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낙관의 기운 때문에 좋아하긴 어렵지만 제러미 리프킨의 근작 에서 언급한 제조업 일자리의 변화에 대해 얘기해보자. ‘제조 부문에서 현재 속도로 기술 대체가 계속된다면 2003년 1억6300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던 공장은 2040년이면 단지 몇백만 개의 일자리만 제공할 공산이 크다’라며, 책에서는 고용인력 다수가 ‘협력적 공유경제’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런 예측의 현실적 태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고용의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이런 흐름은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 고용을 고려하는 상황, 즉 2030세대를 관통하는 제작문화 부흥의 한 후경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제조업의 혁명이라 불리는 개인 분산적 제조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3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이 말 붙이기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딱지라 해도 지금의 시기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더 이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라는 의무를 아무도 지지 않는 흐름으로 볼 수도 있고, 컨베이어 벨트 이전의 장인적 만들기의 유산이 살아나 소규모 제조 길드를 이루는 시대로 볼 수도 있겠다. 물론 레이저 커터와 3차원(3D) 프린터 같은 장비가 이들의 도구가 되겠고 앞으로 올 시대는 노동력 착취보다는 촘촘한 자원의 효율적 배치가 문제가 되는 사회이겠지만 말이다. (아마존과 우버의 효율성을 보라.) 현실은 늘 여러 이중적 모습을 가지니 한 방향에 대한 우려만을 벌써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환의 시기에 늘 맷돌에 끼어버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문제지만 말이다.
‘락희럭키구로공단’(사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그래서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곁에서 기웃거리고 싶게 만든다. 옛 구로공단과 현재의 구로디지털단지를 역사적으로 횡단하며 구로공단의 여공과 디지털단지의 비정규직이 역사에서 회전하는 동일한 존재임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삶의 조건을 엮어낸다. 한때는 산업 역군으로 불리다 이제는 영세한 사물처럼 남아 정보기술 경제로의 이동에 점점 해체돼가는 (그러나 가장 생생한!) 봉제 작업장의 노동자와 청년 세대의 제작문화가 만날 수 없을까를 고민하는 친구들이다. 그것을 (가칭)‘봉제문화학교’라는 것으로 엮어내고 싶어 한다. 그것은 역사에서 어떤 유산들을 제대로 연결해내는 일이기도 하고 환대이기도 하다.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빨간 칠을 당하는 이곳에서 아무도 교육하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은 노동의 역사와 조건, 도심 생산의 현장을 이런 친구들이 대면하고 있다.
최빛나 청개구리제작소 요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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