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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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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대장’이냐 ‘왕’이냐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패 또는 무능을 가리키는 게이트, 앞으로 양쪽 진영의 네거티브 혼전이 펼쳐질 가능성 커
등록 2021-10-11 06:31 수정 2021-10-12 14:51
2021년 10월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지구 전경. 일부 아파트는 완공돼 입주가 진행 중이고, 상가와 빌라 등 생활시설에 대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2021년 10월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지구 전경. 일부 아파트는 완공돼 입주가 진행 중이고, 상가와 빌라 등 생활시설에 대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정우 선임기자

제20대 대선을 ‘민주화 이후 최악의 대선’이라고 부르는 데 반대할 유권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5개월이나 남았는데도 그렇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두 유력 후보의 ‘비호감도’가 6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맥없이 나가떨어진 진보정치에 기대할 바가 없어서도 아니다.
10월7일 현재 여당 경선의 허들을 넘고 본선 링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권 교체라는 보수 진영의 기대를 끌어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민의힘). 두 후보는 모두 ‘관리될 리스크’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스캔들의 복판에 서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다급해진 추격자가 1위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그러나 여야의 유력 주자가 모두 검증의 진흙탕에 빠져 서로의 얼굴에 묻은 검댕만을 가리키는 진풍경은 일찍이 선거사에 없었다. 게다가 두 스캔들 모두 폭발력이 강력하다. 불과 4년 전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지사가 치적으로 알려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면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이름에 맞춤한 대형 개발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그가 대장동 개발이라는 중책을 맡긴 산하기관 간부는 구속됐다. “1원도 받은 적 없다”는 해명이 있어도 유권자들의 마음에 의구심이 일렁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야권·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며 총장에게 직보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으니 이 또한 사건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대장동 게이트의 주요 등장인물이 윤 전 총장의 부친 집을 사들인 사실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남아 있다.
3·9 대선까진 5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정치의 시공간에선 하룻밤 사이에도 역사가 새로 쓰이지만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 게이트, 두 스캔들의 정치적 파장은 쉬 잦아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 길고 실망스러울 선거전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두 게이트의 법적·정치적 전망을 짚어봤다. 대선마다 불거지곤 했던 권력형 스캔들에서 유력 주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마침내 권좌에 앉았는지도 돌아봤다._편집자주

대선을 앞둔 정가의 눈이 주요 후보들의 캠프가 자리잡은 서울 여의도 대신 서초동(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경기도 과천 중앙동(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 대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2021년 10월6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던 정 의원은 ‘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보냄’으로 텔레그램에서 전달된 고발장과 같은 내용의 고발장 초안을 당 쪽에 전달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으로 고발당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입건했다.

게이트가 휩쓸어도 진폭 크지 않아

같은 날,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벌어진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실무자인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10월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차례로 조사하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두 사건은 메가톤급 게이트로 번질까, 관리 가능한 리스크 수준에 머물까. 수사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 중요한 건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명운을 결정할 칼자루를 쥔 게 수사기관이란 사실이다.

대형 악재에도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크게 빠지지 않고 오차범위 안에서 움직이며 경합 중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10월1~2일 전국 성인 1006명을 조사해 10월4일 공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이 지사는 28.3%, 윤 전 총장은 28%를 얻었다. 이 지사는 지난주보다 1.7%포인트 떨어지고, 윤 전 총장은 0.9%포인트 올랐다. ‘대장동 게이트’가 정국을 휩쓴 가운데 나온 조사 결과임을 고려하면 진폭이 크지 않다. 핵심 지지층을 뺀 유권자가 아직은 언론보도와 수사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관망 중인 거로 볼 수 있다. 10월 하순께 매듭지어질 수사 결과에 따라 두 주자의 표정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두 사건 모두 매일 쏟아지는 내용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명하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묵인 또는 승인, 지시한 앞뒤 정황이 있느냐다. 경우에 따라 두 후보의 책임이 도의적 책임에 그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법적 책임까지 확장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중책을 맡겼던 이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대형 스캔들에 휘말린 이상 ‘정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정치학자는 “흔히 하는 말이지만 ‘알았다면 부패,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후보들과 가까이 있는 이들이 벌인 일이다. 중용해 쓴 사람이니 측근이냐 아니냐를 갖고 논쟁할 일도 아니다. 개인 사업체도 아니고 한 명은 임명직 공직자(윤석열)로, 한 명은 선출직 공직자(이재명)로 복무할 때 벌어진 일이니 유권자로선 이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의구심이 들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10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배임죄 피해 가나, 공범인가

‘대장동 게이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직하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 대장동 민관 공동개발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성남시 쪽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수익을 몰아주도록 배분 구조를 설계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가 대주주를 맡은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김씨 지인들이 투자한 업체 천화동인이 4천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긴 데 이어 분양이익도 거두고 있어서다. 구속된 유동규씨는 화천대유 쪽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개발로 챙길 수 있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사업 협약에 넣지 않는 등 성남시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뇌물 수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유씨의 구속영장에는 그가 김씨 등으로부터 받은 8억원의 뇌물액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금, 이혼 위자료 등을 마련하려 빌린 돈”이라는 게 유씨 쪽의 주장이다.

야당은 “이재명 지사가 설계자고 유동규는 실무자였다”며 이 지사를 배임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로 가장 먼저 구속된 유동규씨는 2010년 이재명 지사의 첫 성남시장 선거를 도왔고 이 지사가 경기도에 부임한 뒤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산하기관 중간 간부를 측근이라고 하면 측근이 미어터진다”는 이 지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거듭 중책을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사이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지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지사에게 배임죄를 물으려면 높은 예상 수익을 성남시에 유리하게 배분할 수 있는데도 이를 포기하는 등 회사(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제3자에게 이득을 안겨주려 한 정황이 드러나야 한다.

법조계의 판단은 엇갈린다. ㄱ변호사는 “통상 배임죄는 나름의 분석과 전략에 따른 경영적 판단이라고 주장하면 무죄 판결이 많이 난다. 유동규가 뇌물을 수수한 거로 확인되더라도 이 지사가 이를 알면서 방치했다는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으면 공범으로 묶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유씨와 이 지사의 친분 관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시장에게 보고하고 시장이 사업을 승인 혹은 묵인했던 구조가 밝혀지면, 사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이 지사가 유씨의 공동정범으로 묶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등 야권 일각에선 천문학적인 대장동 개발이익 일부가 이 지사의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재명 캠프 쪽은 되레 “검찰의 자금 추적이 더디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거리낄 게 없다는 취지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이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건이 나왔잖나. 당시 정치적 환경은 중앙정부도, 광역정부도 현재 야당(국민의힘)이 다수라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가 뒷돈을 챙겨선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돈을 챙겼는지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게 수사의 급선무”라고 말했다.

윤석열, 작성 관여 밝혀지나, 침묵 일관인가

수사 과정에서 유동규씨 등으로부터 ‘이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수준의 주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10월7일 현재 이 지사의 본선 가도는 확실시된다. 10월3일 2차 선거인단까지 득표를 취합한 결과 그는 누적 득표율 54.90%를 기록해 이낙연 전 국무총리(34.33%)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이변이 없는 한 10월10일 본선행 티켓을 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혹여 이 지사가 ‘대장동 게이트’에 연루돼 기소될 경우에도 ‘후보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대선 전에 대법원 확정심까지 가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다 통상 선수교체론은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나온다”(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 상황은 조금 다르다. 국민의힘 경선 일정이 더딘 탓이다. 11월1일부터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해 이 결과를 50%씩 합산하고 11월5일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선출한다. 공수처는 야당 경선이 끝나기 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경선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홍준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만큼 경선 막바지까지 당내 경쟁자들의 검증 공세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2020년 총선 시기에 검찰 조직을 이용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 역시 고발장 작성·전달 과정에 윤 전 총장이 이를 인지하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다.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총장의 직계조직으로, 매일 총장에게 직보하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고발장 전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이미 수사에서 드러났다. 최근 공수처가 제보자 조성은씨의 휴대전화를 감식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씨에게 전화해 “(윤석열 총장에게 비우호적인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대검에 접수하라”고 고발장 접수를 부탁한 통화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자기들(손준성과 김웅)끼리는 동기니까 통화할 수 있지만 나는 전혀 보고받거나 알지 못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고발장에 피해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윤 전 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입건해 수사 대상에 올린 상태다.

어떤 게이트 파괴력이 더 클까

ㄴ변호사는 “총장과 총장의 아내(김건희씨)를 피해자로 하는 고발장을 당사자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작성하긴 어렵다. 그 과정을 확인하면 총장의 지시 여부에 대해선 실마리가 풀리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ㄷ변호사는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까지 보고됐다는 증거가 나오기도 어려운데다 당사자끼리 이해 다툼을 할 여지가 없으니 어느 선에서 입을 다물면 끝이다. 실체가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손 검사는 “저로서도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개입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수사 결과 두 후보 모두 각각의 스캔들에 연루된 사실까지 확인되지 않은 채 본선에 오른다 해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양쪽 진영의 네거티브 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가 현재 핵심 지지기반인 25~30%의 지지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본선에서 40~50%가량의 중원을 잠식해야 하지만 ‘게이트 정국’이 펼쳐지면서 이미 거친 말싸움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을 마주하자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과거에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 판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며 제보자를 인신공격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1일 1실언’을 이어간다는 평마저 나온다.

이 지사는 본선 이후 취해야 할 ‘중도 확장 전략’과 진보 진영을 끌어들일 전략에서 두루 흔들리고 있다.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선거가 진영 대 진영의 대결이 된다면 정의당 없이 민주당이 승리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대장동 이슈가 제기됐고 이 지사가 설득력 있게 소명하지 못한 이상 ‘최대치’를 종합하는 데엔 타격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선에선 중도화로 가는 게 정석이고 이재명 캠프 역시 그런 계획이었던 거로 아는데 모드 전환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캔들을 둘러싼 각 후보의 손익계산서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대장동 게이트’가 대중에게 가닿는 파괴력이 ‘고발 사주 게이트’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부동산 관련 이슈는 현 여권의 아킬레스건이고 유권자에게 쉽게 다가온다. 반면 고발 사주 의혹은 여권 일부에 대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거라서 여권 핵심 지지층이 아니면 반응하기 어려운 이슈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해 검찰 차원의 공모를 벌인 일이 드러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대장동 이슈의 파괴력을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윤태곤 실장은 “고발 사주 의혹이 여권과 윤석열 검찰이 벌여온 전쟁의 연장전 느낌이라면 대장동 이슈는 그간 이 지사의 리스크로 거론돼온 ‘가족 이슈’ 등과는 달리 새롭게 들여다볼 내용이어서 대중에게 폭발력이 더 강하다”라고 짚었다.

남은 대선정국 내내 후보 간 정책 대결이나 미래 비전을 토론하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란 암담한 전망도 나온다. 양당이 서로를 향해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 게이트’가 블랙홀처럼 정국을 빨아들일 것이란 취지다. 이종훈 평론가는 “‘유동규가 다 했다’ ‘손준성에서 끝났다’고 한다면 그 결과를 양쪽 진영이 수긍할 수 있겠나. 어느 쪽도 서로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 채 대선까지 공방이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가 드러내는 정치의 수준

게이트 정국이 대선을 넘어, 새로 출범할 정부와 차기 총선 등 향후 몇 년의 정치에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사가 미진하다면 특검 갖고 줄다리기할 것이고 혐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느 당이든 내분의 소지도 생길 것이다. 결국 2024년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거고 국회에서 새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시도마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정치를 진지하고 차분하게 보기보다 나를 속 시원히 대변하느냐 마느냐의 대리만족으로 판단해온 결과가 아니겠나. 전례 없는 정치의 퇴보를 보고 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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