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추운 겨울에 관심이 필요하다.
수요일. 자동차 열쇠를 돌리니 엔진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4년 탄 차가 벌써 낡았나?’ 재차 열쇠를 돌려도 자동차는 깨어나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 이미 보험사 긴급출동으로 방전된 배터리를 한번 충전시킨 터였다. 긴급출동 서비스 직원은 “일주일 내에 또 방전되면 배터리 교체를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차 사고 배터리를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목요일. 와잎님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주말, 대형마트에 가기 위해 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의 밧데리가 다 됐나봐요~.’
금요일. 보험사가 예전에 보내준 프로모션 문자가 생각났다. 스마트폰에 온 문자메시지의 인터넷 주소를 누르니 바로 배터리 출장 교체 회사와 연결됐다. 물어보니 큰길 주유소에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비센터보다, 동네 카센터보다 값이 쌌다.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직거래의 장점일까.
상담원은 내 차종(i30)을 묻더니 수입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넣어야 한다고 했다. ‘엥, 차는 순수 국내 혈통인데 배터리는 외산?’ 상담원은 그래도 싸다며 ‘72DL’(배터리 용량)로 예약했다. 하지만 이른바 ‘호갱’님이 될 순 없었다. 현대자동차 홍보실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i30 배터리로 수입차용을 쓴다면서요?” “뭔 얘기예요. 그냥 60암페어급 넣으면 돼요.”
토요일. 배터리 교체 직원이 도착했다. 차 후드를 열어보더니 72DL이 아니란다. 직원은 60AH 배터리를 가져와 넣었다. ‘소비자 X파일 같은 기사 쓰려 했는데 틀렸네.’ 가격도 72DL보다 쌌다. 공부한 티를 내려고 원래 있던 배터리를 봤는데 인디케이터가 없다. 자동차 블로그에서 ‘인디케이터가 녹색이면 정상이고, 흰색이면 방전’이라고 했다. 헛공부했다. 직원은 “공장에서 출고된 차들은 전부 인디케이터가 없는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그럼 어떻게 알고 교체하나? 자동차부품 업체 보쉬는 “일반 승용차의 배터리 교체 주기는 3년에서 5년 정도로, 평균 주행거리 약 5만km에서 바꾸면 된다” 고 했다. 특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배터리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난 4만km도 안 뛰었는데? 직원은 차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보더니 ‘상시용’이냐고 물었다. 그렇다 하니 혀를 찼다. 그는 “2~3년 새 배터리를 교체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블랙박스가 배터리를 소모시킨다. 우리야 블랙박스 쓰는 차가 많으면 장사되고 좋지만”이라고 웃었다. 전기 먹는 새 친구(블랙박스)를 들여놓고도 배터리에 무관심했구나. 부르릉!
이완 기자 wani@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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