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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 폐쇄 1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못살, 몸살, 몽상’… ‘평화의 마을’로 서둘러 포장하기 앞서 던져야 할 질문들, ‘진실은 무엇인가, 기억은 무엇인가’
등록 2015-08-26 17:37 수정 2020-05-03 07:17
윤승준. 고온동 풍경1. 2015년 2월

윤승준. 고온동 풍경1. 2015년 2월

윤승준. 고온동 풍경2. 2015년 2월

윤승준. 고온동 풍경2. 2015년 2월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쿠니사격장 폐쇄 1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못살, 몸살, 몽상’은 반세기 넘게 몸살을 앓아왔던 매향리의 기억을 이야기하기 위해 기획됐다. 중앙이 아닌, 지역적 민주주의를 개화시킨 매향리 주민운동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과 폭격장이 폐쇄되고 10년이 지난 2015년 현재의 매향리를 여섯 명의 작가, 여섯 개의 시선으로 교차해보았다. 54년간의 폭격으로 ‘못살’았고, 다시 긴 주민운동 기간 동안 ‘몸살’을 앓았지만, 그 모든 상흔과 함께 매향리는 이제 ‘평화의 마을’로 거듭나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네 마을들은 ‘평화’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의미로 줄곧 쉽게 포장되어왔다. 그 속은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말이다. 상처와 피해를 철저히 생각하기보다 못살았던 기억 위에 평화를 내면화하는 것이 어쩌면 회복에 용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몸과 가족을 담았던 집과 마을 공동체에는 보이지 않는 기억이 축적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오랜 피해의 서사가 ‘매화꽃으로 향기로운 평화의 마을’로 신화화되기 전에 매향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매향리가 기억하려는 것은 무엇인지를 기억의 장르인 사진으로 다가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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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살, 몸살, 몽상’은 실제 사건이 벌어졌던 쿠니사격장 내 미군기지에서 열리는 최초의 사진전이다. 그 실체가 너무 거대하여 가늠할 수 없었던 분단 이데올로기의 구체적인 현장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당장 해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어려운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예술의 몫이 아니던가. 이미지 시대에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개인들은 이미지가 품고 있는 진실에 대해 묻는 것을 주저한다. 또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해 묻기를 그쳤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 어떻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기억의 주체는 누구이고,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사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이것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타인이 전하는 말들과 그들의 풍경을 기억하는 것은 이미지 시대의 사진을 보는/하는 이들의 책무가 아닐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 대답이 분명치 않더라도 ‘지금-여기, 이곳(매향리)’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이기에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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