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3월8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패럴림픽 남자 스노보드 크로스 SB-UL 우승자인 중국의 지리자가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의수를 쓰다듬고 있다. 지리자는 베이징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고개를 숙인 선수가 가슴팍 금빛 메달을 내려다보고 있다. 2026년 3월8일,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파라 스노보드 파크에서 열린 남자 스노보드 크로스(SB-UL) 시상대 위다. 중국의 지리자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어린 시절 왼쪽 팔꿈치 아래를 잃었지만 스노보드 위에서 그는 신체의 불균형을 속도로 바꾸는 법을 터득해왔다. 시상대 위에서 자신의 의수를 만지는 장면도 승리에 대한 환희보다는 설원에서 보낸 수천 번의 추락과 땀의 무게를 얘기하는 듯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패럴림픽이 3월15일 열흘간의 대회를 마쳤다. 14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55개국, 611명의 선수가 참가해 7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합했다.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테세로 등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분산 개최된 이번 대회는 기온이 오르며 눈이 녹아 악화된 상황 속에서 진행됐다.
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육체적 고통은 남다르다. 한국의 김윤지는 파라 바이애슬론 경기에서 좌식 스키 프레임에 하반신을 고정한 채 경기 내내 폴을 찍어 눌러야 했다. 스키와 근육이 맞닿는 자리는 마찰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스럽다고 한다. 양팔이 없는 스키 선수는 상체 반동만으로 눈과 공기의 저항을 뚫고 나간다. 이들에게 장비는 신체의 부족함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과 하나로 연결된 신체의 일부다. 출발선에 선 선수의 실루엣은 광활한 설원 위에서 지극히 외롭다. 오직 중력과 자신의 균형감각에 의지해 비탈진 면을 내려가는 경기에서, 아주 작은 오차는 곧장 전복으로 이어진다. 눈 위로 튕겨 나가는 선수의 모습은 패럴림픽이 단순한 복지나 축제가 아닌, 냉혹한 물리법칙과 싸우는 전문 스포츠의 영역임을 상기시킨다.
경쟁이 끝나면 경기장에는 다시 인간의 온기가 남는다. 국적과 장애 유형이 다른 세 선수가 결승선 뒤에서 서로를 껴안는 모습은, 같은 종류의 물리적 고립을 견뎌온 자들만이 나눌 수 있는 연대를 확인하는 의식이다. 아이스하키 링크에서 머리를 맞댄 선수들의 모습 또한 개별적인 결핍을 극복하고 모인 팀이 어떻게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지를 보여준다. 2026년 밀라노의 설원과 빙판에서 또다시 기계와 인간이 하나가 돼 고독과 연대가 교차하는 거대한 기록을 남겼다.
사진 연합뉴스·REUTERS, 글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파라 바이애슬론에 출전한 캐나다와 미국의 선수들이 결승선에서 힘든 레이스를 마친 뒤 서로의 어깨를 감싸 쥐고 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단일 대회 메달 5개'를 딴 김윤지가 파라 바이애슬론 여자 스프린트 좌식 경기가 열린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을 질주하고 있다. 좌식 스키의 프레임이 굴곡진 눈 면의 거친 진동을 선수의 몸으로 직접 전달한다.

팔이 없는 신체 조건에서 상체 기울기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중국의 왕천양이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스프린트 클래식 예선에서 힘든 경기를 치르고 있다.

파라 아이스하키 예선전을 앞둔 중국 대표팀 선수들.

알파인 스키 경기에 앞서 출발선에 선 선수가 홀로 슬로프를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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