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7일 밤 11시43분. 세월호 침몰로 18명 사망, 278명 실종. 구조대는 사고 이후 38시간 동안 선체에 진입조차 못했고 수면으로 떠오른 주검만 수습…. 아직 어린 학생 일부가 거꾸로 뒤집힌 저 죽음의 아가리 속에서 살아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 이번 재난은 기존의 그 어떤 재난 사태 때보다 괴롭고 저주스럽기 그지없다.
.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른 책은 이것뿐이다. 멋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가볍기 그지없고 잘못 떨어뜨리면 산산이 조각나버리는 장난감 사회. 조립식처럼 쉽게 대충대충 만들고, 이것도 끼워보았다가 저것도 끼워보고 누더기처럼 기워서 연명하는 사회, 스스로 시스템화돼 움직이지 못하는 장식품에 불과한 것이 너무나 많은 사회다.
사회 곳곳에 부실하고 거짓된 것이 너무나 많다. 어린 학생 수백 명을 태운 배가 어뢰 공격을 받거나 암초에 부딪혔거나 선박끼리 충돌했거나 거대한 파도가 덮쳤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침몰할 수 있는가. 전남 진도 앞바다가 무슨 버뮤다 삼각지대인가. 어떻게 몇 초 몇 분이 아까운 상황에서 몇 시간도 아니고, 수십 시간이나 그 많은 구조 인력이 선체에 진입조차 못할 수 있는가. 기술 장비와 숙련된 구조 노하우가 이토록 전무할 수 있는가. 혹 단순한 기술 문제만이 아닌, 책임 회피 심리나 돈 문제라는 제3의 장애라도 있는 것인가?
구명뗏목 46척 중에서 2척만 작동했다. 재난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왜 재난이 아닐 때는 위용을 자랑하다가 정작 재난 때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가.
조잡한 끼워맞추기는 왜 또 이토록 난무하는가. 사고 원인을 재빠르게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과 책임자를 색출해서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인데, 왜 필요한 원인 분석 대신 손쉬운 책임자 사냥에만 그토록 열중하는가.
조립식 사회는 ‘땜질 사회’다. 땜질은 충격에 견뎌내질 못한다. 죽은 자의 뼈로 만든 신장 2m가 넘는 인형 프랑켄슈타인처럼 위용이 대단하지만 속 빈 강정이다. 저 철저한 재난 대비 사회의 일본조차 지진해일 앞에서 조립식 건물처럼 형편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와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인 이 조립식 한국. 잘못된 설계와 저질의 재료와 안이한 행동방식으로 조작되는 이 프랑켄슈타인 로봇사회가 조립 해체되는 날은 도대체 언제일까.
는 1장·2장·3장의 순서가 아니라, 땜질1·땜질2·땜질3이 목차가 될 것이다. 조립과 땜질의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직업 현장에 대한 심층 면접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명령으로 열심히 용접 중인 땜질의 공모자들, 하지만 리스크의 종류와 위험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현장의 옵서버들에 대한 광범위한 면접조사 없이 라는 책은 헛된 이론만 반복할 테니 말이다. 다시, 4월18일 새벽 1시48분. 사망자 수는 25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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