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4호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짜 보수가 판치는 나라에서 나쁜 방향이 아니라면, 굳이 흠집 내기 꼬집을 필요가 있을까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을 다룬 한겨레21 제1553호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 정당이고, 지금처럼 극우가 득세하는 정치 지형에선 더 오른쪽으로 확장할 수 있는데 왜 비판하느냐는 반응입니다.
제1553호 표지이야기는 민주당의 중도보수 선언을 ‘굳이 흠집’ 내는 기사가 아닙니다. 거대 양당 체제가 오래 독식해온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진보’로 인식돼왔고 실제 진보적 정책도 펼쳐왔던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진보라는 외피를 던져버렸을 때 남게 될 공백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극우가 판치는 한국 정치에 진보 정치가 당장 필요한지를 묻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진보정당과 진보 정치는 꼭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엔 늘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저소득층 시민들과 함께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권리의 주체로 보는”(권영국 정의당 대표) 것이 진보 정치입니다. 이들을 위한 정치는 극우를 막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누구든 하루아침에 사회·경제적 약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운영하던 가게에 적자가 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회 구조적 병폐가 쌓여 발생한 참사나 이익만을 좇다 발생한 산업 재해, 모르는 사이 찾아온 전세사기 등. 시민들을 약자로 만드는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이태원 참사를 취재할 때 한 유가족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늘 보수정당을 지지했는데, 참사 이후 정부나 여당 어디에서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살고 싶어서, (시민단체에서) 내미는 손을 잡았다.”
2024년 3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25명이 녹색정의당에 입당했습니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를 겪어보니 꼭 필요한 당”이라고 했습니다. 거대 양당이 외면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이야기를 들어줄 때, 마지막 남은 동아줄이 녹색정의당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세사기 특별법을 가장 먼저 발의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에선 “민주당이 소수자랑 약자를 위한 정당은 원래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보란 듯이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진보 정치 소멸의 신호탄처럼 보입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진보정당의 역할을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에 그런 정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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