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연절 상연’ 체험에 참여한 정수빈씨가 2026년 7월5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 연지에서 연꽃과 연잎을 배경으로 ‘벽통배’를 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연꽃이 활짝 핀 때인 ‘관연절’에 맞춰 연잎을 재료로 한 음식을 안주 삼아 연잎에 술을 받아 마시며 물에 잠긴 연밭에서의 고된 노동을 풍류로 달랬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36년에 걸쳐 저술한 ‘임원경제지’는 관연절 풍습을 소개하고 있다. 음력 6월24일(올해 양력 8월6일)인 관연절에 여는 잔치를 ‘관연절 상연’이라 부른다.
이 상연의 으뜸가는 풍류는 큰 연잎을 따서 잎 가운데 줄기와 연결되는 부위를 비녀로 찔러 구멍을 낸 뒤 연 줄기를 코끼리 코처럼 위쪽으로 세워 돌려가며 마시는 ‘벽통배’다. 또 활짝 핀 연꽃을 따 상연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꽃잎을 하나씩 떼어내다가 마지막 꽃잎을 받은 손님이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을 ‘진처음’이라 한다. 연꽃잎에 따라 마시는 술은 ‘해어배’라 부른다.
우리 전통 식문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색교육연구중심’이 2026년 7월5일 경기도 파주 탄현면 헤이리예술마을 하늘마당공원에서 관연절 상연을 체험하는 관연장을 열었다. 공원 한쪽 정자 평상 위에 오이채 만두인 ‘과사두’와 어린 연잎으로 빚은 만두인 ‘녹하포자’ 등 안줏거리를 차려놓고 정정기 식색교육연구중심 대표가 관연절에 대한 소개와 함께 벽통배를 시연해 보였다.
가족과 함께 이날 체험에 참가한 정수빈(26)씨는 “줄기를 통해 빨대처럼 빨아들여야 하니 술을 마시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이 마시는 이에게 집중하게 돼 함께 웃고 떠드는 순간이 즐거웠다”며 “술과 음식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수빈씨와 함께한 아버지 정상진(61)씨는 “연잎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은 맛임에도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고전을 통해 꽃과 잎, 음식과 술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발굴되길 바란다”고 했다.
부부가 함께 참여한 정재학(52)씨가 “(우리 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민족인 것 같다”고 하자 아내 박혜림(43)씨는 “관연절은 성인 남성 그리고 양반 중심 문화인 것 같다. 연꽃이 한창인 때 여자와 서민은 연꽃으로 무엇을 하고 놀았을지 궁금하다”고 맞받았다. “연잎을 비녀로 뚫는 것부터 기발하고 신선했고, 연잎 향이 싱그럽고 술도 맛이 좋았다”는 박씨의 말에 정씨는 “연꽃을 보러 시흥이나 파주 심학산에 새벽같이 가볼 예정”이라며 “가을에는 전북 정읍에 만들어놓은 연지가 잘 있는지 가봐야겠다”고 화답했다.
동생 부부와 함께 온 박혜원(47)씨는 “관연절에 사용하는 술은 제철 재료로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 가져와 마셨다는데, 우리 조상들은 1년 내내 쉬지 않고 놀이든 생활을 위한 것이든 무언가를 계속하며 바쁜 삶을 보냈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엄마 차에 실려 어디 가는지 모르고 왔다”는 박씨의 딸 홍이지(16) 학생은 “돈가스 사준대서 따라나섰다가 치과에 끌려온 기분”이라면서도 “연꽃 피는 여름에 관연절 상연을 했다면, 다른 절기에도 그에 맞는 즐거움과 조상의 지혜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궁금증을 드러냈다.
해마다 연꽃축제가 열리는 경기도 양평에서 생태·환경 강사로 일하는 서은정씨는 “푸른 연밭을 바라보며 연꽃잎에 술을 받아 마신 해어배가 특별한 경험”이라며 “연씨방을 갈아 넣은 연잎전과 어린 연잎 만두에 마무리를 장식한 연꽃차까지 자연을 먹고, 마시고, 즐기며 배운 기억이 오래 남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하늘마당공원부터 헤이리 연지까지 연잎을 들고 오가며 펼쳐진 관연절 상연은, 경북 상주 함창(현재 공검면 양정리)의 연꽃 호수 ‘공갈못’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채련요’라는 노동요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채련요는 ‘연밥 따는 노래’ 또는 ‘상주 모심기 노래’라고도 국내외에 알려졌다.
“상주 함창 공갈못에/ 연밥 따는 저 처자야/ 연밥 줄밥 내 따줄게/ 이내 품에 잠자주소/ 잠자기는 어렵잖소/ 연밥 따기 늦어가오”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는 데는 풍류와 함께 연심(로맨스)이 제격인 듯싶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정정기 식색교육연구중심 대표가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하늘마당공원에서 관연절 상연 체험 참가자들에게 벽통배를 시연하고 있다.

관연절 상연 참가자들이 경기 파주 헤이리 연지를 돌아보고 있다.

연꽃이 떨어진 뒤 남은 씨방. 정정기 대표는 여기에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을 ‘개구리 연방배’라 이름 붙였다.

관연절 상연 체험이 끝난 뒤 비가 내리자 정수연(왼쪽)·수빈 자매가 연잎을 우산 삼아 비를 피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정정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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