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새해를 앞둔 2020년 12월, <한겨레21> ‘새해 결심’에서 얼마간은 억지춘향처럼 쓴 게, ‘책 버리기’와 ‘안 버리기’ 사이의 균형이었다. 오래됐거나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 그래도 곁에 책이 있으면 읽게 될 뿐 아니라 자료 가치가 있다는 기대, 급하게 필요한 책이 없어진 걸 뒤늦게 깨닫는 아쉬움이 뒤섞인 다짐이었다.
지금, ‘처분’한 책은 거의 없고 권수는 조금 더 늘었다. 일(기사 쓰기)로 읽는 책이 있고, 개인적 관심과 욕구로 읽는 책이 있다. 대부분 신간인 ‘기사 쓰기’ 책들은 시간에 쫓겨 발췌독을 하기 십상이다. 후자는 음미하고 생각하며 탐독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지금도 내 주변엔 마지막 장을 덮지 못한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돌아보면, ‘책 버리기와 안 버리기의 균형’은 잘못된 접근이었다. 욕심은 버리고 알맹이는 확실하게 취하는 것, 그게 효율적인 독서법 같다. 이참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완독하겠다던 3년 전 공언을 지금도 지키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올여름엔 꼭….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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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시프티에 내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30분. 늦잠 자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2021년 새해에 목표를 세웠고 이를 출퇴근 시간으로 설정해 주변에도 알렸다.
알람시계 없이 아침 햇살에 눈을 뜬다. 동거인과 커피를 한잔 나눠 마시며 오늘 할 일을 얘기한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 탄 버스에 앉는다. 도전은 ‘성공’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있는 삶이 사라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변함없이 많아서 그 일을 끝내면 밤이 돼버렸다. 운동하거나 저녁 약속을 잡는 게 어려워지니까 일상이 쪼그라든 느낌이다. 귀가 시간이 늦어지니 집에선 ‘피곤하다’는 말만 하다 잠들곤 한다. 그렇게 집과 회사만 오가다보니 몸무게가 인생 최고치를 찍었다.
2021년 하반기에는 출퇴근 시간을 조금 당겨볼 생각이다. 일 집중력을 끌어올려 노동시간을 조금 줄일 작정이다. 몸, 관계를 한꺼번에 되찾을 수 없겠지만 일주일에 하나씩은 챙겨볼 계획이다. 나만의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게 새로운 목표다.
ejung@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227.9㎞. 휴대전화에 깔아둔 ‘나이키 런 클럽’(NRC) 애플리케이션에 찍힌 거리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이 앱을 켜고 걷거나 뛴 거리의 총합이다. 통계를 보니 평균 주 2회 러닝을 했다고 나온다. 고백하자면, 뛴 날보다 걸은 날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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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반려운동’으로 달리기를 하겠노라 선언한 게 벌써 다섯 달 전이다. 1~2월은 밖에서 뛰기엔 너무 춥고, 날이 풀려도 마스크를 쓰고 뛴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고역임을 몰랐다. 아직 ‘반려운동’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뭔가 계속 시도한다는 데 의의를 두자는 마음이다. 그래도 달리면서 흘리는 땀의 개운함은 살짝 맛봤다.
동기부여를 위해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을 탑재한 ‘런데이’ 앱을 깔아 초보자를 위한 ‘30분 달리기 도전’ 코스를 진행 중이다. 이 앱은 총 8주 동안, 일주일에 3회씩 달리도록 안내하는데, 3주차 프로그램까지 완료한 뒤 통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중간점검을 하겠다”는 말에 퍼뜩 정신이 들어 달린 기록을 공유하고 응원해주는 온라인 ‘러닝 크루’(함께 달리는 모임)에 덜컥 가입했다. 뭐라도 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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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실 때마다 플라스틱 빨대를 쓰는 게 마음에 걸렸다. 1월 스테인리스 빨대를 주문했다. 8㎜ 크기 빨대 세 개에 방수 파우치, 세척솔까지 1만여원짜리 세트 상품이었다. 그 상품을 소비하고 나서 며칠 뿌듯한 마음에 ‘반은 이뤘다’고 생각했다. 오만했다. 6개월이 지났지만 스테인리스 빨대에 완벽히 정착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세척의 번거로움은 감내할 만했지만 스테인리스 빨대의 사용감에 익숙해지는 게 쉽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 쇠맛이 느껴져서 한 차례 다른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드문드문’ 쓰다가 이내 스테인리스 빨대를 ‘드문드문’ 쓰게 됐다. 이도 저도 불편해(마음이 불편하든 빨대 사용이 불편하든) 아예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는 일이 늘었다. 어떤 방식에도 정착하지 못한 과도기를 지나는 중이다.
<한겨레21> 신년호 ‘실천 편’의 힘을 빌려 한 다짐을 다시 한번 불 지펴보겠다. 좀더 환경에 덜 해로운 삶의 방식에 익숙해지기로.
sol@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2021년을 앞두고 ‘배달음식 버리기’ 실천을 다짐했다. 배달 한 번에 딸려오는 수많은 일회용 용기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죄책감이 들었고, 최소 주문액을 맞추기 위해 굳이 안 먹어도 될 음식을 더 시키거나 추가 토핑을 하는 것이 불필요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배달앱을 지우고 유튜브 요리 선생님들을 따라 요리도 해봤다. ‘어? 나, 요리에 소질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름대로 다양한 요리를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배달앱을 다시 깔긴 했지만, 배달음식을 먹는 횟수는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직접 요리해서 밥을 먹은 횟수도 점차 줄었다. 아무리 최소 단위로 사도 매번 재료가 많이 남았다. 가끔은 밀키트(간편조리세트)를 사서 만들어 먹기도 했지만, 이 또한 일회용 용기가 많이 나왔다. 결국 밖에 나가서 사 먹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같이 먹을 사람만 있다면 요리 실력(?)을 발휘해볼 텐데… 제가 만든 음식, 같이 드실 분 어디 없나요?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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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랑 마실 술은 남겨놔~.”
창으로 가슴을 푹 찔린 것 같았다. 식사하면서 한잔 먹겠다는 내게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말했다. “그런 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잖아. 나랑 마실 술은 남겨놓겠다고.” 하긴 누구한테서 그런 말을 배웠겠는가.
“아빠도 술 좀 그만 마셔.” 아이는 최근 한 번 더 잔소리했다. 어느 주말 하산길에 아이 절친의 아빠이자 아이가 좋아하던 학원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였다. 그 선생님이 술을 드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올해 벽두에 다짐했던 ‘매일 마시지 않기’는 작심 일주일이 되고 말았다. 왜 그리 술 마실 핑곗거리가 많던지. 하루 일을 마치고 난 허전함, 우연한 후배와의 만남, 마감날 만난 동료들, 아름다운 저녁노을, 주말 등산 뒤의 갈증 등등.
지금 다시 다짐한다. 이번엔 아이를 걸었다. 나중에 아이와 마실 술은 남겨놓겠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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