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본 기억도 없는 ‘다섯손가락’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때가 있다. ‘이 노래가 맴돌지?’ 하고 보면 꼭 어린 시절 기억과 연관돼 있다. 그렇다. 풍선은 이런 낭만과 유년의 온갖 알록달록 예쁘게 각인된 기억에 대한 흔한 수사다.
요즘 이 풍선을 띄우고 있다. 가끔 바람이 좋은 날은 연도 띄우고 있다. 풍선과 연이라니, 키덜트 덕후의 잉여로움이 넘친다고? 뭐 나름 공중촬영을 연구하고 있는 거다. 구글 어스의 시대에 풍선과 연을 가지고 공중촬영이라니 이거 참 덕력 넘친다. 어쨌든 이미 많은 덕후들이 이런저런 시도의 과정을 웹에 촘촘히 깔아두셨으니 우리는 그들의 노고에 살짝 도움을 얻어 여러 가지 시도를 더해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게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연을 띄우기 위해 몸으로 공기의 역학을 이해해야 했고,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의 원리를 찾아 읽으며 이제야 왜 어릴 때 이런 걸 배웠는지 이해했으며, 각종 매듭법을 찾아내 어떻게 카메라를 묶어주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알아내야 했다. 강가에서 ‘바람아 불어다오! 멈추어다오!’ 주술적 기원까지 하고 있으니 이것이 말로만 듣던 테크노 샤머니즘인가!
연과 풍선을 띄우고 있으니 입을 헤 벌린 꼬맹이들의 선망의 시선에 우쭐 -.- 공중촬영을 위해 연과 풍선을 띄워보니 바람의 영향으로 초점이 많이 흔들리는 연에 비해 풍선이 훨씬 안정적이다. 헬륨 가스를 넣어주는 양에 따라 상당히 높은 고도로 올릴 수도 있다. 하긴 풍선은 인공위성이 쏘아올려지기 전까지는 항공 관측의 기술이기도 했으니. 디지털카메라를 연속촬영으로 두고 그대로 띄우니 우리 얼굴부터 찍으며 올라간다. (나중에 찍힌 걸 보니 얼굴이 어찌나 해맑은지, 역시 사람은 놀이를 해야 한다.) 20분 정도 띄우며 여기저기 찍어보고 내려서 사진을 확인해보니 우연적으로, 다양한 각도로 찍힌 사진이 흥미롭다.
재밌는 건 구글 어스에 이미 익숙해진 시선은 사진 자체에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어쨌든 공중촬영이란 상당한 기술과 자본력이 있어야 하는 힘의 시선이었으니 이것을 풍선 같은 로테크 기술로 시도한다는 것, 그리고 역파놉티콘적 시선을 만들어봤다는 것이 의미라면 의미. 어쨌든 나름 군사 기술이던 연과 풍선은 이 시대에는 낭만이니 피크닉 기분이 기본, 헬륨 가스를 마시며 목소리 변조까지 놀이 요소 깨알이다.
그나저나 풍선으로 공중촬영한 사진들을 뜨개질해봤다. 아니 패치워크에 가깝나? 직접 이미지를 직조해보니 공중촬영이 찍어낸 ‘겹눈’의 조합이 이어붙일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마치 퍼즐 맞추는 듯 중독성 있다. 추석 연휴 미드 정주행을 마다하고 작업했다. 과정을 더 잘 설계해본다면 사람들이 공간과 맺는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 자, 이제 어디에 겹눈을 들이대 볼 것인가. 차폐막 올라간 곳 많고 들여다볼 수 없는 곳 많으니 이 조망하는 시선을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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