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의택 작가가 아버지가 휠체어 높이에 맞게 직접 제작해준 컴퓨터책상 앞에 앉아 디자이너 키보드를 활용해 글을 쓰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충남 천안의 한 고층아파트 33층. 전동휠체어에 앉은 청년이 가늘고 긴 손으로 컨트롤러(손잡이)를 움직였다. 휠체어는 천천히 미끄러지듯 거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통창 가까이 다가갔다. 청년은 멀리, 이어 아래를 내려다봤다. 고층빌딩과 낡고 낮은 주택 건물들이 균질하지 않게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여길 나가면, 이 길로 다니면 모든 게 다 새롭죠. 한 바퀴 둘러보고 다음에 다시 한 번 보면 또 똑같아져서 좀 아쉽긴 한데 무조건 못 봤던 걸 보면 좋아요. 자주는 못 가요. 휠체어 손잡이를 바꾼 뒤엔 그래도 2주에 한 번은 나가요. 그 전엔 한 달에 한 번꼴로 나갔어요.”
근육병(선천성 근이영양증)이 있다. 걷는 대신 휠체어를 탄다. 점점 손으로 휠체어 손잡이를 조작하기도 쉽지 않다. 그의 목에 목베개를 받쳐준 뒤 멀찍이 앉아 있던 어머니 박미서씨는 “호기심이 많아 쓰레기통도 안 보던 게 보이면 다가간다”고 거들었다. <슈뢰딩거의 아이들>(아작 펴냄, 2021년)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받은 최의택(32) 작가 이야기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 그때의 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의 나 또한 감히 뭐라 말할 수 있는 형편은 못 된다. 다만, 문제의 그 고양이가 처한 상황은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않나 싶은데,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유리된 폐공간에서 생과 사조차 외부의 타인이 관여해 주지 않으면 결정되지 않는 존재란 그 얼마나 쓸쓸하고 덧없는가.
―<슈뢰딩거의 아이들>
“나는 소설가가 돼야지, 뭐 이런 마음은 없었어요. 당장 내가 무슨 폐인처럼 게임만 하는 건 저 자신이 싫으니까 그걸 안 해야지.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그때 할 수 있는 게 글쓰기였던 것 같아요.”
세상을 자주 볼 수 없는 작가가 세상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판타지의 세계를 배경으로 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의 일상은 과학기술과 가까웠다. 전동휠체어로 움직이고, 디자이너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고, 침대에 누워 마우스를 닮은 보조장치로 아이패드 전자책을 본다. 일종의 ‘사이보그’가 된 기분에 익숙했기에, 기술과 인간을 다루는 에스에프(SF·과학소설, 사이언스픽션)도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첫 출간 장편소설 <슈뢰딩거의 아이들>도, 가상현실 중학교가 배경이다. 어느 날부터 학교에는 ‘유령을 봤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한 동아리 학생들은 유령의 정체가 무엇인지 폭로하려 한다. 이 유령들은 가상현실 학교에서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그 애들은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건 더더욱 아니야. 우리가 보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2023년 6월12일 충남 천안에 있는 자택에서 만난 최의택 작가와 어머니 박미서씨. 김진수 선임기자
“어릴 때부터 걸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제가 장애인이라는 걸 ‘정말로’ 느끼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 같아요. 척추 수술을 받고 4∼5개월 만에 학교에 갔는데 친구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다른 거예요. 일단 허리부터 해서 외형적으로 많이 달라졌으니까. 저랑 되게 친하던 애도 갑자기… 글쎄요. 모르겠어요. 사춘기 때여서 그랬던 건지 오랜만에 봐서 그랬던 건지 되게 거리감이 생겼어요. 그제야 ‘아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했죠.”
고등학교에 갔을 땐 쉬는 시간마다 그의 곁에 학교 공익근무요원이 있었다. 늘 어른이 옆에 붙어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편하게 말을 걸기란 학생들에게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최 작가는 “그렇다고 학교가 또래 친구한테 저를 도와주라고 했으면 그것도 못할 일”이라며 담담하게 웃었다.
작가 안에 축적된 경험은 소설에서 현실에 대한 비유로 이어졌다.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도 여전히 소외된 존재들은 ‘유령’으로 오해받는다. 가상현실 속 학교는, 각 집단이 지도상 같은 좌표에 있어도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유령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 눈에 띌 기회가 없다. 순간의 오류로 분리된 공간이 허물어질 때만, 보이지 않던 존재가 어렴풋이 보인다. 특수학급에 있는 장애 학생들, 가상현실 공립학교에 입학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아이들, 소외감을 느끼거나 소외된 세상을 사는 모든 아이가 ‘유령’에 비유된다.
소설에선 일부 학생이 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보이게 하기 위해 벽을 붕괴하려 시도한다. 현실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16살 소년 최 작가는 자기 자신을 붕괴하기로 결심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휴대전화를 없앴다. 세상으로부터 격리됐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삶의 분기점마다 자신과 평균치가 비슷한, 균질한 집단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집단 간 거리는 더 멀어진다.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특수목적학교(특목중고)와 일반학교, 인서울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이 그랬다. 살면서 경험하는 경쟁과 분리의 과정은 이 사회가 다양성을 딛고 서 있음을 망각하게 한다.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쭉 살다가 2021년 친척들이 있는 천안으로 이사 왔어요. 저희는 두 살 때 의택이한테 장애가 있단 걸 알게 됐어요. 그래도 가족은 ‘나중에 걷겠지’ 생각했고, 또 애도 굉장히 밝았어요. 초등학교 때 수업 끝나서 제가 데리러 가면 교장실 앞에서 친구 셋하고 손들고 서 있어요. 복도를 아주 떠들고 다녀서.(웃음) 몸이 그래도 마당에 가서 놀고, 반에서 반장도 하고….”(박미서씨)

최의택 작가 신간 소설집 <비인간>(읻다 펴냄) 표지. 읻다 제공
누구보다 세상과 어울리는 걸 즐겼던 소년이 세상과 유리된 삶을 택했다. 최의택 작가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과 별개로 마냥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것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지도 모른다”고 쓴 적이 있다.
폐기를 앞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배터리가 방전된 로봇, 좀비가 되어 돌봄받는 반려인, 사이버 세계에서 전자적으로 존재하는 유사인격, 그리고 비인간적인 위치에 놓인 장애인들… 외롭고 고독하고 괴롭고 지쳐서 죽음의 문턱 앞에서 망설이는 존재들을 여러분께 선보인다.
―<비인간> 작가의 말
작가가 <슈뢰딩거의 아이들>에 이어 내놓은 신간의 제목은 <비인간>(읻다 펴냄)이다. 장편소설에서 그랬듯, 단편소설에도 그의 지난 시간과 내면이 묻어난다. 폐기를 앞둔 인류 최초의 홀로그램 인공지능 보육교사와 그에게 돌봄을 받으며 자라 어른이 된 보육원 자폐아 이야기(‘보육교사 죽이기’)에선 ‘돌보는 이’에 대한 작가의 연민을, 로봇에 일자리를 뺏긴 사람들의 시대, 오래된 사람과 오래된 로봇을 그린 이야기(‘노인과 노봇’)에선 노쇠해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느낀다.
특히 장애를 없애주겠다며 한국 사회를 찾아온 외계인(‘시간역행자들’)과의 대화는 ‘장애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현재진행형 고민을 짐작게 한다.
장애란 뭘까요. 최의택 작가에게 물었다.
“최근에 바뀐 생각인데 장애라는 건 결국 ‘장애 경험’인 것 같아요. <우리에 관하여>(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에 대해 쓴 글 시리즈를 소개한 책, 2021년 해리북스 펴냄)에서 이런 논리의 글을 봤어요. 그러니까 ‘장애가 있어서 장애인’이 아니고 ‘사회적으로 장애를 겪어서 장애 경험자’가 된다는. 지금의 저는 그게 가장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슈뢰딩거의 아이들>에도 이 ‘장애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에는 광화문광장의 증강현실 장치를 활용한 혼합현실 게임 <수인과 정령>이 나오는데 “결말에 이르러 게임의 승리자들은 가장 외로운 위치에 서게 되고, 그 외로운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어떤 현상을 증언”(김초엽 소설가의 작품해설 중)하게 된다.
경제적 효율화를 위해 다수에 맞춰 설계된 사회에서 소수는 늘 ‘장애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문턱이 높은 건물이 그렇고,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진입로가 그렇고, 문이 잠긴 장애인 공중화장실이 그렇다. ‘다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소수’의 경험을 직접 해보기 전엔, 그 세계를 생색만 내며 성의 없이 설계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빵과 커피를 조금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해요.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대로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고, 이렇게 사는 동안엔 사실 제가 장애인이라는 걸 크게 의식하지 않게 돼요. 그런데 세상 밖으로 나가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그때는 그 사람들과 저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예를 들면 우리가 한국에 살면서 ‘난 한국인이야’ 계속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내가 다르다’는 걸 느끼고 외국인한테 무시도 당해보고 하면, 비로소 ‘아 내가 한국인이구나’ 생각하잖아요. 그런 것과도 좀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성씨는 본인을 왜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해요?”
“듣지 못하니까.”
“그래서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럼 그 어려움이 없어지면요? 듣게 되지 않더라도. 그러면 더는 장애인이 아닌 게 되나요? 그럼 이미 아성씨는 장애인이 아니지 않나요? 구화를 써서 사람들과 소통하니까요.”
-<비인간> ‘시간역행자들’

2023년 6월12일 인터뷰 중인 최의택 작가가 웃고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장애는 개성일까 질병일까. 질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도 자기기만적인 생각은 아닐까. 최의택 작가는 “근육병만 해도 수십 가지인데 사례를 단순화할 수 없다”고 답했다.
“과학이 장애를 치료한다? 당연히 좋죠. 그런데 어떤 의미에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소리를 평생 듣지 못하고 산 노인분이 최근에야 인공와우 기술이 발달해서 수술한 거예요. 평생 없던 감각을 과학으로 만들어낸다는 건 ‘치료’가 아니었어요. 갑자기 들려오는 세상의 소리에 너무 큰 혼란을 느끼고 결국 (인공와우를) 제거한 케이스가 꽤 있더라고요. 그건 좀 의문이 드는 거죠. 다만 저 같은 경우는 근육병인데 약을 통해 근육이 강화된다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 수 있잖아요. 그런 거라면 당연히 치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단순히 ‘너 한번 걸어볼래’라고 접근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도 싶어요. 저는 걷는 게 무슨 느낌인지도 모르거든요. 컴퓨터를 할 때 키보드와 마우스만 있다면 저는 그걸 기자님만큼 잘 다룰 수 없으니 ‘장애인’이 돼요. 그런데 예를 들어 헤드셋을 쓰고 뇌파로 조작하는 컴퓨터가 있다면, 그때는 기자님이나 저나 똑같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이 되죠.”
최의택 작가가 침실에 있는 침대 옆에 놓인 긴 스탠드를 보여줬다. 스탠드에 아이패드가 달려 있었다. 누워서 전자책을 읽을 수 있게 각도가 맞춰졌다.
“장애인 보조 기기들은 말도 안 되게 비싸요. 예를 들어 누워서 이 태블릿피시(PC)를 조작하려면 동그란 블루투스 스위치(마우스처럼 클릭하는 방식)가 필요해요. 마우스랑 비슷한 건데 해외 직구로 거의 100만원 주고 샀어요. 애플비전프로가 500만원이라 했을 때 ‘싸다’고 여긴 이유예요. 이렇게 단순한 기기도 굉장히 비싸니까요.”
최의택 작가는 애플비전프로가 ‘혼합현실’ 고글이라는 데 주목했다. “다른 고글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애플은 살아가는 공간을 컴퓨터화했어요. 방 전체를 바탕화면처럼 변신시켜 컴퓨터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거죠. 컨트롤러 없이 목소리·눈·손으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거예요.”
그는 애플비전프로 같은 기술을 통해 ‘장애’가 ‘장애가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긍정하면서도, 단순화하는 접근은 경계했다.
“루게릭병이었던 스티븐 호킹 박사를 보면 볼 쪽에 작은 장치가 달려 있잖아요. 얼굴 근육을 이용해서 제가 태블릿에 화상키보드 쓰듯이 타이핑하면 그걸 목소리로 읽어주는데, 사실 여기에도 이야기가 있어요. 좀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 초창기에 개발된 모델인데 최근에는 기술이 엄청 좋아졌잖아요. 더 나은 목소리로 교체할 수도 있었죠. 그런데 목소리가 바뀌면 사람들이 어색해할까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그걸 계속 썼다더라고요. 어쩌면 ‘내가 나인 대로’ 그냥 계속 살고 싶은 마음, 그런 것일 수도 있겠네요.”

클리커스 디자이너 키보드를 이용해 글을 쓰는 최의택 작가. 디자이너를 타깃으로 한 한손 키보드다. 김진수 선임기자
“그런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요. 주인공은 결국 어떻게 돼요?”
“죽어요.”
“그게 뭐야.”
“어차피 생물은 결국 죽어요. 안 그래요? 중요한 건 상태가 아니에요. 상황이지.”
-<비인간> ‘시간역행자들’
최의택 작가는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지난 10년 가까이 그런 곳에 다니는 걸 상상하지 못했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쓰면서 세상이 내미는 손을 뿌리치지 않기로 했다.
“접근성이 좋았는데, 가끔 안 되는 것이 있긴 했죠. 예를 들어 입구에서 티켓을 바꿔야 하는데 휠체어를 탄 저는 그 라인을 통과 못하게 돼 있었어요. 직원분이 와서 데스크로 가게 해줬는데 그럴 때 직원한테 도와달라 하고, 줄이 지연되고, 사람들이 기다려야 하죠. 그런 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벌어지는 상황이 어지간히 뻔뻔하지 않고서는 불편하거든요. 저는 이제까지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바에야 그냥 하지 말자’는 주의였어요. 주변 분들이 ‘네가 얘길 해야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전 정말 그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분들을 보면 더 대단해 보여요. 믿을 수 없죠. 저라면 절대 저렇게 못할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시위에 나서서 세상이 바뀌면 저 같은 사람도 덕을 보게 되잖아요.”
장애인 이동권을 알리는 운동은 지하철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서울의 번화한 거리에서도, 국회 앞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저마다 삶이 바쁜 시민들은 눈길을 주지 않고 스쳐지나갔다. 지하철에서 시위를 시작하고 나서야 시민들의 눈을 붙들 수 있었다.
“전장연에 대해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과 시민들이 말하는 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명 정치인들이 전장연을 비난하는 건 철저하게 계산된 프레임이죠. 그걸 ‘겪어보지 못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은 안 해요. 적극적인 ‘배제’이고 본질을 가리는 거예요. 그런데 불편을 겪은 일반 시민이 뉴스에서 그 발언을 보고 공감하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럼 그때는 ‘누락’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요. 시민들은 그 정치인들의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턱 하나 제대로 넘을 수 없는 이동 약자들을 향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는 서울경찰청장의 말이 실현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이 나라에서 나의 고민은, ‘비인간’의 사전적 정의는 손바닥 안의 모래처럼 흩어지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비인간’임을 자처하고 싶어지는 마음으로 이 소설집, 소설 속 비인간적 존재들을 내놓는다.
―<비인간> 작가의 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엔에이(ENA) 제공
미디어에 비친 장애인들의 모습은 단편적이었다. ‘장애인이 시위했다. 열차가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했다’거나 ‘이렇게 힘들고 불쌍한 사람들이다. 후원이 필요하다’는 식이었다. 최의택 작가는 그 모든 게 불편했다.
“저는 SF 속에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장애를 보여주고 싶어요. 최근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논란이 있었잖아요. 천재 장애인에 대한 미화, 이런 지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사실 한편으론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미화잖아요. 그런 변호사, 그런 상사가 어디에 있어요. 다른 모든 것을 미화하는 세계에서 장애인만 성역처럼 미화해선 안 될 이유도 없는 것 아닐까요. 그냥 많이 얘기될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요.”
천안=글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사진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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