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 영국 토니 블레어 신노동당 시절 공공부문 개혁을 둘러싸고 4년 동안 전국적인 논쟁이 이어졌다. 당시 신노동당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는 데 열심이었다. 그러나 공공은 비효율과 무책임을 의미한다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뉴캐슬 지방의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리의 도시는 상품이 아니다”는 그들의 시위는 시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 노조는 시민·지역 단체를 끌어들여 기업 입찰을 막았을 뿐 아니라 질 좋은 경영과 민주적 책임성을 갖는 공공서비스를 목표로 자체 개혁에 나섰다. 공무원들은 오랫동안 관료제에 길들여진 덕분에 오히려 더 일사불란하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유럽에 불기 시작한 공공 민영화 바람을 막아내는 핵심적 주체가 되기도 했다.
영국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힐러리 웨인라이트는 복지로 권력 분배를 대신하려는 영국의 여러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와 맞선 세계의 여러 정치 공동체를 찾아 그 성과를 기록했다. ‘지자체 실험 모델’로 민영화에 맞선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재정 파산을 ‘참여예산제’로 극복한 브라질 노동자당 피티 등을 돌며 ‘공동체적 가치’라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과정을 살펴본다. 철도와 의료 민영화의 위험이 턱 끝까지 차오른 것을 생각하면 지은이의 다음 목적지는 우리나라일 수도 있겠다.
‘국가를 되찾자’는 구호와도 같은 이 말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의미한다. 또한 역설적으로 특히 좌파에 의해 기계화돼버린 국가의 의미를 구출해 대중의 능동적 영역으로 되돌리자는 뜻이기도 하다. ‘이놈 저놈 다 똑같다’는 정치 허무주의적인 한탄은 실은 민중의 오랜 경험 탓일 수 있다. 언론이나 기업이 정치권력에의 접근이 자유로운 데 비해, 선거만 지나면 시민은 항상 부재자 집단 취급을 받았던 경험 말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이 사회의 법칙을 알고 ‘정의롭게’ 실천한다면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기계적 통제론에 길들여진 탓일 수도 있다.
책은 지금 여기에서 변화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지역 공동체와 성소수자 공동체, 자발적인 그룹들을 변화의 동력으로 지목한다. 그렇지만 날마다 우리가 그 사이에서 기어다녀야 하는 국가의 거대한 다리에 비해 이런 공동체들은 너무 작지 않은가? 책은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넘어선 새로운 종류의 민주적 권력이 싹트고 있다고 주장하며 끄트머리에 내몰린 수백만 민중이, 공공서비스의 제공자이든 이용자이든 간에 공동생산이나 협동이나 공동결정 등 무언가를 함께할 수 있는 동력, 에너지, 시간을 갖게 되리라는 희망을 풀어놓는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font color="#FFA600">•</font> [표지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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