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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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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놀이터에서 만나

<놀이터 생각>과 <놀이터의 기적>
등록 2015-05-06 21:32 수정 2020-05-03 04:28

얘들아, 오늘은 놀이터에서 놀자. 먼저 어디 가서 놀면 좋을지 생각해볼까? 귄터 벨치히라는 독일 아저씨는 원래 가구 디자이너였는데 요즘은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놀이터를 디자인한대.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 미로찾기 놀이터, 야외 놀이공원 같은 걸 만든 사람이야.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가 뭐가 재미있겠느냐고? 이 아저씨가 쓴 (엄양선·베버 남순 옮김, 소나무 펴냄)이란 책을 보니까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놀이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놀라”고 타이르는 곳이 아니야. 아이들 마음대로 놀 수 있도록 위험하거나 잘못된 물건이 없는 곳은 어디든 놀이터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래도 늦게까지 놀 수 있도록 나무가 둘러선 놀이터, 옆동네 친구도 올 수 있도록 열려 있는 놀이터, 금지 표지판이 없는 놀이터면 더 좋겠지? 우리, 어린이 훈련장처럼 줄만 치렁치렁하고 장식도 많고 어른들이 앉는 벤치만 많은 그런 놀이터엔 가지 말자.

알아 알아. 놀이터 한번 나갈라치면 엄마한테 30분은 졸라야 하고, 그나마 저녁때가 다 되어야 놀 시간이 조금 있다는 거. 엄마들한테 9살 친구 민준이 이야기를 해줄까? 민준이는 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를 못했대. 툭하면 싸움을 걸고 훼방을 놓아서 친구들은 민준이를 슬슬 피해다녔대. 그런데 민준이네 학교에 놀이터 시간이 생겼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민준이와 친구들은 무조건 2시간씩 놀았다고 해. 지금 민준이는 ‘인기짱’이 되었대. 놀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키를 키워주는 마법이라는 것, 다 알고 있지? 그래도 어른들이 어린이들 놀 시간을 뺏으려고 한다면 겁을 줘볼까. 요즘 미국에서는 큰 사고를 친 언니·오빠들을 조사해봤더니 다 어린 시절에 제때 놀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대. 우리나라에도 머리는 중학생인데 몸은 초등학생이고 감정이나 몸쓰기는 유치원생 같은 사람이 그렇게도 많다는군.

기왕 놀 거 잘 놀아야겠지? (송현숙 등 지음, 씨앗을뿌리는사람 펴냄)이란 책에선 여러 놀이를 알려주네. 따돌리는 아이들이 많은 교실에선 대동놀이를, 서로 툭툭 치는 아이들이 많다면 사방치기나 말뚝박기를 하면 좋대. 어린이들, 너희가 어린이날을 맞아서 조심할 일이 있어. 엄마·아빠가 갑자기 너희와 놀아주기 위해서 키즈카페나 놀이공원, 직업체험학교 같은 데 데리고 가는 거 말이야. 이런 ‘무늬만 놀이터’들은 사실 너희를 공부시키는 피곤한 학원 같은 곳이야. 이렇게 돈으로 산 놀이터에선 너희가 놀이터에서 맺는 친구 관계나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법을 배울 수가 없대. 그래서 집 근처에서 매일 꾸준히, 열심히 놀아야 한단다. 뭐라고? 너희는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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