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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떼어낸 진짜 자본주의 이해하기

자본주의 기원 탐구 ‘우리가 몰랐던 자본주의’
등록 2026-09-03 22:10 수정 2026-09-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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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실패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는 ‘자본주의란?’ 물음 앞에서 막막해진다. 사전적 의미로 경제주체 간의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경제체제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몰랐던 자본주의’(마이클 소넨셔 지음, 김민철 옮김, 오월의봄 펴냄)는 자본주의 개념과 변천, 역사를 파헤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역사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언제 이 용어가 등장했으며, 어떤 의미로 쓰였는가 등 ‘자본주의’라는 단어에 숨겨진 자본주의 너머의 역사를 추적한다.

가장 큰 특징은 자본주의를 18세기에 등장한 또 다른 핵심 개념인 ‘상업사회’와 구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개념이 등장하기 전 상업사회 개념이 이미 존재했고, 두 개념은 서로 다른 함의를 내포한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상업사회란 무엇일까. 수렵사회, 목축사회, 농경사회 이후 도달한 단계다. 자본에 기초한, 자본주의 사회였지만 분업이 핵심이다. 분업을 통해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시장에서 상품을 교환한다. 분업의 의미는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각자 일을 하면서 교환을 기반으로 하는 것”을 뜻한다. 즉, 상업사회에서 중요한 개념은 소유 이론이 아니었다.

반면 183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자본주의는 본래 자본의 사적 소유를 지칭하는 소유 이론에서 출발했다. 핵심이 소유인 만큼 분업과 분배보다는 자본의 생산력 증대를 필수로 여겼다. 이는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에게 자본주의란 용어에 적의를 품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고, 한때 대안으로 공산주의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저자가 상업사회와 자본주의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본주의 개념은 상업사회 개념을 집어삼켰다. 그래서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할 때 분업의 문제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자본주의라는 용어는 현대사회의 진정한 위기와 근원적 문제를 도리어 은폐하는 개념으로 작동해왔다.

전쟁, 부채, 불평등, 노동, 사회문제 등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것과 별개로 마르크스, 애덤 스미스, 헤겔, 데이비드 리카도, 로렌츠 폰 슈타인 등 근대 사상가들의 사유와 논의를 따라가며 자본주의의 뿌리와 이면을 깨닫게 한다. 224쪽, 2만1천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노동이란 무엇인가

박홍규 지음, 들녘 펴냄, 2만1200원

동서고금 사상가와 예술가들의 노동에 대한 사유를 방대하게 살핀다. 소외된 노동은 인간 고유의 능동성과 창조성을 죽이고 체념과 무책임에 젖은 인간만을 양산해 민주주의의 실질적 실패를 초래하고 파시즘이나 전체주의를 낳는다는 진단과 함께,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둘러싼 결정의 주체가 되는 ‘노동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제시한다.

 


은, 욕망의 세계

틸만 벤디코프스키 지음, 최은희 옮김, 오팬하우스 펴냄, 2만2천원

은이 인류에 미친 영향을 정치적 거래, 무역을 비롯한 경제활동, 침략과 약탈, 부의 축적과 일상 문화 등 여러 각도에서 짚는 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은이 유럽으로 대거 흘러든 뒤 세계사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왜 금이 아니고 은일까? “금이 대체로 사치품이자 상품이었다면, 은은 오랫동안 실질적 화폐로서 세계적으로 통용되었다.”

 


전쟁은 어떻게 정의를 훔쳤을까?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만9800원

기원전 그리스·로마 전쟁부터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는 국가 간 전쟁뿐 아니라 내전과 제주4·3 같은 자국민 학살까지 폭넓게 다룬다. ‘정의와 평화라는 이름을 훔친 전쟁’ ‘차별과 낙인이 만든 적들’ ‘혐오를 키우는 목소리’ ‘다시, 폭력 앞에서’로 된 주제별 구성이 새롭다. 일상에 스민 폭력과 혐오가 어떻게 전쟁과 학살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AI 시대에 예술을 해도 될까요?

정유진 지음, 부키 펴냄, 2만원

클릭 한 번이면 이미지가 쏟아지는 시대에 저자가 한국과 미국에서 만난 창작자들의 이야기다. 자기 직함을 ‘플레이 경험 디자이너’라고 소개한 어느 디자이너는 장난감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경험’을 만든다. 애플의 최근 티브이(TV) 로고는 100% 수작업이었다. 인간 창작자만이 살릴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독창성)의 ‘결’에서 창작자의 내일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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