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 선진화 전략’을 수립했다고 하면서도 4대강 사업이나 방위산업, 자원외교 관련 문제에서 공식적인 국가 기록을 일절 남기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 시절은 ‘기록 위기의 시대’로 꼽힌다. 국가는 왜 기록해야 하는가. 적어놓지 않으면 정부가 한 일을 국민이 판결할 수 없다.
그러나 1999년부터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등을 드나들면서 한국 관련 자료를 발굴해 코리아정보서비스넷(KISON)을 통해 공개하거나 책으로 발표해온 이흥환씨에 따르면 한국의 기록 위기는 이미 예비돼 있었다. 2013년 새누리당의 주도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기간 중 오간 대화록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사실을 먼저 거론한다. 이흥환씨는 “아무나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파일로 다운받아 수정해서 변환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띄운 것 자체가 몰상식이다. 대화록 자체도 국가문서로서 요건을 갖춰 기록되지 않은 받아쓰기에 불과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에서 정상회담 내용을 국가 기록으로 제대로 취급한 일이 있었나 궁금하다”고 말했다.
기록하지 않거나 변조될 수 있는 기록만 남긴다면 그 기록은 역사적·법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책 (이흥환 지음, 삼인 펴냄)는 미국의 국가 기록 시스템을 견본 삼아 공적 기록의 의미를 돌아본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인 내셔널아카이브에는 90억 장에 가까운 문서와 36만 릴에 이르는 마이크로필름, 11만 개가 넘는 비디오테이프가 들어차 있다. 1978년 미국에서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되면서 대통령이 퇴임한 날부터 대통령의 모든 기록물은 자동으로 연방정부에 넘어가게 되었다. 대통령 문서는 더 이상 대통령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히 대통령이 마음대로 폐기하거나 감춰서도 안 된다. 기록하는 것은 보기 위해서다.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행정명령 12958’을 통해 비밀 지정된 지 25년이 지난 문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비밀을 해제해 공개하도록 했다. 그 뒤로도 문서를 비공개 상태로 두려는 미국 정부기관과 알 권리를 주장하는 시민·학계 등의 싸움이 심심찮게 벌어졌지만 싸움의 대상, 기록물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싸움이다.
미국 내셔널아카이브가 공개한 노획 해외 기록물 중 북한 관련 문서들. 삼인 제공
내셔널아카이브가 자국의 독립선언문이나 헌법 같은 문서만을 보관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절반은 미국이 기록하고 모아둔 깨알 같은 한국 관련 정보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전쟁 당시 노획한 북한 문서는 ‘어느 근로자가 쓴 로동당 입당 청원서’나 인민군의 사진 같은 사소한 기록부터 김일성 위원장과 한설야 대의원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나 극비공격명령서 등 권력의 내부 사정까지 고루 담고 있다. 또 미국은 감찰 대상은 물론 포로, 민간인, 어린이에 대해서까지 보고와 기록을 남겼는데 그 시선이 너무도 자세해서 등 뒤가 서늘해진다.
1948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승만의 성품’이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이 영문 문서를 기초로 이승만의 정치력을 칭송하는 찬양본과 이승만의 오만과 독선을 비판하는 폄하본의 두 가지 한글 문서가 나왔다. 책은 “두 편의 보고서가 공존하는 한 우리는 아직도 이승만이라는 숙제를 다하지 못한 셈”이라고 했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책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동서양의 지하공간과 이를 통해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를 서술했다. 고대인들은 마치 계절이 돌고 돌듯 지상의 삶 이후 지하의 삶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 오랜 세월 이같은 순환을 거부하면서 자연에 대한 겸손을 잃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토목 전문가인 저자의 지하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눈길을 끈다.
평화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건 어떤 것일까. ‘국내 1호 평화학 박사’인 저자는 일상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희생을 줄이는 데 관심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평화의 과제라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이 폭력에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되돌아볼 수 있는 ‘폭력 민감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피랑 벽화마을 만들기’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사업’ ‘강구안 푸른 골목 만들기’ 등을 기획하고 완성한 윤미숙씨가 쓴 마을만들기 이야기. 그가 10여 년 동안 경남 통영의 작고 소외된 마을들을 찾아 마을 사람들과 깊이 소통하며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담았다. 마을 주민들과 회의하는 방법, 공모기획서 작성법 등 마을만들기에 필요한 정보도 알려준다.
로마사 연구의 탁월한 고전으로 꼽히는 몸젠의 로마사 3권이다. 로마의 탄생부터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를 다룬 제1권과 로마 왕정의 철폐에서 이탈리아 통일까지 다룬 제2권에 이어, 이 책에서는 카르타고를 중심으로 성장한 페니키아인과 로마인의 전쟁을 다뤘다.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는 실증적이고 객관적 서술이 특징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남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소련 특파원을 지냈던 저자가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미국·쿠바 등 6개국 자료 등을 토대로 그 위기의 순간을 전한다. 당시 소련군의 핵탄두 은닉 장소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대한 핵공격 계획 등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기후학자, 경제학자, 핵물리학자 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평가보고서에 참여한 세계적 전문가 9명의 인터뷰를 활용한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해 일차로 타격받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기후변화에서의 책임, 불평등, 공동체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데로 나아간다.
국어교사 부부인 박은진·박진형씨는 도서관 옆으로 이사했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려고 내린 결정이다. 이사한 뒤 책을 매개로 가족의 대화가 살아났다. 가족 독서 모임도 꾸리고 함께 책을 썼다. 책을 매개로 변화한 가족의 성장기를 세밀하게 그렸다.
작가 박완서 타계 4주기를 맞아 박완서 산문집 일곱 권이 선보인다. ‘쑥스러운 고백’ ‘나의 만년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날의 소망’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등 총 7권 속에 300꼭지가 넘는 그의 수필을 담았다. 작품 이면에 숨겨진 인간 박완서의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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