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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머지 지역의 ‘식민지’

전라도 지역의 현실을 숫자로 ‘뼈 때리는’ 조귀동 <전라디언의 굴레>
등록 2021-12-09 15:06 수정 2021-12-10 02:07

“코를 찌르는 닭똥 냄새.”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충남 논산을 거쳐 전북 익산을 들어서면 분뇨 냄새가 차 안으로 풍겨 들어온다고 한다. 한국 치킨 산업에 납품하는 닭농장은 전라도에 몰려 있다. 2021년 상반기 전라도에서 기르는 육계는 전국의 27.5%(전북)와 13.6%(전남)에 이른다. 이상한 건 ‘외식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각종 프라이드치킨의 창업지는 대구라는 점이다. 거기다 치킨은 전국적으로 소비된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은 당연하게도 수도권이다. 치킨에서 닭의 원가는 10% 정도다.

닭냄새로 시작한 <전라디언의 굴레>(생각의힘 펴냄)는 한국 나머지 지역의 ‘식민지’가 된 전라도 모습을 숫자로 드러낸다. 일베(일간베스트)의 혐오표현인 ‘전라디언’을 되새기는 것보다 숫자로 되새기는 현실은 더 뼈아프다. 앞서 <세습 중산층 사회>를 썼던 조귀동은 자신의 출신지인 광주를 중심으로 전라도의 현실을 숫자를 통해 ‘2천원 비싸질 정도’(뼈 때려 순살 된다는 의미)로 피력한다.

닭 숫자에 이어 전라도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이 아파트 거주율이다. 세종시 다음으로 높다. 2025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19%까지 올라가리라 예상된다.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의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이 구도심의 대규모 재개발 지역에 있다. 학동 현장 철거에는 ‘철거왕’이 회장으로 있는 다원이앤씨가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회사는 광주를 모태로 한 회사 중 하나다.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광주를 버티게 하는 것이 건설업이다. 건설업 종사자는 9.3%지만 광주의 고용률은 광역시 평균에서 꼴찌다. 취업자 중 임시직 노동자 비중 역시 가장 높다. 건설업 외에 호남계 기업인이 활약하는 곳은 금융투자산업이다. 그 이유도 서글프다. 제1금융권에서 출세가 힘들어 인기가 덜한 제2금융권으로 진출한 결과라고 한다.

또 높은 것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비율이다. 광주, 전남, 전북이 민주당에서 차지하는 권리당원의 비율은 28.8%로 서울(20%), 인천(26%)보다 높다. ‘대세 추종형 지지 행태가 이뤄지는 이유’는 가멸차다. “(지역의) 민주당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지역 패권 정당으로 군림하면서 토호의 부패는 숨겨져왔다. 경제 기득권과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유착했다. 그렇지만 ‘정치 도시’의 중앙 무대 존재감은 희미하다. 2021년 5월 민주당 임시 전국대의원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호남 지역의 유일한 후보였던 의원은 낙선한다.

저자는 정치에서 지방의회의 비례대표 비율을 늘려 한 정당의 독식을 막는 것, 지역정당 설립이 가능토록 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술개발 투자를 위한 지방거점대학 지원 등도 대안으로 불려나온다. 이러한 기반 아래 독자적 경제권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을 처참하게 진단했기에, 제안한 대안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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