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7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 멀칭 비닐을 덮은 감자밭에서 농민들이 농약을 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비닐과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비닐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창고에 쌓여 있어야 할 비료는 바닥났고, 교체하려고 뜯어둔 이중 비닐하우스의 비닐은 꽃바람에 나부낀다. 전쟁의 여파가 스민 봄, 그럼에도 농민들은 오늘도 밭으로 나간다.
40여 일 이어진 미국·이스라엘-이란의 중동 전쟁으로 정작 우리 농촌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비료와 비닐 등 영농 자재 수급이 막히고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26년 4월7일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에서 24년째 화훼농사를 짓는 임동진(54)씨는 “이중 비닐하우스 겉 비닐을 교체하려고 다 뜯어놨는데, 비닐 생산이 어렵다고 주문 자체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제 내린 비로 기온이 떨어져 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어린 백합이 죽지 않고 견뎌내주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오후,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은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료와 면세유 등 영농 자재 가격 폭등으로 농민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 대책을 호소했다. 이들은 “전쟁 대응을 위한 26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 가운데 농업 예산은 0.3%에 불과하다”며 “현장에서 절실한 비닐, 비료, 농기계용 면세유 지원이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영농철을 맞은 농협 창고도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춘천시 서면 서춘천농협에는 이맘때면 농가에서 주문한 비료로 가득 차 있어야 했다. 해상 수송로가 봉쇄되며 수입이 막힌 탓이다. 김용종 조합장은 “농작물에 필요한 요소 비료가 언제 들어올지 기약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인근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는 정귀숙(64)씨는 “아스파라거스는 비료와 물로 키운다”며 “지금처럼 비료를 제한해서 주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광판리에서 농사짓는 이선형(55)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밭에 퇴비를 뿌리던 그는 “노지 오이에 쓸 노끈과 망 등 자재를 미리 준비해두었지만, 지금 있는 걸 다 쓰고 나면 그다음이 걱정”이라며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멀칭 비닐을 덮은 감자밭에 농약을 치고 오이밭에는 거름을 주며 농민들은 묵묵히 한 해 농사를 준비한다. 불안과 부담 속에서도 손을 멈출 수는 없다. 봄은 이미 들녘에 와 있지만, 농민들의 계절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다. 텅 빈 창고와 찢긴 비닐하우스 사이에서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는 거다. 어느새 해거름이 내려앉고 새로운 햇살이 비춘 4월8일, 전쟁이 2주간 멈춘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4년째 화훼농사를 짓는 임동진(54)씨의 이중 비닐하우스 겉 비닐이 햇살 머금은 봄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예전 같으면 지게차가 이동할 공간만 남고 비료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 서춘천농협 창고가 비어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이 2026년 4월7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로 영농 자재비가 폭등하고 있다며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가운데 강원도 춘천시 서면 금산리 멀칭 비닐을 덮은 감자밭에서 농민이 농약을 치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광판리에서 이선형씨가 오이밭에 퇴비를 주며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교체하기 위해 겉 비닐을 뜯어낸 비닐하우스에서 간밤에 비가 와 떨어진 기온을 버티며 어린 백합이 자라고 있다. 농은 백합이 죽지 않고 잘 견디길 바랄 뿐이었다.
춘천(강원)=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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