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던 미국은 없다. 적어도 ‘아메리칸드림’의 젖줄을 대주던 미국의 중산층은 멸종 중이다. 2009년 연말정산 결과를 기준으로 미국의 가계소득 평균은 5만599달러였다. 소득으로만 따지면 미국 중산층은 연간 3만5천∼8만5천달러의 급여 수령자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사회보장국이 조사한 2013년 미국 평균임금은 4만3041달러인데다 전체 노동자의 39%는 2만달러가 안 되는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4년부터 애플 파운틴 공장에서 일했던 빌 스탬프는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과 결혼해 소나무가 무성한 아름다운 동네에 집을 짓고 살았다. 회사에선 동료들과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자며 가족 같은 공동체를 이뤘고 모든 것이 이대로 영원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애플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가면서 빌 스탬프와 미국 애플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수천 명의 삶은 변했다. 그는 실직한 지 3년 만에 간신히 임시직을 구해 일하고 있다.
미국의 중산층이 길거리에 나앉았다는 말은 은유가 아니다. 알루미늄 캔을 주워 생계비를 버는 여자, 아무리 갚아도 줄지 않는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포기한 부부, 물건을 싣고 가다가 갑자기 트럭 회사가 파산 선고를 내서 갈 곳을 잃은 트럭 운전사 등은 한결같이 10년 전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살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한다.
퓰리처상을 받았던 두 저널리스트가 지은 책 (이찬 옮김, 어마마마 펴냄)가 지목하는 범인은 바로 국가, 특히 경제 엘리트 그룹이다. 그들은 중산층에 부담을 가중하는 조세제도를 만들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애거나 임금을 낮췄으며, 11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집의 실제 가치보다 높은 담보로 융자를 얻도록 조장했다. 미국은 1985년 이래 8만4350개의 연금제도를 없애고 수천 개의 다른 연금을 동결했다. 의회가 퇴직연금제도의 대안으로 내세운 401(k) 연금은 비용은 더 들면서 안전성은 떨어지는 제도로 월스트리트에만 수수료 횡재를 가져다주었다. 최근 설문조사에선 미국인의 99%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부자세를 늘리는 데는 인색하고 기업 규제 완화에 관대했던 경제정책이 미국인 절대다수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2012년 한국에서도 출판된 (데일 마하리지 지음, 김훈 옮김, 여름언덕 펴냄)와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와 중산층의 몰락을 담은 이 책을 함께 읽다보면 아메리칸드림은 한 편의 악몽이 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진행형인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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