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가정용 니팅 머신(Knitting Machine)을 아시는가? 이 정밀하고 아름답 고 절묘한 기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의 젊은 세대에서는 소수의 섬 유와 관련된 전공자 외에는 이 기계를 아는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를 정점으로 기성복(이것도 이제는 얼마나 대척점 없는 말인지)과 공 장 생산형의 니트 기계에 밀려 사양화되다 1990년대에 단종된 이 기계의 내 력을 잠시 읊어보자. 1955년에 KH35라는 코드네임을 달고 187달러로 판매 되기 시작한 브라더 니팅 머신은 1996년 KH970 모델을 끝으로 단종될 때까 지 수많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1970~80년대 니팅 머신계의 타임라인은 도 요타·스튜디오·제니·싱거 등의 회사들이 가정용 니팅 머신 시장을 두고 각 축전을 벌인 흔적들로 촘촘하다. 지금 청개구리 요원들의 숭애를 받고 있는 KH940 모델은 (어찌나 까탈스러운 기계인지!) 1988년 200달러에 출시되었다. 이베이에서 상태 좋은 풀 패키지는 지금도 1천달러 이상에도 거래되니 시대의 물가 차이를 생각해도 이들을 탐하는 이가 여전히 도처에 존재함을 알겠다.
니팅 머신을 처음 알게 된 이후- 뜨개의 부재능을 기계의 힘으로 극복해보 려는 얇은 생각만은 아니었다!- 이베이, 야후 재팬 등의 경매 사이트를 돌며 자다가도 일어나 지르기를 수차례. 낙찰에 번번이 실패하고 나니 오기가 생 긴다. 국내에는 이 기계의 중고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깨알 잡듯 뒤지니 어랏? 동대문 신발 상가에서 한 분이 취급하고 있지 않은가! 만나보니 50년 편물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다. 브라더 니트 기 계가 일본에서는 혼수품으로 인기 많은 가전제품이었다는 말 부터 브라더가 이 니트 기계 공장을 대만에 팔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제품은 영 아니라는 얘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가게를 운영했던 좋았던 시절까지. 소 주 한잔 얻어 마시며 듣고 있으니 여간 재밌는 게 아니다. 70대 지만 여전히 현역이신 이분, 지금도 지방·대학을 가리지 않고 수리하고 교육하러 다니신다고 하니 국내 니트 기계 생태계에 피를 돌게 하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것은 30년 가까이 젊은 세대에 잊혀졌던 이 가정용 니팅 기계가 오 랜 진골(!) 뜨개족뿐 아니라 새로운 제작운동(Maker Movement)에 심취한 이들까지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글에 소개한 양털폭탄 연구실 에는 3D 프린터를 만드는 기계 공학자부터 제품 디자이너, 해커, 뜨개 덕후, 미디어 작가들이 브라더 니팅 머신을 알현하러 들렀다. 테키(Techie)들은 이 니트 기계의 전자회로 부분을 해킹해 뇌파감지기와 연결시켜 사람의 뇌파 파형을 니트로 짜내며 즐거워하거나 자신들의 메시지를 바로 니트로 떠내는 작업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낸다. 물론 오랜 뜨개족들이 이 기계에 보내는 애호와 사랑은 두말할 필요 없고. 새로운 제작 문화에서의 혼종적 콜라주는 이제 옛것 새것 없이 기술의 퇴적층에서 온갖 기계와 사물을 호출하며 그것 들을 새로운 좌표로 배치시키고 있다.
최빛나 청개구리제작소 요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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