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누가 뭐라 해도 캠프가 제철인 계절이다. 산으로 바다로 온갖 캠핑 도구 세트를 꾸리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면 좋겠으나, 우리에게 여름이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학이라는 사실.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이때 집중되니 이런저런 캠프의 강사로 한철을 나게 되는 게 또 이즈음이기도 하다.
이번에 한 청소년 교육기관에서 16~17살 친구들과 3일간의 캠프 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사실 이 또래 친구들과 워크숍을 하기는 처음이다. 워크숍의 이름은 ‘불만 연구실’! 청개구리 본능 어디 가겠는가. 티셔츠를 개인 미디어 삼아 불만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트해보자!라는 개념. 하지만 3일간의 캠프는 오히려 우리의 오류를 잔뜩 발견하게 된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1~2학년에 특성화고라는 배경을 가진 친구들은 처음 대면하는 것이니 사실 이 친구들에 대해 감각은 ‘거의 제로’. 하지만 그게 이유는 아닐 것 같다. 아마도 그 나이 또래의 친구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기인한 것이 크다. 일단 ‘억눌린 불만이 많을 거야’라는 짐작 자체가 참 안일하고 게으른 프레임이라는 사실. 많이 알고 영민하며 문제가 뭔지를 안다. 뇌 구조와 지능 자체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이 친구들, 바로바로 검색하며 참고할 것과 모르는 것을 찾아낸다. 미셸 세르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엄지세대’(머리를 두 손에 들고 다닌다는 의미, 즉 인터넷을 자신의 두 번째 뇌로 여기는)라고 애정 어리게 부르는 것이 이런 세대구나라는 깨달음이 새삼스럽다.
사실 인터넷에 익숙하다는 것은 단지 검색에 능하거나 정보를 지식으로 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만은 아니다. 인터넷이 가진 내적인 속성- 개방과 수평적 협업의 속성 역시 이 아이들에겐 기본적인 사회적 DNA로 새겨져 있다는 얘기. 그래서인지 (감각이 달라)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에 대해 받아들여주고 배려하는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 손을 쓰는 일은 별로 하지 않아 이런 만들기는 어려워하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다르게 물리적 감각 역시 예민하다. 정보적 인지 능력과 촉각적 인지 능력이 분리된 것이라는 생각도 오류는 아닐까라는 느낌. 그리고 티셔츠는 아이들에게 미디어가 아니라 그저 패션- 기성 티셔츠의 시각적인 표현 방식을 많이 따라간다- 그러니까 적절하지 않은 매체를 제공한 것. 어쩌면 이렇게 적절하지 않은 매체를 제공하고는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이런저런 판단을 하는 것이 어른이라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우리의 ‘의도’가 뭔지 알아차리고 그것에 맞출 줄 아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영민·영리한 아이들.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우리의 그런 ‘의도’에 맞추어 그럴듯한 이미지와 글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는 것. 문득 이 세대 친구들의 교육 환경, 답답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렇게 3일을 온종일 함께 보내고 나니 드는 생각- 아이들이 우리랑 놀아준 거였구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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