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3일 오후 충남 예산 들녁에 마지막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예산/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윤석열 내리고! 쌀값은 올리고!’
2025년 10월23일 예당평야(충남 당진·예산) 들녘에서 만난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 트랙터에 이런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2024년 12월21일 윤석열 친위쿠데타로 분노한 농민들이 상경 투쟁했던 ‘남태령 대첩’에 이 회장도 함께했다.
“밤새워 같이했죠. 젊은 사람들, 정말 대단했어요.” 이 회장이 당시를 돌이켰다. 경찰에 막힌 농민을 응원하기 위해 그날 밤 영하 11도 강추위를 뚫고 시민 3만 명이 모였다. 다음날 오후 4시 경찰이 차벽을 철거했다. “우리가 이겼다.” 농민과 시민이 부둥켜안았다. 그 뒤로 윤석열은 내려왔지만, 도시 소비자 물가 부담을 이유로 농민이 들이는 생산비에 대한 고려 없이 무조건 쌀값을 끌어내리려는 몰염치한 농업 정책도, 시장 수요를 만들기보다 벼 재배 면적 감축 등 농민(생산)만 이리저리 쥐어짜는 구태도 그대로다.
“쌀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 쌀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없을 만큼 임금이 지나치게 낮은 것이 문제다.”
2025년 10월27일 농업협동조합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아네하 아키 일본 고마자와대학 교수는 2024~2025년 쌀 부족 사태와 예년보다 두 배가량 오른 일본의 쌀값 문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쌀값은 관점에 따라 쌀 수도 비쌀 수도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또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했을 때, 아니면 저소득층 부담이 먼저 고려될 때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생산자인 농민에게 뭔가를 더 요구하기엔 농업과 농촌 현실이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내몰려 있다는 점이다. 우리 들녘엔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위기 문제가 겹겹이 중첩돼 있다. 수확철조차 들녘에 웃음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주식인 쌀을 지키는 최전선에 선 농민들이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까.
기초적인 통계조차 농민에게 불신받는 농정 당국의 무능함과 뻔뻔함을 지적해야 한다. 농업에 과감한 재정 투입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과 같이 국가가 수요를 창출하는 농정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남태령에서 만난 농민들과 도시 젊은이들의 뜨거웠던 연대에서 접점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쌀값이 올라도) 소비자가 ‘아닙니다. 이 가격이어도 오히려 싼 편입니다. 고맙습니다. 맛있는 쌀 지어주셔서’라고 했으면….” 아네하 교수의 바람이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쌀값 수준은 밥 한 공기 300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 1588호 표지이야기 ‘농업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쌀값 죽이기’ 올인, 이것이 정책이란 말인가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8323.html
쌀 과잉? 농민더러 줄이라는 ‘뺄셈 정책’ 말고 정책 수요 만드는 ‘덧셈 정책’을 보라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8324.html
“경로당마다 밥의 질이 다른 건 누구 책임? 이제 ‘밥상 평등’ 이룰 때”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83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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