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국물 활자의 술판언젠가부터 술 한잔 할 일이 생기면 중국집에서 시작해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로 건너가는 게 공식처럼 돼버렸다. 서울 연남동 중국집 ‘하하’(哈哈)의 군만두나, ‘향미’(鄕味) 류산슬 한 접시와 칭다오 맥주로 시작하는 저녁 술자리는 시장기를 무섭게 먹어치운다. 이자카야에...2014-06-25 15:09
포르노? ‘썸’의 완성도!얼마 전 작가, 번역가, 편집자들과 로맨스 소설에 대한 잡담을 나누었다. 주로 9금 로맨스에 테마가 집중됐다. 나는 장르소설 출판에 도전장을 내미는 출판사 대표 자격으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거기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을 두 권이나 펴낸 작가분도 있었다. 그는 옆 편집자...2014-06-07 13:00
글만 쓰면 뭐해, 번역을 하라글쓰기와 작가적 삶에 대한 책들이 최근 붐을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의 글쓰기 열기가 새삼 놀랍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뿐만 아니라 글을 써야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증거이리라.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도 글쓰기에 관한 번역서들을 준비 중이다. 그 과정에서 번역...2014-05-17 14:13
부실한 ‘재난 땜질’ 사회여!4월7일 밤 시43분. 세월호 침몰로 8명 사망, 278명 실종. 구조대는 사고 이후 38시간 동안 선체에 진입조차 못했고 수면으로 떠오른 주검만 수습…. 아직 어린 학생 일부가 거꾸로 뒤집힌 저 죽음의 아가리 속에서 살아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 이번 재난은...2014-04-23 14:43
‘형상기억잉크’의 혁명264년에는 책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까? 그때까지 책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말이다. 문득 이것이 몹시 궁금해진 나는 이란 소설을 한번 구상해봤다. 964년 가난한 국문학도 김활자는 시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264년의 서울에 불시착한다. 그녀의 가방엔 그해 초판이 나온 정...2014-04-04 11:00
한없이 컬러에 가까운 흑백슈테판 츠바이크의 를 완독했다. 5일간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책을 잡아도 서문만 읽고 그만두는 요즘의 나로서는 이 대단한 여자의 무모한 생애에 비할 데 없는 흡인력을 느낀 것이다. 멋진 드라마였다. 세계 최초로 단두대에 머릴 들이밀었던 여왕 메리 스튜어트. 도끼...2014-03-15 18:24
인문의 굴욕? 실용의 굴욕!실용서는 도서정가제에서 제외시켜 과도한 할인을 허용한 현행법에 나는 좀 불만이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인데 내가 ‘실용’(實用)이라는 단어를 끔찍하게 아끼기 때문이다. 실용은 “앎과 실천을 분리하지 않고, 실지로 베풀어 유용한 것을 참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을 말한다. 단...2014-02-22 14:37
악함을 악함으로 만드는 악한 기획몇 년 전 히틀러(사진)의 이 독일에서 재출간된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해주면서 이것 한번 해보라고 권한 지인이 있었다. 당시 나는 확 짜증이 일어 “아니, 그런 쓰레기 같은 책을 내가 왜 내냐”고 벌컥 화를 낸 적이 있다. 지금 돌아보니 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히틀...2014-01-25 16:01
사생팬의 사생대회의 허 간호사(허영란·사진), 의 자경이(윤정희), 의 승아(김하늘), 의 미남이(박신혜)…. 한때 가슴앓이를 했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다. 윤정희·김하늘·박신혜의 팬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하기도 했다. 여신님이 팬들에게 남긴 친필 메시지를 볼 수 있고, 그녀의 각종 인터...2014-01-04 17:21
우리말 원시림에 낸 둘레길출판이란 풍성한 우리말의 잔칫상이나 다름없다.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적절하게 대체된 말들은 흰 발의 종족처럼 말갛고 향기롭다. 말이란 쓸수록 풍성해지고 쓰지 않으면 곧 사라져버린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는’ 소수 언어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말도, 우리말 속의 어휘도...2013-12-14 14:12
거미흙집의 습격나는 건축에 ‘문외한’(門外漢)이다. 하지만 집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아니다. 문 안에서 벗고 생활하는 ‘문내한’(門內閑)이기 때문이다. 사실 집을 말하고 싶다. 어떤 대상에 호기심이 들면 먼저 그걸 책 삼고 싶은 병이다. 집이 그렇다. 빛이 고이는 집을 보면 침이 고인...2013-11-23 15:38
조상에게 죄짓는 기분 들지 않는가왜 조선 건국의 기초를 닦은 삼봉 정도전(鄭道傳·영정)은 글도 수억 남겼고 매우 중요한 인물인데 쉽게 잡고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을까? 사실 (三峰集)은 옛날에 번역돼 한국고전번역원 웹사이트에 실려 있다. 정도전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문집이 이미 국역돼 있다. 문제는...2013-11-02 16:29
산 이름 붙은 건 하나도 빠짐없이산에 올라 펼쳐진 풍경은 아주 시원하다. 인간의 마을은 그악스러움을 잃고 산맥이 열어준 틈에 고양이처럼 붙어서 잠들어 있다. 산에 오르면 땅의 주인이 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맥이 꿈틀꿈틀 만나고 이어지는 한국 산악의 원시 풍경은 그 안에 어떤 스토리를 품고 있는 듯 ...2013-10-12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