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해리 포터’ 전령이 현실로

맹금류 지키는 혹독한 날씨… 올빼미류 만나러 후룬베이얼을 가다
등록 2026-03-26 22:01 수정 2026-04-02 12:53
‘숲의 수호자’ 긴점박이올빼미가 중국 내몽골자치구 야커스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밤새 사냥을 마친 뒤 자작나무 끝에 앉아 쉬고 있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 덕분에 긴점박이올빼미는 북방의 타이가(침엽수림) 숲을 지배하고 광활한 설원 위를 비행하며 살아간다.

‘숲의 수호자’ 긴점박이올빼미가 중국 내몽골자치구 야커스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밤새 사냥을 마친 뒤 자작나무 끝에 앉아 쉬고 있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 덕분에 긴점박이올빼미는 북방의 타이가(침엽수림) 숲을 지배하고 광활한 설원 위를 비행하며 살아간다.


 

2026년 3월 초 한반도에선 볼 수 없는 북방의 거대한 올빼미류를 보려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후룬베이얼을 찾았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의 국경이 실처럼 이어지는 후룬베이얼 대초원은 거대한 ‘눈의 바다’였다. 영하 30도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눈 덮인 언덕을 오르자 작은 눈덩이 위로 눈 속에 숨어 있던 흰올빼미가 마법처럼 날아와 앉았다. 영화 ‘해리 포터'의 전령 ‘헤드위그’가 현실로 날아든 것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가로 반점이 섞인 깃털을 가진 흰올빼미의 노란 눈동자가 이방인을 알아챘지만, 북극 툰드라의 주인은 의연했다. 이곳 후룬베이얼의 평원과 구릉은 북극 툰드라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생태적 가교이자, 흰올빼미가 인간의 간섭 없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 아쉽게도 흰올빼미의 위대한 비행도 북위 40도 이남의 `열기' 앞에서는 멈춰 선다. 한반도 남쪽이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거대한 ‘열적 장벽’이기 때문이다.

눈 덮인 초원을 지나 나무와 숲을 향해 달려 주변 마을 야커스에 닿았다. 다싱안링(大興安嶺) 산맥 자락에 자리를 잡은 이곳이 시베리아 타이가(침엽수림) 숲의 남쪽 한계선이다. 겨울이면 영하 40도를 오르내려 중국에서 가장 춥다는 혹독한 날씨가 커다란 맹금류를 지켜내는 곳이다.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큰회색올빼미를 만났다. ‘타이가 숲의 유령'은 접시 모양의 얼굴로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한다고 하니, 숲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듯했다. 눈 덮인 가지에서 비상하며 차가운 설운(雪雲)을 일으키더니 1.5m에 이르는 날개를 가진 거구가 빽빽한 나무 사이를 능숙하게 비행했다. 이들의 비행은 한반도 최북단 지역에서 멈췄다. 분단이 그어놓은 철책이 사람뿐 아니라 숲의 정령들마저 갈라놓았다. 한반도 북쪽에서는 부리 아래 검은 무늬가 마치 수염처럼 보여 ‘수염올빼미’라는 별칭으로 부르지만 남쪽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숲의 수호자', 긴점박이올빼미는 광활한 숲 한가운데 우뚝 선 자작나무 가지 끝에 앉아 늦잠을 자고 있었다. 가슴과 몸에 세로로 난 검은 줄무늬가 자작나무 껍질과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곳의 긴점박이올빼미는 대륙의 주인다운 여유도 가지고 있었다. 광활한 타이가 숲을 지배하며 해가 저물면 설원을 유유히 날아 먹이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거대한 맹금류의 늠름한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파편화된 ‘하늘 섬’ 같은 고층 산림에 고립된 채 살고 있는 동족의 처지와도 너무 다르다. 이들의 자유로운 비행은 역설적으로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한의 환경이 보장해준 선물인 셈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새를 북쪽으로 밀어낼수록, 섬처럼 고립된 한반도에서 대륙의 숨결 같은 위대한 이들의 비행을 볼 기회는 잃어가는지도 모른다.

 

후룬베이얼(중국)=사진·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노란 눈동자의 큰회색올빼미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동심원 모양으로 겹겹이 쌓인 접시 모양의 얼굴은 미세한 소리를 모아 귀로 보내는 정교한 생체 레이더 역할을 한다.

노란 눈동자의 큰회색올빼미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동심원 모양으로 겹겹이 쌓인 접시 모양의 얼굴은 미세한 소리를 모아 귀로 보내는 정교한 생체 레이더 역할을 한다.


 

마법처럼 날아온 흰올빼미가 몽골·러시아 국경이 맞닿은 중국 후룬베이얼에서 눈 덮인 초원의 구릉 위를 날고 있다.

마법처럼 날아온 흰올빼미가 몽골·러시아 국경이 맞닿은 중국 후룬베이얼에서 눈 덮인 초원의 구릉 위를 날고 있다.


 

타이가의 소리 없는 사냥꾼, 긴점박이올빼미가 눈밭 위를 낮게 날고 있다.

타이가의 소리 없는 사냥꾼, 긴점박이올빼미가 눈밭 위를 낮게 날고 있다.


 

중국 내몽골 지역의 침엽수림에서 거대한 큰회색올빼미가 설운을 일으키며 날아오르고 있다.

중국 내몽골 지역의 침엽수림에서 거대한 큰회색올빼미가 설운을 일으키며 날아오르고 있다.


 

숲에서 쉬던 긴점박이올빼미가 날아오르고 있다.

숲에서 쉬던 긴점박이올빼미가 날아오르고 있다.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