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아기를 치우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다. ‘치운다’는 말이 요양원에 보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을 의미하건, 아니면 보다 치명적인 결과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의미하건 말이다. 진정한 죄책감은 사람에게 범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생겨나는데, 다운증후군을 가진 존재는 사람이 아니다.”(<우리에 관하여: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 중)
이 얘기는 수백 년 전 어느 비윤리적 범죄자가 한 말이 아니다. 불과 50여 년 전인 1968년, 윤리학자 조지프 플레처가 권위 있는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에 쓴 글이다. 선진국의 주류 미디어에서 윤리학자가 당당하게 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제정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됐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은 빠르게 진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실천도 그 관점의 진보를 빠르게 쫓아갔는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총 265만3천 명. 전체 인구의 5.2%다. 장애인이 된 노년층 인구가 포함됐고, 장애의 종류와 정도도 천차만별임을 고려해도 이 거대한 수치 앞에 의아할 수밖에 없다.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인 세상에서, 장애인을 보기란 왜 이렇게 쉽지 않을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 수상작 <슈뢰딩거의 아이들>을 쓴 최의택 작가는 소설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유령’으로 오인받는 미래의 가상현실 학교를 그렸다. 학교에 있는데도 있지 않은,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인간세계를 살아가는 ‘비인간’임이 틀림없었다.
이제 최의택 작가는 ‘비인간’임을 자처하며 새 소설집 <비인간>(읻다 펴냄)을 냈다. 근육병으로 걸어본 적이 없는 그는, 지난 10여 년간 사회와 자신을 단절시켰던 경험에서 벗어나 자신과 사회를 직시하기로 했다. 2023년 6월, 그의 집에서 두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인간의 세계를 살아가는 ‘비인간’을 자처하며…나이고 싶은 최의택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4031.html?
‘나쁜 엄마’는 자식 강호의 장애에 가혹했다…괜찮은 걸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0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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