서도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는 현대로템의 무기를 국외에 적극 홍보했다. 윤석열은 2023년 3월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방산 분야의 양국 간 협력 확대를 당부했다. 국방부와 육군도 페루 육군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현대로템의 제품인 장갑차 K808의 전술 운용 장면을 시연했고, 방사청은 페루 정부에 별도의 서한을 보내 K2 전차 등 현대로템의 지상무기를 소개했다. 현대로템은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지원으로 2024년 5월 페루 육군 조병창이 발주한 차륜형 장갑차 공급 사업을 따내며 중남미 시장에 처음 진출하고, 같은 해 11월엔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등 지상무기에 대한 총괄협약까지 맺었다.
현대로템의 철도 부문 사업 역시 윤석열의 큰 지원을 받았다. 윤석열은 2024년 9월19~22일 체코를 공식 방문했는데, 여기에 현대로템이 속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체코는 독일·폴란드·슬로바키아 연결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고, 윤석열은 여기에 현대로템 등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문 직후인 9월26일 현대로템은 체코의 철도 차량 제작사인 스코다트랜스포테이션과 상호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정부의 수소 인프라 구축 정책에 따라 현대로템의 에코플랜트 부문도 성장 기회를 얻었다. 윤석열은 2022년 11월9일 윤석열 정부 첫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로템의 에코플랜트 주요 사업이 바로 수소 공급망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이런 결과로 현대로템은 2022년 3조1천억원이던 매출이 2024년에는 4조3766억원까지 올랐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 2022년 5월 주당 1만7천원대를 횡보하던 현대로템의 주가는 취임 뒤 지속적으로 우상향했고, 2025년 5월9일엔 창사 이래 최고가인 12만7600원을 기록했다. 윤석열 정부 기간에 주가가 8배 남짓 오른 것이다.
현대로템과 윤석열 정부의 긴밀한 관계 맺음 사이에서 명태균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21이 확보한 명씨의 카카오톡 대화 기록과 컴퓨터 저장 자료를 보면, 명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현대로템의 사업 수주 때마다 관련 기사를 카카오톡을 통해 공유하며 자신의 공임을 드러냈고, 현대로템 대표나 임원과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명씨는 수시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관련 보도를 채아무개 현대로템 상무에게 공유했고, 채 상무는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라고 화답했다. 명씨가 채 상무에게 “국비지원 사업 말씀해주시면 돕겠습니다”라고 하거나, “제가 도울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8월까지 65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명씨의 이런 영향력은 현대로템 협력사 관계자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명씨는 2023년 4월24일 현대로템의 협력사 로만시스 장정식 회장에게 사진을 보낸다. 사진에는 장 회장이 명씨에게 보낸 축하 난 화분이 담겼는데, 화분의 리본에는 ‘SRT 수주 성공’이라고 쓰여 있다. 사흘 전인 4월21일 현대로템은 1조860억원 규모의 에스알(SR)의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차량 제작·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명씨는 장 회장에게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선 국회의원님이 축하 전화 드릴 겁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철도 전문 매체 ‘레일웨이 서플라이’는 2023년 10월12일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현대로템의 열차 6대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현대로템의 협력사 로만시스의 장정식 회장이 명태균씨에게 보낸 축하 난. 현대로템은 2023년 명씨의 도움으로 7100억원대 철도 사업을 낙찰받았다. 명씨는 이 사진을 찍어 2023년 4월24일 장 회장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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