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다가온다. 부모들은 고민이다. 어떤 선물이 좋지? 장난감·옷·학용품 같은 전통 품목부터, 게임기·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 자전거·킥스쿠터 같은 스포츠용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부모 마음과 아이의 욕망이 엇갈리기 십상인 대표적 선물이 책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책은 여전히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봇물처럼 쏟아지는 어린이책 중에서 내 아이에게 맞춤한 책 고르기는 만만치 않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국내에 출판된 일반도서 신간은 12개 분야에서 6만5432종. 이 중 어린이책이 8078종으로 전체의 12.35%를 차지했다. 문학, 사회과학에 이어 세 번째다. 전년 대비 증감률을 보면 어린이책은 독보적이다. 전체 신간 도서 발행이 3.1% 늘어난 데 견줘, 어린이책은 10.8%나 늘었다. 학습참고서(11.0%)를 빼곤 단연 최고다. 인문·사회·철학·문학 신간이 1~4% 늘어난 데 그치고 일부 분야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도 또렷이 대조된다. 올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최근 발행된 몇 권을 추려봤다. 타임머신을 탄 상상여행으로 역사를 배우는 책 두 종이 눈에 띈다.
<길로 통하는 세계사>(북스토리아이 펴냄)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길 10개를 소개하는 ‘세계사 빅 히스토리’이자 인문지리 교양서다. 프랑스 역사지리학자 임레 파이너 교수의 글에, 로랑 스테파노가 지도와 그림을 입혔다. “새로운 문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길 위에서 시작됐고, 그 길 끝에는 또 다른 세계가 우리를 반겼어요.” 기원전 6~4세기 ‘페르시아 왕의 길’은 지중해 동쪽 사르디스에서 페르시아제국의 수도 수사를 잇는 장장 2700㎞의 도로다. 제국이 거대한 영토를 통치하기 위한 군사도로로 개설했지만, 그 길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문물이 교류하며 문명을 살찌웠다. 이어 로마의 길, 실크로드, 예루살렘 순례길, 사하라 교역로, 잉카의 길, 인도 북부의 ‘사닥 에 아잠’(큰 코끼리의 길), 대서양 횡단로, 시베리아 횡단철도, 루트66(미국 대륙횡단 도로)까지 지구와 세계사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한양에서 동래까지>(해와나무 펴냄)는 동화작가 조경숙이 글을 쓰고 그림작가 한태희가 그림을 그린 조선시대 생활사 동화책이다. 한양(서울)에 사는 기영이와 재영이 형제는 동래(지금의 부산) 부사로 발령 난 아버지에게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드리러 천릿길 심부름에 나선다. 아버지가 부탁한 책과 물건 말고도 옷가지, 쌀과 조리기구, 세면도구, 상비약, 봇짐까지 챙겨야 할 짐이 장난이 아니다. 조선시대 양반 여행길에 ‘육족’(말의 발 4개+시종의 발 2개)이 필요하다고 했다. ‘300여 년 전 조선시대의 여행길’(책 부제)을 함께하면서, 어린이 독자는 탈것, 숙박시설, 날씨 예측, 옛 장터 모습까지 옛날 풍물을 흥미롭게 관찰한다. 과연 기영이와 재영이는 무사히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웅덩이
신우창 글·그림, 인문서원 펴냄, 1만4800원
비 온 뒤 흙길 위에 생긴 웅덩이. 천덕꾸러기 신세다. 반듯하고 깨끗한 포장도로에 부러움과 질투가 날수록 자신은 작고 초라해진다. 그런 웅덩이에게 길고양이, 나비, 작은 새, 강아지가 존재의 의미와 진정한 행복을 말해준다. 어른을 위한 우화이기도 하다.
정년이1
서이레 글, 나몬 그림, 문학동네 펴냄, 1만5천원
1950년대, 소리 하나는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이 당시 최고 인기였던 여성 국극의 주연을 꿈꾸며 상경해 매란국극단을 찾아간다. 정년이는 스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여성 서사만화의 수작이란 평. 네이버 웹툰 연재. 2019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
나는 가끔 화가 나요! 나는 가끔 겁이 나요
칼레 스텐벡 글·그림, 허서윤 옮김, 머스트비 펴냄, 각 1만원
10살 안팎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분노는 당황스러운 감정이다. 자전거 타기, 학교 입학, 혼자 물건 사기 등 많은 게 ‘콩닥콩닥’. “배 속에서 팝콘이 튀겨지는 것처럼 뜨거운 마음이 터질” 때도 있다. 누구나 갖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해주는 ‘마음 친구’ 책.
아주 작고 슬픈 팩트
조나 윈터 글, 피트 오즈월드 그림, 양병헌 옮김, 라임 펴냄, 1만2천원
“내 이름은 팩트(사실·진실)예요. 나는 아주아주 작아서 슬플 때가 참 많아요. (…) 앗, 큰일 났어요! 낯선 사람들이 나를 상자에 가둔 뒤 땅속 깊숙이 파묻어버렸답니다. (…) 놀랍게도 상자 안에는 나 같은 팩트들이 많이 갇혀 있었어요.” 다음 이야기, 궁금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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