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와 자원순환이 일상어가 된 시대, 쓰레기 처리와 재활용은 가장 중요한 화두다. 2024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1명당 매일 1.2㎏(연간 459㎏)으로, 전 국민 기준 하루 6만여t에 이른다. 그리고 이 쓰레기는 매일 24시간 안에 처리돼야 우리의 일상이 유지될 수 있다. 1분마다 41.7t의 쓰레기를 누군가가 치워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쓰레기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을까.
환경공학자이자 에스에프(SF) 소설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쓰레기 과학: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곽재식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에서 그 해답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책은 1444년 세종 시대,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이선로와 어효첨의 논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에는 쓰레기와 더러운 물을 처리하는 좋은 제도가 없었고, 여기저기 버린 쓰레기가 주변 개천으로 흘러들기 쉬웠다. 그 결과, 300여 년이 흐른 영조 시대에는 청계천이 쓰레기와 흙, 모래로 아예 막혀버렸다. 영조가 1760년 이것들을 파내는 대규모 공사(‘준천’)를 시행했지만, 조선 말까지 이 문제는 반복됐다.
오늘날 쓰레기 고민 없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건 ‘과학기술’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를 수십 년간 이용할 수 있는 건 벤토나이트를 활용해 지반 침하나 침출수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적인 메탄가스 처리 기술을 갖춘 덕분이다. 난지도가 월드컵공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로그함수를 이용해 쓰레기를 층층이 다져서 높이 쌓아 올리는 위생매립이라는 과학기술의 결과물이다.
재활용도 중요해졌다. 알루미늄 캔, 종이,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알루미늄 캔 하나를 재활용하면 40W짜리 전등을 종일 켜고도 남을 만큼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종이는 나무 훼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은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책은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종이, 배터리 같은 온갖 쓰레기를 비롯해 우주 쓰레기와 쓰레기 처리의 새로운 희망인 인공지능까지 쓰레기의 모든 것을 되짚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쓰레기를 다루는 일에 더 많은 사람이 더 깊은 관심을 가질수록 그 사회는 한층 성숙해진다”고 강조한다. 문명이 만든 풍요를 누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그 뒤에 남은 부산물을 책임지는 일이다. 372쪽, 1만8천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21이 찜한 새 책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김정인 권혁용 이재승 오항녕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1만6천원
역사학자, 정치학자, 법학자가 국가와 인권의 관계를 다양한 주제로 다룬다. 국가를 연상하기 쉽지 않은 주제도 여럿인데, 국가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이 그만큼 빈약하다는 방증일 터다. 첫 장부터 ‘3·1운동은 왜 민주공화정을 꿈꾸었나?’다. ‘국제 부채의 함정’에서는 빚을 매개로 한 국가 간 폭력을 이야기한다. 청소년에게 맞춰 쓰였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에고이스트의 탄생
박홍규 지음 , 아카넷 펴냄, 2만원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막스 슈티르너는 한국에 거의 알려진 적 없는 인물이다. 저자가 이 사상가를 굳이 불러낸 까닭은 슈티르너가 주장한 ‘유일자’ 개념이 현대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철학적 토대가 된다고 봐서다. 흔히 이기주의자로 읽히는 ‘에고이스트’를 ‘유일자’로 재해석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

금지된 경제의 거래학
앨빈 로스 지음, 이경식 옮김, 생각의힘 펴냄, 3만2천원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앨빈 로스는 시장이 금지한 거래를 하나씩 들여다본다. 성관계와 결혼, 대리모와 입양 같은 내밀한 영역부터 술과 마약, 고금리 신용대출과 비상시의 가격 폭등, 의료조력 사망까지 아우른다. 저자는 거래 금지를 결정하는 데는 도덕적 직관뿐 아니라, 그 선택이 사회에 가져오는 결과까지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유기농펑크 선언
이아롬 지음, 이김 펴냄, 1만8천원
저자는 10년 넘게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 덕후’다. 도시에서 농사짓고, 사람들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해 흙으로 돌려보내는 퇴비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공동체의 으뜸 구호는 ‘먹고, 썩히고, 기르자’다. 저자가 좌충우돌하며 찾아가는 최적의 ‘음쓰 퇴비화’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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