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당대표가 대통령 윤석열의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던 2023년 9월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벽에 민주당 출신 김대중(왼쪽부터),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안희정 이런 분들은 중도 입장을 고려하는데 나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걸 싫어한다. 중도 확장에 도움이 안 되니 생각을 숨기고 어정쩡하게 국면을 넘어가는 것은 표를 훔치는 것이다. 진보가 유능함을 증명하면, 내가 판교와 분당에서 지지율이 높아졌듯 ‘깨끗한 진보’를 선택한다.”(2017년 1월20일 기자간담회)
“실제 민주당은 진보정당이라 하기 어렵다. 최대로 쳐도 중도좌파이고 내가 보기엔 오히려 중도보수에 가깝다. (내 경우도) 총량 전체를 따져 ‘진보색이 더 많냐 보수색이 더 많냐’ 한다면 보수의 색깔이 더 많다.”(2021년 12월25일 연합뉴스TV 인터뷰)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 헌정질서 파괴에 동조하는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 민주당은 ‘예외적 집권’을 할 게 아니라 ‘제자리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2025년 2월18일 정치 유튜브 ‘새날’ 인터뷰)
광고
당내 경선 후보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때부터 유력 대권 후보이자 당대표 자리로 수직 이동한 지난 8년여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발언들이다. 자신을 ‘깨끗하고 유능한 진보’라고 했다가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라고 표현했으니 ‘말 바꾸기’라 볼 수 있지만 묘한 공통점도 읽힌다. 변방에서 주류로, 거기서 ‘주류 굳히기’로 나아가는 방향성이다.
2025년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은 맥락상 하나의 ‘선언’처럼 읽히며 정치권 안팎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성남시장이었던 2016년 ‘박근혜 탄핵’을 누구보다 먼저 주장하며 2017년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민주당에서 가장 왼쪽에 자리한 후보’로서 ‘진보 과잉’이란 평가까지 들었던 그가 이제 ‘중도보수’의 아이콘으로 또 다른 대통령 탄핵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극우화로 ‘텅 비어버린’ 합리적 보수와 중도보수를 대변하겠다고 나서는 민주당의 행보를 보며 ‘텅 비어버릴지 모를’ 진보정치의 자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의 자리로 내쫓고 민주당의 ‘제자리’를 찾겠다는 이 대표의 선언은 한국 정치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진보정당을 지지하면서도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집권을 막고자 가족 모두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지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이번 ‘중도보수’ 발언 이후 더는 ‘진보 대신 민주당’에 투표해야 할 이유를 상실했다. 배우자는 그래도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는데 나는 기권해야 하나 고민이다.” 한 40대 진보정당 지지자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 대표의 발언 이후 한국 정치에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이며, 민주당과 진보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광고
이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은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노동시간 예외 허용 검토,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주장 등 최근 ‘우클릭 행보’로 보이는 그의 정책 추진에 대한 질문 끝에 나온 답변이다. 3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윤석열 탄핵을 인용할 경우 급격히 펼쳐질 대선 구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우클릭 전략’인지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그는 ‘원래 그 자리였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원래 그 자리.’ 이 대목에서 혼돈과 고민의 갈래는 퍼져나갔다. 우선 민주당 내에서 반응했다. ‘맞는 소리’라는 말부터 ‘무슨 소리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이념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보수적인 스탠스가 맞는다”고 말했고, 정동영 의원도 “유럽식 기준으로 따지면 중도보수”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극우를 넘어서 비상식적이고 폭동을 선동하는 세력으로 전락하고 있으니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층과 중도보수층까지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과 진보운동을 하다 민주당에 합류한 인사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민주당은 중도보수정당이 아니며 이것을 용인하면 앞으로 숱한 의제에서 물러서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총선 낙선·낙천자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총선에서 진보 개혁을 외치며 표를 얻었는데 갑자기 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하니 그의 정치철학에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움찔했다. 가뜩이나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극우로 쏠려 있는 상황인데 잘못하다가는 보수의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2월24일 “이재명 대표가 지금 왼쪽에서부터 중원으로 그냥 거침없이 막 쳐들고 오는데 우리는 저 오른쪽 끝에 바글바글 모여가지고 뭘 하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중도층이 10%나 떨어져나갔다는 여론조사(한국갤럽, 2월21일)가 발표된 직후였다.
광고
유튜브에서의 ‘중도보수’ 발언이 알려진 뒤 이 대표는 거듭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발언 다음날인 2월19일에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정당”이라며 “민주당은 원래 진보정당이 아니다. 정의당, 민주노동당 이런 데가 진보정당”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밤에는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국민의힘을 보수라고 불러주지만, 지금은 거의 범죄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가 보수정당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의 역할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민주당 내부와 지지층에서도 반발하고 국민의힘도 공격하고 나서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해서 메시지를 냈다. 2월23일에는 ‘좌파? 우파? 국민은 배고파!’라는 짤막한 메모를 올린 데 이어 같은 날 ‘지지자 여러분 비난을 멈춰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긴 글을 통해 “지금 우리 모두는 유례없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헌정파괴’에 반대하는 ‘헌정수호’ 세력이 모두 힘을 합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없다”는 말로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선거를 위한 ‘우클릭’이라는 논란이 크게 일자 2월25일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1시간30분 동안 생방송으로 대본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클릭이 아니라) 생각은 똑같은데 상황이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3년 사이에 너무 많은 게 바뀌었다. 이 사회에 희망이 사라졌고 완전히 예측 불가한 사회가 돼 정부 역할이 좀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기업 규제에 대한 생각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규제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기업) 발목을 잡는 측면이 좀 많이 인식돼서 그런 것들을 좀더 많이 합리화해야겠다”며 “분배냐 성장이냐 얘기하는데 나는 양면을 다 가진 사람이고 시점에 따라 어떤 걸 더 강조하느냐의 문제다. 노동시간을 장기적으로 줄여야 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너무 많이 망가졌으니 회복시키자, 그래서 회복과 성장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민주당이 보수인가 진보인가의 문제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치지형에 기대 설명할 수 있다. 정치학자인 김경미의 2009년 논문 ‘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에 대한 이론적 좌표설정 모색’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서구의 경험과 달리 어떤 특정의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의 내용과는 무관하며 좌파와 우파는 현존하는 지배적인 이념과 제도를 비판·극복하고자 하는가 아니면 옹호하는가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인 개념으로 작동해왔다는 의미다.
실제 민주당이 추구해온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국가, 남북 평화는 진보부터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가치다. 민주당은 1955년 9월19일 창당돼 신민당(1967년), 신한민주당(1985년), 새정치국민회의(1995년), 새천년민주당(2000년), 열린우리당(2003년), 그리고 2016년부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2024년 11월 내놓은 ‘민주당의 역사와 정치철학’ 보고서를 보면, 1955년 창당 당시 민주당은 중도정당 14개(미군정의 분류상 중간우익 5개, 중간 4개, 중도좌익 5개)가 결집한 민주국민당을 중심으로 ‘중간세력’을 모아 출발했다. 이 보고서는 민주당을 전세계 중도진보정당의 주류 노선에 부합한다고 분석했지만 “민주당은 비록 보수적인 정당이었지만 상당히 진보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도 함께 담았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뒀던 1997년 7월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시작 때부터 중도우파를 표방했다”고 밝혔고,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2015년 8월 당대표로서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정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당정치의 역사는 보수 일변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의 2001년 논문 ‘한국의 사회운동과 진보정당 건설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한국의 정당은 진보 대 보수라는 대치선에서 그 이념과 정책을 가르기가 매우 어렵다”며 “한국전쟁과 분단에 따른 반공 이데올로기의 경직성, 성장과 안보의 미명 아래 등장한 권위주의 정권의 출몰 속에 진보-보수 정당체제를 갖지 못했고 이후 보수 일변도의 기형적 정당 구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 이후 ‘민주당은 중도보수가 맞다’라는 반응이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의 민주당 정책을 봤을 때 민주당은 보수 포지션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이종란 반올림 집행위원장), “진보정당의 공백에 민주당이 진보정당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언제나 보수정당이었다”(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이다.
문제는 맥락이다. 이 대표가 ‘진보의 재구축’을 이야기하기에 현실 정치의 모습은 참혹하다. 이 대표는 이해찬 대표가 당을 이끌던 2020년 총선 당시 민주당까지 위성정당을 띄워 거대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한 것에 대해 “우리가 위성정당이라고 하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여야가 힘들여 합의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실제로 한번 작동도 못해보고 다시 후퇴해버린 것 같다”며 “위성정당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자신이 대표로 이끈 2024년 총선에서도 다시 위성정당을 띄워 진보정당이 설 자리를 더 좁게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6당 의원들이 2025년 2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명태균 특검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진보정당의 영역이 좁아진 상황에서 던져진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발언은 진보 의제의 입법 가능성을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다. 2월22일 민주당 최고위원인 주철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희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추진한 적이 없고, 추진하고 있지도 않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대표적인 진보 의제 중 하나인 차별금지법에 대해 명확하게 “추진하지 않는다”고 공표한 것이다.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아동학대 대응팀장은 “그간 민주당에 주어진 진보적 의제들이 불편했음을 고백하며 계층적으로는 중산층 이상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자리잡겠다는 선언은 아닌지 살피게 된다”며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규정이 자칫 불평등 관행을 개혁하고, 진보적 가치를 실행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하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 의제라는 게 실제로는 우리 사회의 일반 서민들 또는 사회적 약자들이 먹고사는 문제하고 바로 직접 연결된 사안이다. 결국 성장에 방점을 찍은 민주당의 정책 지향은 필연적으로 친기업과 수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노동자 권리와 내수에 의존하는 자영업자 등의 삶은 방치될 우려가 크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의 말이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할 주체(민주당)의 성격이 진보 시민사회하고 갈리는 상태에 대해서, 과연 민주당을 믿고 힘을 모아서 사회 대개혁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논의가 복잡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진보 정치 공간을 모두 없앤 다음 진보정당이 알아서 공간을 만들라고 하려면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게 제도를 해킹한 것부터 인정하고 되돌려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되묻는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언어도단이고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정말로 진보가 재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치개혁 의제를 같이 말해야 한다. (그런 건 없이) ‘해볼 수 있으면 해봐’ 이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무주공산인 ‘진보’ 표에 대한 자신감도 읽힌다. 실제 이 대표의 발언 직후인 2월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진보층의 결집력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가도 제일 왼쪽의 표까지 다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보는 거 같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의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위협이 되는 정당이나 진보 지도자가 없기 때문에 저렇게 이제 막 지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혜영 전 의원은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다른 선택지로서의 진보가 궤멸한 상태”라고 말했고, 장하나 전 민주당 의원은 “대선 공간에 진보 후보가 출마하고 의미 있는 단일화가 이루어지기엔 시간이 부족해 안타깝게도 정당 지형의 양극화가 지속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025년 2월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옴짝달싹할 수 없는 구도 안에서 나온 ‘민주당은 중도보수’ 선언은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의 영역에 큰 숙제를 남기게 됐다. 당장 3월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이 파면되고 바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거대 양당 체제의 정치 지형을 바꾸긴 어렵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구경만 할 순 없다고 진보정당들은 말한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차별과 혐오, 불평등에 맞서 싸우는 광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필요성을 고민하고 있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우리도 출마해야 한다는 의지 등을 모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4%를 넘긴 정의당은 대선 후보를 낼 경우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다.
허승규 안동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21세기형 진보라는 생태와 노동, 평화 등의 가치는 그나마 정의당이나 녹색당 정도가 표방하고 있지만 원외 정당”이라며 “현실 정치 세력으로서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형성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서 진보 어젠다를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든지, 조국혁신당이든 정의당이든 당 바깥에서 진보 영역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보운동 영역의 고민도 깊다. 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은 “민주당의 진보·보수를 넘나드는 이중적 태도가 노동자·서민을 현혹하기도 했는데 이번 기회에 진보정당들과 민중, 탄핵 광장에 새로 등장한 시민이 단결해 진보의 영역을 차지하고 진보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집행위원장은 “노동운동 등 진보 진영은 대기업 위주 정책만 펴는 민주당에 기댄 정치가 아니라 경제위기 속에서도 노동자·서민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 대안, 진보 진영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지금 한국 사회의 극한의 갈등과 국제 환경의 불안정성을 염두에 뒀을 때 향후 가장 큰 위험은 경제적 불안과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이 커져서 극우의 토양이 확대되는 일”이라면서도 “중도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 넓은 유권자층을 포용할 책임과 기회를 갖게 된 민주당이 혹시라도 ‘부유층과 중산층의 정당’으로 이동하게 되면 원내에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게 돼 한국 민주주의 전반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 모두 그 아슬아슬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대선 출마 이재명, 당대표 사퇴…“국민과 역경 함께하겠다”
한덕수는 헌재에 ‘윤석열 스파이’를 심었다 [4월9일 뉴스뷰리핑]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윤 파면, 헌재 내부 상당한 논쟁 있었던 듯”
“김건희 면박에 강아지 안고 웃기만”…윤석열 캠프 대변인 증언
[속보] 대통령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방지법 법사위 통과
“‘위헌적 월권’ 한덕수 탄핵 말고 다른 방법 없어” 헌법학자들 촉구
홍준표 “용산 대통령실은 불통·주술의 상징…다시 청와대로”
트럼프 “원스톱 쇼핑”…‘한국 관세·방위비’ 연계 협상 포문
마은혁 헌법재판관 취임…“민주공화국 흔들리지 않도록 힘 보태겠다”
[단독] 최재해·유병호 말싸움…윤석열 탄핵에 각자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