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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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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진보좌파에게 원하는 건

세르주 알리미 등의 <좌파가 알아야 할 것들>
등록 2015-01-10 15:07 수정 2020-05-03 04:27

“부유층의 이익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싸움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불평등한 나라 미국에 월가 오큐파이(점령하라) 운동을 계기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사회적 구호가 돌아오고 있다. 당시 진보주의자들이 전쟁비용 마련을 위해 고소득자에게 높은 세금을 거뒀던 정책은 점차 최고소득 제한이라는 이념으로 발전했다.

2011년 예일대 이안 아이레스 교수와 버클리대 아론 에들린 교수는 “미국 최상위 1% 소득을 전체 평균소득의 35배 이하로 제한하는 조세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에게 최저수준 임금을 보장하는 동시에 경영자들은 최저임금의 몇 배를 넘는 돈을 받지 않도록 해야 부자들이 빈곤층의 복지가 바로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실패 이후 좌파의 집권 전략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지만 문제는 좌파가 집권을 통해 어떤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뉴욕을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끝내라는 부름을 받고 이 자리에 섰다.” 2014년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신임시장은 취임연설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기업 증세나 서민주택 건설 등 그가 공약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부유층과 부유층을 비호하는 언론, 심지어 같은 민주당 내의 정치인들과 사사건건 대립을 빚으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 가 내는 격월간지 124호 ‘집권좌파의 역사’에 실린 외국 필진 27명의 글에 한국인 6명의 글을 더한 책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펴냄)은 세계 좌파들의 다양한 정치전략과 경과를 담고 있다. 그중엔 집권했거나 집권을 위해 연대 중인 좌파들도 있다. 2012년엔 프랑스에서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올랑드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배계층은 결코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1위로 떠올랐다. 올랑드 대통령의 “금융시장과 기업평가 에이전시에 의해 왜곡된 국가주권을 다시 세우겠다”는 약속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책은 실패와 위기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과 개인의 성장, 공정한 분배, 연대라는 공동체적 가치를 향한 좌파의 꿈과 기획이 아시아, 미국 대륙, 유럽 등에서 진행형이자 미래형임을 보여준다. 그중엔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연대의 의미를 알게 되거나 시장과 기업의 압박에 밀려 후퇴한 전략의 의미를 뒤늦게 발견하는 진보정당도 상당수다. 한국편에서는 주대환, 최재한, 손학규 등이 주로 한국형 사민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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