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 경남 밀양에는 끝내 송전탑이 들어섰다. 10여 년에 걸친 송전탑 반대 싸움에 마침표가 찍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류 언론에서는 밀양 싸움이 사라졌다. 끝이 아니었다. 밀양의 225가구가 개별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송전탑을 뽑아버리는” 싸움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남은 세월 동안 탈핵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들 주민 가운데 16명이 올해 3월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한 ‘밀양들’을 만났다. 당진, 예산, 아산, 서산,, 영광, 횡성, 평창, 여주, 광주, 안성, 고리, 월성, 삼척, 울진, 영덕 등 2900km에 달하는 원정이 이뤄졌다. (한티재 펴냄)는 밀양 할매·할배들의 여정을 담았다.
밀양 할매·할배들은 수십 년 동안 ‘돈’(보상)과 ‘지역 이기주의’ 프레임으로 왜곡됐던 지역의 송전탑 반대 싸움을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로 바꿨다. 수도권을 위해 나머지를 희생시키는 불평등 시스템을 드러내 ‘환경 정의의 화두를 던졌다. 서울에서 전기를 쓰는 주민들한테까지 에너지 민주주의를 ‘나’의 문제로 자각하도록 했다.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해결 가능한 문제임을 알렸다.
할매·할배들은 연대의 힘과 필요성을 ‘탈탈원정대’로 다시 확신한다. 이제 막 싸움을 시작하려는 마을에서 10년 전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 ‘제2의 밀양’을 두려워하는 권력과 언론의 무관심이 낳은 음모론을 부수고 밀양의 진실을 육성으로 전해준다. 수십 년 전부터 탈핵 싸움을 해온 마을에서는 자신들의 미래를 짐작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나는 ‘참’을 밝히고 죽어야겠다. 못 막고 죽더라도 누군가는 우리의 싸움을 이어받지 않겠나.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참’을 밝히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주민 한옥순)
할매·할배들은 ‘나랏일’의 의미를 다시 쓴다. 정부가 곧 나라는 아니다. 후손을 생각하고 인류를 위하는 진정한 나랏일을 하는 주체로 자신들을 자리매김한다. 할매·할배들은 ‘피해자’에 갇히지 않는다. 책은 할매·할배들을 타자화하지 않고 그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자신들의 위치에서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이 기록하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해설을 덧붙였다. 노순택 작가를 비롯한 사진작가들이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생생하고 깊이 있는 르포르타주가 탄생했다. 한국의 탈핵운동 역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책의 수익금은 모두 ‘밀양송전탑 법률기금’에 사용된다. 할매·할배들은 5~8월 전국 순회 북콘서트를 다닐 계획이다. 문의는 010-9203-0765(밀양대책위 상황실), my765kvout@gmail.com.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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