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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그곳, 오늘과 15년 전으로의 여행

단종의 반천 년 비애는 예나 지금이나 영월 땅을 적시며 흐른다
등록 2026-05-14 22:01 수정 2026-05-17 08:02
2026년 4월25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관풍헌에서 열린 단종 국장 재현 행사에서 한 출연진이 지붕 기와에 올라 곤룡포(왕의 옷)를 흔들며 “상위복”을 세 번 외치고 있다. ‘상위복’이란 임금을 뜻하는 ‘상위’와 죽음길로 가지 말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라는 뜻의 ‘복’이 합쳐진 말이다. 관풍헌은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이 1457년 홍수를 피해 일시 거처한 곳인데, 그해 10월24일 단종은 이곳에서 죽었다.

2026년 4월25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관풍헌에서 열린 단종 국장 재현 행사에서 한 출연진이 지붕 기와에 올라 곤룡포(왕의 옷)를 흔들며 “상위복”을 세 번 외치고 있다. ‘상위복’이란 임금을 뜻하는 ‘상위’와 죽음길로 가지 말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라는 뜻의 ‘복’이 합쳐진 말이다. 관풍헌은 청령포에 유배된 단종이 1457년 홍수를 피해 일시 거처한 곳인데, 그해 10월24일 단종은 이곳에서 죽었다.


 

조선의 제6대 왕 단종은 문종과 현덕왕후 사이의 외아들이었다. 몸이 허약했던 아버지 문종은 재위 2년 4개월 만에 39살의 나이로 죽었고, 어머니 현덕왕후는 단종을 낳고 이틀 만에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단종은 열두 살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권을 빼앗긴 뒤 강원도 영월로 유배길에 올라야 했다.

그가 처음 도착한 청령포는 삼면이 강물에 둘러싸이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는, 그야말로 육지 속의 섬이다. 이곳은 최근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는 단종이 청령포와 영월에서 보낸 생의 마지막 4개월을 담고 있다. 2026년 2월4일 개봉한 영화는 5월1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683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 2위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문자나 말로는 전하기 힘든 어두운 역사의 한 단면을 영화라는 매체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더불어 ‘단종’을 열쇳말로 한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65%(예스24 등 주요 서점가 집계)나 급증했을 만큼 단종 서사는 세대를 초월한 화두가 되었다.

영월이 고향인 필자에게 청령포는 익숙한 곳이지만, 영화 상영 이후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단종문화제가 열린 2026년 4월25일 오후, 청령포를 건너려는 관광객의 행렬은 300m 이상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도 오산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아침 8시 ‘오픈런’ 끝에 겨우 배에 올랐다”고 전했고, 선박 운영 관계자도 “관람객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유배지 청령포를 감싸고 도는 강물은 단종의 눈물처럼 오늘도 굽이쳐 흐른다. 단종의 영정을 모신 영모전, 엄흥도를 비롯한 충신들의 영정이 있는 충절사 등 영월에는 후손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곳곳에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1928년 춘원 이광수는 역사소설 ‘단종애사’에서 “단종 대왕처럼 만인에게서 동정의 눈물을 끌어낸 사람은 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를 두고 보더라도 드문 일일 것이다”라고 적었다. 단종의 비애는 반천 년(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넘어서도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깊이 사무쳐 있다.

 

영월(강원)=사진·글 김봉규 사진가

 

*김봉규는 사진가이자 숲해설가다. 2010년부터 조선왕릉을 사진에 담고 있다. 왕릉 40여 기(개성 2기 제외)뿐만 아니라, 단종의 무덤 ‘장릉’과 유배지인 ‘청령포’ 등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남겨진 흔적에 애착을 두고 기록해왔다. 왕릉 기록이 나열식 도록 사진처럼 흐를까 경계하고 있다. 요즘은 숲의 언어를 전하는 숲해설가이자 사진가로 살아가고 있다. humanphotos@naver.com

 

 

2011년 1월14일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사람들이 꽁꽁 언 강을 걸어서 건너고 있다. 2026년 4월25일 선착장의 한 직원은 “기후온난화 영향인지, 최근에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두께로 강이 얼지 않아 겨울에도 배를 운항한다”고 말했다.

2011년 1월14일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사람들이 꽁꽁 언 강을 걸어서 건너고 있다. 2026년 4월25일 선착장의 한 직원은 “기후온난화 영향인지, 최근에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두께로 강이 얼지 않아 겨울에도 배를 운항한다”고 말했다.


 

2026년 4월25일 관광객들이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둘러본 뒤 배에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6년 4월25일 관광객들이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둘러본 뒤 배에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11년 4월30일 영월군 장릉(莊陵·단종 묘)에서 관광객들이 장릉과 주변 숲을 살펴보고 있다.

2011년 4월30일 영월군 장릉(莊陵·단종 묘)에서 관광객들이 장릉과 주변 숲을 살펴보고 있다.


 

2026년 4월25일 영월군 영월읍 영모전에 단종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2026년 4월25일 영월군 영월읍 영모전에 단종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2026년 4월25일 영월 장릉에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268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맨 왼쪽 아래 ‘엄흥도’(嚴興道)가 보인다.

2026년 4월25일 영월 장릉에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268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맨 왼쪽 아래 ‘엄흥도’(嚴興道)가 보인다.


 

2011년 4월30일 영월군 남면 광천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사람들이 소나무숲을 둘러보고 있다.

2011년 4월30일 영월군 남면 광천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사람들이 소나무숲을 둘러보고 있다.


 

 

 

 

 

 

2011년 10월3일 영월군 남면 광천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관광객들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2011년 10월3일 영월군 남면 광천리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서 관광객들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2026년 4월25일 영월 장릉에서 열린 제59회 단종문화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공연을 마친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년 4월25일 영월 장릉에서 열린 제59회 단종문화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공연을 마친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5년 4월26일 영월군 영월읍 관풍헌에서 열린 단종 국장 재현 행사에서 시민들이 흰말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흰말은 유교적 예법이 섞인 전통 관념에서 이승을 떠난 망자의 영혼이 저승까지 안전하게 타고 가시라는 예우의 상징이다.

2025년 4월26일 영월군 영월읍 관풍헌에서 열린 단종 국장 재현 행사에서 시민들이 흰말 행렬을 바라보고 있다. 흰말은 유교적 예법이 섞인 전통 관념에서 이승을 떠난 망자의 영혼이 저승까지 안전하게 타고 가시라는 예우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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