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지금 이 시간 제 명령에 따라 용맹스런 미군 장병들이….” 그러니까, 2003년 3월20일 새벽이었다. 현지에선, 채 날이 밝기도 전 깜깜하던 시각이었다.
여전히 위기에 처한 이라크
그때, 모두들 알고 있던 사실이 하나는 있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파괴무기’ (WMD)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 말이다. 하나 더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유는, 기실 막대한 원유자원 때문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하 ) 한국판 3월호는 특집 기사에서, 새삼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 세월이 흘렀다.
“모든 이가 알고 있는 것을 인정하게 돼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라크전쟁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그 지역의 석유 때문이었다.” 언론인 장피에르 세레니는 ‘이라크전쟁, 그후 10년’ 기획 기사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그러게, 사실을 인정하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쩌지? 호기롭게 쳐들어간 이라크에서, 미국은 물론 다국적 정유업체도 세레니의 표현을 빌리면 ‘전쟁의 쓴맛’만 봤단다.
‘쌤통’이라 웃어넘길 일은 아니다. 는 ‘지금 이라크는 어떻게 되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 체제를 붕괴시킨 뒤 10년이 지났지만 이라크는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사담은 혼자 해먹었지만, 지금은 해먹는 자가 너무 많다”고 전했다. 이라크가 겪은 지난 10년의 고통은 언제쯤 멈출 것인가?
“봉쇄든 포용이든, 지난 20년의 대북정책은 모두 실패했다.” 한국판 특집으로 꾸민 ‘북핵 20년-시시포스 신화’에서, 한반도 문제의 권위자인 강태호 기자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말을 따 이렇게 지적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른바 제1차 북핵 위기를 일단락지은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산파 구실을 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이 ‘서울·워싱턴 동시 불바다’와 ‘핵선제타격’(타격의 주체는 미국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 주장으로 몸짓을 키운 지난 20년 세월을 강 기자는 △합의와 퇴행 △위기와 반전으로 정리했다. 그의 분석을 들어보자.
“시시포스는 커다란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바위가 정상에 도달한 바로 그 순간 다시 굴러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핵을 둘러싼 대결과 갈등도 협상을 통해 힘겹게 합의에 이르긴 하나,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파국-반전(협상)-합의’는 끝을 맺지 못한 채 그 과정을 반복한다.”
마지막 협상이라는 관점 필요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미움을 받아 억겁의 형벌에 처해진 시시포스가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다. 형벌의 굴레를 상징하는 바위를 깨뜨려버리면 그만이다. 강 기자는 이렇게 썼다. “북-미는 이미 2007년 (핵 폐기의 최종단계로 갈 수 있는) ‘엔드게임’ 단계에 있었다. 전쟁을 내건 협상이기에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그러나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돼 있는 건 분명하다. ‘협상은 무의미하다’가 아니라, 더 이상의 협상은 없으며 이번이 지난 20년의 핵협상을 최종적으로 종결짓는 마지막 협상이라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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