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쿱(Datacoup)이라는 한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은 한 달에 8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대가로 개인들로부터 데이터 접근권을 사들이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마트 회원카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등을 ‘공짜’로 사용하는 대신 자신들의 이용 데이터를 부지불식간에 갖다주고 있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런 시도는 개인의 데이터를 인지 가능하게 거래해주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정보를 추적하고 거래하면서도 아무런 이득을 돌려주지 않는 데이터 브로커들에 대응해 자기들은 투명하게 거래를 주선함으로써 당신의 데이터가 필요한 곳에 쓰이게 한다는, ‘윤리적’ 느낌의 소개까지 있다. (이 회사의 슬로건은 ‘당신 데이터의 가치를 잠금 해제하라’이다.)
아직은 여기서 데이터를 구매하겠다고 나서는 광고주는 없다지만 앞으로 ‘내 데이터는 얼마짜리지?’라는 생각이 낯설지는 않아질 거 같다. (빅)데이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환호와 이런 현상을 위험정보사회로 보는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미 일상의 움직임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축적되는 시대는 도래했다. ‘판도라’라는 음악 추천 앱이 사용자들의 정당 지지도까지 분석해 광고 판매에 활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미국 뉴욕의 한 스타트업은 폐쇄 카메라를 통한 보행자 추적으로 도시를 개선할 수 있다고 하고, 기업들은 스마트시계 등 ‘웨어러블 기기’에 기록되는 일상적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를 정량화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이런 데이터 사회가 많은 일자리를 바꿀 것이란 예측도 쏟아지고 있다.
이 현상들을 보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데이터에 대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도해보았다. ‘데이터 공작’. 참여자가 자기가 만들어내고 있는 데이터를 스스로 추적해보고 그것을 시각화해보는 것. 단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예 방식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데이터, 즉 위치·검색·통화기록·전자우편 등을 여러 가지 사물을 이용해 구조화하는 것, 그래서 공작(craft)이다.
3시간 정도의 워크숍을 시도해봤더니 정말 재미있고 놀라운 작업이 많이 나온다. 사실 이걸 데이터에 대한 비평적 접근이 가능한 도구로 어떻게 더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놀이라면 놀이인 이런 작업을 통해 데이터에 대한 개인적 감각, 생각, 관점, 기억과 정체성을 들여다보는 건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라고 결론이 나면 좋겠지만 막연히 깨닫게 되는 한 가지 사실. 데이터의 구조가 이미 인간의 인지능력을 넘어서고 있다는 미묘한 느낌. 영화 (Her)에서 보는 그런 현실 말이다. 이 세상 이제 파악도 안 되는데 앞으로는 데이터가 이끄는 대로 그냥 생각도 몸도 내맡기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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