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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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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함께 시대를 살아내려거든

현장·구조·역사로 재구성한 최악의 참상, ‘가자의 목소리’
등록 2026-10-09 09:50수정 2026-10-15 11:09


 

 

 

이제 막 쌍둥이의 아버지가 된 한 남자가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받으러 대피소를 나섰다. 제왕절개 수술을 한 아내에게 먹일 과일주스도 구했다. 그런데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아내도, 쌍둥이 아이들도, 대피소도 사라져 있었다. 출생증명서를 손에 쥔 남자는 시체 안치소에서 흐느꼈다. ‘가자의 목소리’(모사브 아부 토하 외 지음, 이나현 옮김, 돌베개 펴냄)의 머리글에 소개된 일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이런 곳이다. F-16(초음속 제트 전투기)이 도심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해변에서 축구공을 차던 아이에게 드론이 미사일을 쏘는 곳. 과연 이곳에 ‘내일’이 존재할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망을 비웃듯 이스라엘은 2025년 10월10일 미국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드론 공격과 공습으로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 언론인이자 작가인 마리암 바르구티가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말 그대로 ‘사냥당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 팔레스타인이 겪은 참상을 증언하고 고발하는 23명의 목소리는 팔레스타인 사회의 꺾이지 않는 마음과 연대를 보여준다. 피란과 굶주림 등 생존을 향한 분투를 다룬 에세이부터 언어의 숨결을 지키는 시문학, 학살과 전쟁 현장을 취재한 저널리즘, 학교와 병원 등 구체적 현실을 담은 르포르타주까지. 서로 손을 맞잡듯, 각자의 형식과 주제로 저항의 목소리를 이어간다.

23명의 목소리는 고통을 토로하고 절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패권주의·제국주의·식민주의·국수주의·복고주의·인종주의 같은 추악한 사상과 맞닿은 점령과 전쟁의 구조를 파고든다. 정치평론가 야라 하와리는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 상임 분석가 타레크 바코니는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역사를 짚는다. 저널리스트 메리 투르파는 이스라엘방위군의 소셜미디어를 분석하며 시오니즘의 현재 양상을 비판한다.

책의 추천 글에는 4명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2025년 가자지구행 구호선단에 올랐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해초(본명 김아현) 활동가도 그중 한 명이다. 해초는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을 여전히 먼 나라 일처럼 느끼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억압이 세계적이라면 저항 역시 세계적이어야 한다”고.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내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440쪽, 2만6천원.

 

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누가 내 꿈에 수단을 입혔을까

이창민 지음, 생활성서사 펴냄, 1만5천원

아이돌을 꿈꾸며 유명 기획사 오디션장 문을 두드리던 소년이 사제복을 입기까지. ‘춤추는 사제’ 이창민 신부가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아침마당’에서 하지 못한 말을 글로 풀어냈다. 수도원 입회 6개월 만에 짐 싼 사연 등 젊은 날의 방황, 사제가 되기까지의 과정, 사제가 되어 만난 청소년들과의 일상을 진솔하게 녹였다.

 


 

자유의 권리

악셀 호네트 지음, 이신철 옮김, 사월의책 펴냄, 3만9천원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 앞에서 ‘자유’는 상호 공존과 공동체 존립을 위협하는 구호가 됐다.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자,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가 야심 찬 기획을 내놨다. 그가 헤겔의 ‘법철학’ 정신을 본받아 21세기 자유의 이념을 새롭게 제시한다. 사회철학 명저 ‘인정투쟁’(1992) 이후 20년 만에 쓴 책.

 


 

대도시의 동네 생활자들

서지선·박의나·김은평 지음, 크루 펴냄, 1만9천원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세 여성이 각자의 방식으로 동네에 스며들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온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 만나기 어려워지는 도시에서 외롭지 않게 살려면? 동네를 조금 더 걷고, 자주 가는 가게를 만들고, 소모임에 참석하고, 마음 맞는 사람에게 먼저 말 걸기. 어느새 당신을 아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법정에 선 예술가들

캐슬린 김 지음, 작가정신 펴냄, 2만5천원

변호사로서 법과 예술이 충돌하는 현장을 오래 지켜본 저자는 미술사의 운명을 바꾼 법정 기록을 통해 100년간의 창작 전쟁을 들여다본다. 예술의 역사를 뒤흔든 콩스탕탱 브랑쿠시, 앤디 워홀, 뱅크시, 구스타프 클림트의 사건부터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을 둘러싼 최신 사례까지, 법이 예술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조명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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